메뉴 건너뛰기

close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의 술집 여주인에 대한 성적 폭언, 임인배 의원의 국회의장실 여비서를 향한 폭언, 최연희 사무총장의 여기자 성추행….

국회의원들의 잇따른 성추행·성적 폭언 등의 사고가 터지고 있지만, 정작 한나라당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한 성희롱 예방교육을 단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사무처도 관련 법에 따라 지난 99년 이후 매년 '직장내 성희롱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은 사실상 '치외법권'이다. 지난해에 실시된 교육에는 김원기 국회의장조차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국회의원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높다.

김원기 국회의장조차 교육 안 받아

▲ 열린우리당은 지난 2004년 6월 `성 인지적 의정활동을 위한 의원 워크샵`을 열고 양성평등적 의정활동에 대한 교육을 `한차례`받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99년 제정된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모든 공공기관은 연 1회 이상 의무적으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같은 해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도 사업주에게 연 1회 이상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의원들을 대상으로 단 한 번도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일어난 '용산 어린이 성추행 살해사건'과 관련해 의원들은 '전자팔찌법안', '화학적 거세' 등 강도 높은 처벌 법안 마련을 앞다퉈 요구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양성평등 교육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성희롱 예방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않은 것이다.

상대적으로 개혁적이라는 열린우리당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열린우리당도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성희롱 예방교육은 실시하지 않고 있다.

17대 국회가 구성된 직후인 2004년 6월 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 의뢰해 국회 도서관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겸해 '성인지적 의정활동을 위한 의원 워크숍'을 열었을 뿐이다. 당시 워크숍의 의원 참석률은 채 50%를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여성리더십센터 등에 따르면, 그 이후로는 의원을 상대로 한 성희롱 예방교육이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중앙당 당직자들만 지난달에 열린 당직자워크숍에서 교육을 받았다.

국회가 실시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에서도 국회의원들은 사실상 '예외'이다. 국회는 관련 법에 따라, 지난 99년 이후 전 국회 공무원에게 매년 한 번씩 '직장내 성희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3~14일에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교육이 이뤄졌다. 그러나 국회의장 비서실에 의하면, 여기에는 김원기 국회의장조차 참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회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므로 의원들도 당연히 받아야 하지만 의원들의 참석 여부는 따로 체크하지 않아 참석률은 알 수 없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의원들은 사실상 거의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여성단체 "국회의원도 예외일 순 없어... 고위직일수록 양성평등 교육 받아야"

'최연희 사무총장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여성단체들 사이에서는 국회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꾸짖는 목소리가 높다.

김기선미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국장은 "국회의원도 일반 노동자와 같으므로 지위로 차별해 성희롱 예방교육에서 예외로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사실상 고위직일수록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성희롱을 저지를 개연성이 높으므로 더욱 철저히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기 국장은 "이번 사건은 국회의원으로서 평소 여성에 대한 태도가 어떠한지가 표출된 단적인 예"라며 "(성 의식도) 공천과 선거 등에서 중요한 자격기준으로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고위직일수록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기 꺼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꼬집었다. 이 소장은 "교육을 하러 가보면 해당 사업장의 장이나 고위 임원의 경우 인사말만 하고 가거나 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일수록 꼭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장은 "성희롱 교육에는 예외가 없다"며 "나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의식으로 모두가 교육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 포함 전 당원, 양성평등 교육 의무화"
민노당 양성평등 교육 '눈길'... 성희롱·성 소수자 인식·성인지적 예산편성 등 체계화

성폭력 관련 법안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정작 자신들은 성희롱 예방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않고 있어 이를 꾸짖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민주노동당의 양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당규로 의원을 포함한 전 당원의 양성평등 교육(연 1회, 2시간 이상)을 의무화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당 중앙위원회에는 이 교육을 받지 않은 당원은 아예 공직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는 당규 개정안이 상정돼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김성희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우리 당의 경우 모든 당원은 입당 시부터 양성평등교육을 받고 연 1회 2시간 이상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따라서 국회의원도 의무교육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부대변인은 "뿐만 아니라 광역·시도당별로도 간부 정책연수 때 성희롱 예방교육을 포함한 양성평등 교육을 실시하며, 당 여성위원회에서도 따로 양성평등 강사단을 꾸려 전국 순회 당원 교육을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 프로그램도 체계적이다. 2004년과 2005년 연달아 의원들과 보좌관을 상대로 진행됐던 성 평등 교육 프로그램에는 성희롱 예방 뿐 아니라,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인식, 성인지적 예산 편성 등에 관한 내용도 포함됐다. 의원들은 이 교육에서 직접 '역할 바꿔보기' 상황극에 뛰어 들어 직접 성적 감수성'을 터득해 나간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최소한의 양성평등, 성희롱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국회의원들이 법을 다루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여성의원들이 단결해 국회의원들의 성 의식을 제고하고 다시는 이 국회가 성폭력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공동 대응해나가자"고 주장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