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찰청은 최근 시위 현장에서 사망 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무장 병력을 배치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고 전용철씨 등 시위 현장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8일 아펙 시위진압에 나선 경찰이 시위대와 충돌하고 있다.
경찰청은 최근 시위 현장에서 사망 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무장 병력을 배치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고 전용철씨 등 시위 현장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8일 아펙 시위진압에 나선 경찰이 시위대와 충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경찰청(청장 허준영)이 시위현장에 무장 병력을 배치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하는 평화시위 유도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오마이뉴스> 취재에 따르면, 허준영 경찰청장은 21일 "시위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침을 경찰청 경비과와 혁신기획과에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청 경비과와 혁신기획과는 가칭 '평화시위 정착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 구성에 들어갔다. TF팀장은 총경급 간부가 맡고 본청 소속 간부 3∼4명이 팀원으로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이 TF팀 구성 등 폭력시위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은 고 전용철·홍덕표 농민 사망 등 잇따른 사고와 홍콩 원정시위를 떠난 '한국 민중투쟁단' 11명의 현지 구속 등에서 보듯 시위문화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청은 농민사망 사건을 거울삼아 현장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무력충돌을 최대한 막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경찰청은 시위현장에 무장 병력(전투 경찰)을 배치하지 않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현장에는 비무장 경찰이 유지하는 '폴리스라인'만 설치해 시위대와 충돌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무장 병력은 공공기물 파손 등 현저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긴급하게 투입할 예정이다.

또 무장 병력이 출동하더라도 이전과 같이 적극적인 시위대 해산 시도는 하지 않겠다는 게 경찰의 생각이다. 폭력을 폭력으로 맞대응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전 경험에 비춰보면 경찰 무장 병력이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큰 충돌이 일어난 경우가 많다. 경찰청은 비무장 경찰만을 동원할 경우 시위대도 대나무나 각목, 돌멩이 등을 사용하는 극단적인 폭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TF 구성' 청와대, 총리실 적극 역할

경찰청 TF팀에서 논의될 사항은 '비무장 경찰력' 배치뿐만 아니다. 경찰청은 TF팀을 통해 오랫동안 내부에서 진행돼 온 평화시위 정착 방안을 구체화시킬 예정이다.

경찰청은 경찰청 차장 직속으로 '집회시위현장 인권보호위원회'를 구성해 상시적인 현장감시 활동을 벌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또 시위 관련 법령과 제도를 개선하고, 경찰의 장비를 교체하는 작업도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 조직과는 별도로 '시민감시단'을 만드는 방안 역시 검토하고 있다.

이 모든 방안은 TF팀 내부논의를 거쳐 구체적 추진 일정을 발표하게 된다. 경찰청은 이르면 26일께 TF팀 구성 계획을 발표한 뒤 내주 중에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평화시위 정착을 위한 경찰청 TF팀 구성에는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적극 나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2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경찰청 TF팀 구성과 역할을 놓고 총리실과 청와대까지 머리를 맞대고 있다"며 "곧 경찰청이 구체적인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회 민주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반면 시위문화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갭(차이)가 생기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전용철씨나 홍덕표씨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고 있는데 경찰이나 언론 모두 책임을 느끼고 집회시위 문화를 바꾸는데 다 함께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청이 추진하는 평화시위 정착 방안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경찰은 지난 국민의정부 시절에도 '무최루탄'과 '여경 폴리스라인'으로 대표되는 '신집회시위관리대책'을 발표한 바 있지만 2005년 현재까지 시위대와의 무력 충돌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경찰청이 현실적인 개선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농민 사망에 따른 비난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이라는 비판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