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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주장이 하나둘 거짓으로 드러나자 정치권이 그에게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사진)은 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칼럼에서 "일이 이렇게 되어서가 아니라 사실 나는 벌써 오래 전부터 황우석씨에 대해서 의심을 하고 있었다"며 "최고의 족집게는 상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그가 아는 웬만한 의사들은 연구를 등한시하고 강연과 인터뷰, 정치인 후원회를 쫓아다니는 황 교수의 모습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그 중에는 정 의원의 친구인 이왕재 서울대 의대 연구부학장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이들은 문제를 왜 제기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모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정 의원은 "어쨌든 나는 속으로 황우석은 가짜다라는 결론을 내려버렸다, 그리고는 입이 간질거려 참기가 힘들었다"며 가까운 지기들을 만나면 "황우석은 수년 안에 자살하거나 외국으로 도망치고 말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다녔다고 한다.

이명박 서울시장 밑에서 정무부시장을 지내기도 했던 그는 "웬만한 인사들은 모두 황씨를 문병했는데 이 시장만은 문병대열에서 빠졌다"며 "나중에 서울대병원 측에서 '이 시장은 역시 귀신이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이 시장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정 의원은 '난자 제공' 문제에 대한 황 교수의 사과가 과하다고 생각했다며 "(황 교수가) 쎄게 사과를 해버리니까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동정심이 확 일어났다, 황우석은 이래서 프로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의원은 "국민의 정부 때도 황우석 파동과 비슷한 것이 있었다"며 "정권 출범전부터 개그맨 S씨를 신지식인으로 띄웠다"고 주장했다. S씨는 어린이용 공상과학영화 '용가리'를 만든 개그맨 출신 영화감독 심형래씨를 지칭한 것으로, 심씨는 지난해 11월 28일 한 인터넷매체에 "황우석 같은 영웅을 짓밟지 말라"는 공개편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권력이 시동을 걸면 언론이 엑셀러레이터를 밟아준다"며 "황우석 파동도 그렇지만 신지식인 소동에도 언론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언론의 책임을 거론했다. 정 의원은 "(심 감독이 만든) <용가리>가 어떻게 끝났는지는 다 알고 있는데 그 용가리를 마구 띄워준 권력이든 언론이든 책임을 지고 뭘 어떻게 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황우석 파동의 끝도 이와 마찬가지일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그러나 이번 파동으로 우리 과학계가 제자리를 잡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면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당으로의 복귀를 선언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도 3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국민적인 영웅이 됐을 때 그쪽에서 가서 사진 찍으려는 행위를 국민들은 곤란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표가 있다고 해서 이 자리 저 자리 기웃기웃하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고 일부 동료의원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러나 작년 12월 전남대 강연에서 MBC < PD수첩 >을 격한 어조로 비난했던 같은 당 유시민 의원은 이 문제에 침묵을 지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정두언 의원이 쓴 칼럼은 다음과 같다.

최고의 족집게는 상식 - 황우석 파동을 보며-

황우석 파동이 할퀴고 간 상처는 너무도 크다.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분야 노벨상을 염원했던 촌스러운 사람들부터. 정상인으로의 복귀를 꿈꾸었던 수많은 지체 장애인들은 물론. 바이오 산업의 혁명을 통해 대한민국의 경제적 도약을 기대했던 국민들. 모두의 허탈감은 새해가 시작돼도 가시지 않고 있다.

여기다 사이언스에 제출한 논문이 검토도 되지 않고 돌아왔느니. 이미 허가서를 받은 미국의 포스트 닥 자리가 새삼 보류 통지를 받았느니. 하는 얘기들도 들려온다. 이러한 모든 손실들을 금액으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 수십 조? 수백 조? 그러나 세상살이에는 늘 명암이 있는 법. 이번 파동으로 우리 과학계가 제자리를 잡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면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번 파동을 보면서 크게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최고의 족집게는 상식이라는 것. 무슨 얘긴고 하니. 일이 이렇게 되어서가 아니라 사실 나는 벌써 오래 전부터 황우석씨에 대해서 의심을 하고 있었다.

과학자라는 사람이 어떻게 정치인이라는 정치인의 후원회는 다 쫓아다닐꼬. 저렇게 강연과 인터뷰에 바빠서 언제 연구를 할꼬. 그러다가 의사 친구들을 만나면 물어보았다. 솔직히 말해봐라. 황우석이가 말이 되나? 웬만한 의사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중에서 특히 비타민C 박사로 유명한 내 친구 이왕재는 몹시 부정적이었다. 그러면 당신들은 왜 문제제기를 안하냐? 이 질문에는 모두가 난처한 표정이었다.

