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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과 비상집행위원들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의 조속한 등원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의 '사학법 장외투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열린우리당이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며 한나라당의 등원을 압박하고 있다.

그 수위도 점점 강경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돌아오라"를 반복하며 회유책을 쓰던 지난 주와는 달리 이번 주엔 한나라당을 제외하고 국회를 열겠다며 강공법을 들고 나왔다.

정세균 당의장 겸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한나라당을 제외한 야당들의 원내대표 회담 개최를 천명했다.

당의장 뿐 아니라 의원들도 각개전투에 나섰다.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은 이날 한 데 모여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을 향해 "초심으로 돌아가자"며 각성을 촉구했다.

여기에다 시급한 현안인 호남폭설 피해대책과 유리하지만은 않은 여론 등이 장외투쟁 중인 한나라당의 옷자락을 잡고 있다.

[전술 1. 강경책] "한나라당 없어도 국회 연다"

정세균 당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을 제외한 야 4당(민주당, 민주노동당, 자민련, 가칭 국민중심당)과의 공조로 국회를 열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의장은 "한나라당 혼자 저런다고 (국회 일정을) 다 버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한나라당을 뺀) 원내 다른 정파들과 국회 파행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 국리 민복에 합치되는 방법을 취할 것"이라며 "지난 주부터 물밑에서 다른 정당들과 대화를 진행했는데, 더 이상 지켜만 보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못박았다.

여기에다가 민주노동당도 적극 나서서 열린우리당에 힘을 싣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주까지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한나라당을 제외한 야당들간의 공조로 국회를 열어야 한다"(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태도다.

반면, 민주당은 "호남지역 피해대책은 몰라도 다른 현안은 당장 금주에 단독국회를 열면서까지 해야할 사안은 아니다"(이낙연 원내대표)라며 다소 미온적인 자세이지만 열린우리당은 원내대표 회담에서 민주당 설득이 가능하리라는 계산이다.

열린우리당은 20일 야 4당 원내대표 회담을 열어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행정자치위원회(호남 폭설피해 대책)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논란) ▲재정경제위원회(8·31 부동산후속입법) 개최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 열린우리당 초선의원 20여명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 정상화를 위해 한나라당이 조속히 등원할 것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전술 2. 감정 호소] "한나라 초선들, 초심 되살려요"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을 겨냥해서다.

서갑원·이은영·최성·최재성 등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 20여명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심적이고 소신있는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의 결단이 필요한 때"라며 '감정'에 호소했다.

이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고 싶은 심정으로 호소한다"며 "변화와 개혁을 선택했던 국민들의 바람에 부응하려 했던 17대 국회의 초심을 되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이들은 "초선의원들조차 당 내부의 추악한 대권 경쟁에 휘둘린다면 17대 국회 자체를 국민들이 외면하게 될 것"이라며 "17대 국회 초선 의원들은 한국 정치발전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17대 국회의 초심을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정치권이 국민적 지지를 회복하고, 미래를 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경색정국 해소와 국회정상화를 위한 초선의원 공개토론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전술 3. '폭설'의 압박] "대책 마련해야하는데 한나라당이"

폭설로 재해를 입은 호남지역의 대책 마련도 압박요인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4월 양양 산불, 10월 '상주 참사' 등 각종 재난·재해가 있을 때마다 긴급히 당 차원의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현지 조사활동을 벌이며 발빠른 대처를 자랑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지난 4일부터 18일까지 14일째 내린 폭설로 호남은 전남 1488억원, 전북 370억원, 광주 55억원 등 피해 추산액만 1913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지만, 한나라당은 그간 장외투쟁에만 '올인'했을 뿐 폭설 대책엔 무관심했다. 19일에서야 서병수 정책위의장 등이 현지조사를 위해 내려갔을 뿐이다.

호남에선 정부가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바라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등원 거부로 국회는 결의안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

더구나 호남은 한나라당이 '전략지역'으로 내세우고 있는 곳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해부터 당 지역화합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정의화 의원)를 구성해 '호남 끌어안기'를 시도해왔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의 무관심으로 결국 한나라당의 '호남 끌어안기'는 생색내기용 아니냐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이 때를 놓칠세라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역시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호남 폭설 피해를 외면해왔다'(유종필 대변인)는 민주당의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이를 이용해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을 공격하고 있는 것.

