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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30일 밤 9시]

▲ 지난 4일 YTN의 김선종 연구원 인터뷰 보도 화면. 이 방송으로 MBC가 공개 사과를 하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약 한달 뒤인 현재 YTN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 YTN 화면캡처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과 미국에 동행취재를 한 김진두 YTN 기자가 항공료 등 취재비용과 관련해 거짓말을 한 사실이 29일 드러났다.

YTN은 김 기자의 김선종 연구원 인터뷰와 관련된 의혹들을 자체조사해 곧 발표할 예정이다. YTN은 이날 오전부터 노사 합동으로 공정방송협의회를 구성해 김 기자의 피츠버그대 연구원 인터뷰 과정에 있었던 의혹 조사를 하고 있다.

YTN 노조 "김 기자가 항공료 거짓말"

▲ YTN은 지난 4일 김선종·박종혁 연구원의 인터뷰를 단독 보도했다. 아래 사진은 황 교수팀과 함께 미국으로 가면서 1만 달러를 운반한 김진두 기자. ⓒ YTN 화면캡처
최계영 언론노조 YTN지부 사무국장은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황 교수팀이 (비용을) 결제한 게 맞다. 그러나 회사가 사후 정산했다. 다만, 그 시점이 정확하지 않아 조사 중"이라며 "그 부분(항공료 정산)은 김 기자가 거짓말한 것 같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지난 7일 <오마이뉴스>에 "항공료는 인천공항에 가서 돈으로 지불했고, 나중에 회사경비로 처리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그는 27일 자정 무렵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는 "황 교수팀이 비행기를 예약한 상태에서 항공료는 공항에서 현찰로 계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기자는 27일 MBC에 "항공료는 대부분 수표로 줬다"며 '현찰 계산'과 다소 엇갈린 진술을 했다.

YTN이 자체 조사한 바로는, 김 기자가 미국 출장 도중 황 교수팀의 어느 누구에게도 항공료를 지불한 적이 없다. 김 기자와 함께 미국에 간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도 측근에게 "항공요금과 관련해서 (YTN 기자로부터) 들어온 게 없다"고 말했다.

홍상표 보도국장도 김 기자와 말을 맞추는 바람에 결국 거짓 해명을 한 꼴이 됐다. 홍 국장은 7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는 "김 기자의 이름으로 비행기 표를 구매했고 회사비용으로 처리했다"며 "내가 직접 (출장경비) 결재를 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국장은 공정방송협의회에서 "김 기자가 이미 (거짓말을) 얘기해버린 상태에서 내가 그와 다른 얘기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김 기자는 또 모텔비 등 현지 경비를 자신이 냈다고 주장해왔지만, 실제로는 안 교수 또는 김선종 연구원의 부친이 교통비와 숙박비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김 기자의 거짓말이 상당부분 드러난 상황에서 그가 미국으로 1만 달러를 운반한 배경도 의심받게 됐다. 김 기자는 "줄기세포허브 자금 3만 달러가 있는데, 한 사람이 1만 달러씩 나눠지고 가자는 안규리·윤현수 교수의 요청을 뿌리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지만, 그 이상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기자는 지난 12일 한국언론재단 주최 토론회에 배포한 발제문에서 "< PD 수첩 >은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그 결론을 뒷받침할 증언을 확보할 목적으로 미국 피츠버그를 찾았다"며 "(MBC의) 취재윤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보도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편 김 기자 자신도 똑같은 '취재윤리'의 오류를 저지른 셈이 됐다.

김선종 인터뷰, 따낸 것이 아니라 선택 받은 것

황 교수팀이 김선종 연구원을 인터뷰할 언론사로 YTN을 지목한 것도 거의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지난달 30일 저녁 늦게 황 교수팀의 모 인사가 YTN 기자에게 전화를 해서 동행 취재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모 인사는 황 교수의 핵심측근인 이병천 교수로 확인됐다.

황 교수가 전날 안 교수에게 "미국에 가서 김선종을 만나 MBC < PD수첩 >에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봐라"며 "우리끼리 가면 의미가 없으니 기자를 한 명 데리고 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

김 기자는 지난 7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11월 30일 밤 이병천 교수와 통화하면서 안 교수의 미국행을 알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 기자는 "12월 1일 DMB 개국을 앞두고 야근 중이었는데, 이 교수에게 '혹시 미국 연구원들을 만날 계획이 없느냐'고 물으니까 안 교수가 간다는 얘기를 하길래 '같이 가자'며 따라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피츠버그가 초행이다 보니 일이 있어서 가는 안 교수의 안내를 받는 격이었다"며 주문취재 의혹을 일축했다.

최계영 노조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당시 KBS와 SBS 등 모든 언론사가 김선종 연구원에게 줄을 대려고 애를 썼고, 과학담당 기자였던 김 기자가 평소 잘 알던 이 교수에게 예전부터 인터뷰를 하게 해달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며 "취재원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언론사를 선택한 경우"라고 해석했다.

이 무렵 황 교수팀 내부에서는 "김 연구원이 < PD수첩 >의 취재가 잘못됐다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상하며 언론 인터뷰를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었다고 한다.

황 교수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모든 언론사에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YTN 기자만 간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황 교수가 YTN 시청자위원을 맡고 있다는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노조측 "보도국 판단과정의 문제점도 짚겠다"

▲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논란에 대한 서울대 자체 조사위원회의 활동이 진행되는 서울대 수의대 건물앞에 YTN 중계차가 대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YTN이 지난달 14일경 황 교수팀으로부터 줄기세포 검증 취재를 의뢰 받은 뒤 '판독 불가' 결과를 인지하고도 황 교수의 '논문 조작' 가능성을 취재하지 않은 것도 앞으로 규명해야 할 핵심쟁점이다.

최 사무국장은 "김 기자와 홍 국장 등 관련자들이 진실만 얘기한다면 조사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황우석 사건과 관련해 보도국의 판단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도 분명히 짚겠다"고 말했다.

YTN은 그동안 관련자 징계 또는 회사차원의 입장 표명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보도국장 자신이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상황에서 이 같은 기류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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