어쨌든 나는 속으로 황우석은 가짜다라는 결론을 내려버렸다. 그리고는 입이 간질거려 참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가까운 지기들을 만나면 이렇게 속삭였다. 황우석은 수년 안에 자살하거나 외국으로 도망치고 말 거야. 그 때마다 그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의 말에 황당해했다.

그러다가 황우석 파동이 났다. 서울대 조사위의 중간 발표가 나자 내가 속삭였던 지기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니 우째 알았노? 니 족집게 아이가. 야 내가 과학을 아니, 뭘 아니. 상식적으로 안 맞는 건 사기야. 이렇게 대답을 하다가 문득 깨달은 것이 그것이다. 최고의 족집게는 상식이라는 것.

우리가 상식이라는 게 있다고 할 때 상식에 안 맞는 것은 가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때로는 제 욕심에, 때로는 고정관념에, 때로는 대세에 사로잡혀 상식을 흐리는 것이다. 우리가 상식을 가리고 있는 이런 안개들을 걷을 수만 있다면, 다시 말해서 정확하게 상식적인 판단만을 내릴 수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족집게 무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 가지만 복기를 해보자. MBC PD 수첩이 나가자 황우석씨는 모든 공직을 사퇴한다며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국민들은 '황우석 힘내라'라고 하며, 난자 기증자까지 줄을 섰다.

여기서 잠깐. 난자를 기증하겠다고 나섰던 사람들 중에 난자를 채취하려면 전신마취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무튼 나는 그 때 황우석씨의 사과가 과하다고 생각했다. 쉽게 말해서 둘 정도를 잘못했는데 열 정도를 사과해 버린 것이다. 이렇게 쎄게 사과를 해버리니까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동정심이 확 일어났다. 황우석은 이래서 프로라고 할 수 있다. 가짜 세계에서의 프로이긴 하지만. 그런데 어쨌든 그의 도에 넘는 사과는 상식에 안 맞는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드러났지만, 그는 그 이후에 진전될 사태를 미리 덮어버리기 위해서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정치 쪽에서는 이런 수법들이 왕왕 사용되곤 한다. 이렇듯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아닌 것은 언제나 아닌 것이다.

사실 국민의 정부 때도 황우석 파동과 비슷한 것이 있었다. 이른바 신지식인 소동이다. 정권 출범전부터 신지식인 어쩌구 하더니 개그맨 S씨를 신지식인으로 띄웠다. 사람들은 뭐가뭔지도 모르면서 그가 신지식인이라 하니까 그런가 보다 했다. 당시로 다시 돌아가면 S씨가 왜 갑자기 신지식이 되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글의 주제처럼 우리는 그 당시 그 일에 대해 상식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한편 황우석 파동도 그렇지만 신지식인 소동에도 언론의 역할이 매우 컸다. 늘 그렇듯이 권력이 시동을 걸면 언론이 엑셀러레이터를 밟아준다. 여기에다 우리 사회의 저변에는 아직도 후진적인 집단주의 속성이 짙게 깔려있다. 아닌데요 하면, 쌔끼 혼자 잘났다고 지랄이야 하고 모두가 째려본다. 그리하여 우리나라는 한 번 가기 시작하면 돌아서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더 문제는 일이 다 드러나고 난 후에도 그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용가리가 어떻게 끝났는지는 다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용가리를 마구 띄워준 사람들 중에, 권력이든 언론이든, 그에 책임을 지고 뭘 어떻게 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아직은 다 끝나지 않았지만, 황우석 파동의 끝도 이와 마찬가지일 공산이 크다. 온 국민이 지켜볼 일이다.

황우석 파동과 관련된 여담 하나. 황우석씨가 수염도 안 깍고 서울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다. 돌이켜 보면 참 연기력이 대단한 사람이다. 당시는 YTN보도로 황씨 사건에 대한 1차 반전이 이루어진 후였다. 물론 그후로 재차 반전이 이루어진다. 그 때 소위 웬만한 인사들은 모두 황씨를 문병했다. 그런데 서울시 이명박 시장만은 문병대열에서 빠졌다. 나중에 서울대 병원 측에서 '이 시장은 역시 귀신이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과연 그가 귀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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