열린우리당은 "피해를 본 농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으로 차질이 생겼다"(정세균 의장) "(한나라당의 등원 거부로) 국회가 구호활동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유선호 비상집행위원)며 한나라당의 등원을 압박했다.

▲ 손학규 경기도지사(오른쪽에서두번째)는 경기도내 새마을회, 해병전우회, 대학생, 공무원 등 250명과 함께 지난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전남지역 복구지원활동을 벌였다. 손 지사가 박준영 전남도지사와 함께 비닐하우스의 눈을 털어내고 있다.
ⓒ 전남도청

[전술 4. 사학법 논리 공방] "'한나라당 식구' 연루된 비리 많다"

열린우리당은 전·현직 한나라당 인사들이 사학 비리에 연루된 점도 빠뜨리지 않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개정 사학법=사학비리 척결을 위한 법'인데 이를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속내는 바로 자신들이 사학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서영교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한나라당 식구'들이 개입되어 있는 사학비리는 너무도 많다. 그 중 최근 것, 황당한 것들을 살펴보자"며 일련의 사건들을 열거했다.

특히 서 부대변인은 박근혜 대표가 이사장이었던 영남대 사건에 초점을 맞췄다. 서 부대변인은 "29살의 박근혜 대표가 이사장으로 갔던 영남대도 부정입학으로 당시 박 이사 측근들이 수억원의 돈을 챙기는 바람에 박 대표가 이사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며 "이것도 대표적인 사학 비리가 아니냐"고 쏘아부쳤다. 이어 서 부대변인은 디지털대 설립자이자 부총장인 황인태 전 박근혜 대표 특보가 학교 돈 38억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된 일도 거론했다.

이와 함께 서 부대변인은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인 홍문종 전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경민학원 사건을 구체적 사례로 제시했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부장 임채원)는 지난 14일 회계조작을 통해 교비와 국고보조금 2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민대학 학장 홍우준(82)씨를 구속했다. 홍씨는 홍문종 위원장의 아버지이다. 경민학원의 이사장인 홍 위원장도 지난 달 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 부대변인은 "지난 14일 홍문종 위원장의 아버지가 구속됐다"며 "경민사학 이사장인 홍 위원장이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팔순이 넘은 아버지에게 자신들의 비리를 모두 떠넘겼기 때문"이라고 몰아붙였다.

서 부대변인은 "아들은 이사장, 아버지는 학장으로 있으면서 국고 보조금을 35억 5천만원이나 횡령했던 것"이라며 "철저히 수사해 책임자를 확실히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부대변인은 박재욱 전 의원이 연루된 경북 외국어테크노대와 대구외국어대 사건도 예로 들었다.

지난 해 교육부 감사 결과, 경북 외국어테크노대 설립자인 한 박 전 의원은 학생 등록금 통장 등에서 교비 118억5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 전 의원은 대구외국어대 설립 과정에서도 법인설립 허가 신청서에 35억6200만원을 출연하는 것처럼 기재해 설립 허가를 받았으나 실제 5억4800만원만 출연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서 부대변인은 "박 전 의원의 경북 외국어테크노대와 대구외국어대 사학비리는 초절정"이라며 "당시 총 비리액수가 445억에 이른다"고 비꼬았다.

서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을 반대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며 "자신들이 사립학교 비리의 핵심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야유했다.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은 `날치기`한 사학법이 무효화되기까지 국회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전술 5. '여론'으로 압박] "당내에서도 이견 있지 않나"

각종 언론사가 실시하는 여론조사 또한 한나라당의 편이 아니다. <한겨레>(19일자)가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61.2%로 '동의한다'(30%)보다 우세했고,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동의(53.7%)가 반대(32.3%)를 크게 앞섰다.

한나라당 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장외투쟁에 대한 이견도 공격의 구실이 되고 있다. 민병두 기획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상집행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표를 향해 "한나라당 내에서도 많은 의원들이 '명분없는 투쟁을 왜 계속해야 하느냐'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꼬집었다.

또 민 위원장은 "박 대표는 당내 여론부터 귀기울이라"며 박 대표가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 "장외투쟁에 반대 의견을 있으면 이 자리에서 의사 표현을 하라"며 '입단속'에 나선 일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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