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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지난 1월 황우석 교수로부터 배아줄기세포 6개의 오염 사실을 듣고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오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장관(사진)도 황 교수로부터 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 과학기술분야 최고위급 책임자들의 '허술한 보고 체계'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는 18일 오명 부총리가 지난 1월 황 교수로부터 연구실 오염 사실을 구두로 직접 들은 바 있다고 밝혔다.

과기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월 11일 황 교수가 대상을 받은 한 수상식에서 소감을 발표하던 중 "연구실에 사고가 발생해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여러분의 성원이 워낙 커서 다시 마음을 잡고 연구해 매진해 극복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오명 부총리가 들었다고 전했다.

과기부는 또 황 교수가 수상 직후 오명 부총리에게 다가와 "실험실 일부가 오염되었다, 실험실 환경이 열악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과기부는 당시 오 부총리가 "새 연구동이 이미 설계 중에 있으니 용기를 내 연구에 임하라"고 황 교수를 격려했다고 전했다. 이날 황 교수와 오 부총리가 참석한 행사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 연구원이 시상하는 '한국알리기디딤돌상' 수상식이었다고 과기부는 밝혔다.

하지만 과기부는 여전히 황 교수 연구팀으로부터의 공식보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김병준·박기영 이어 오명 장관까지... 과학기술 보고체계 '구멍'

박 보좌관에 이어 오 부총리도 '줄기세포 오염'을 사전에 알았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청와대의 안이한 대응을 질책하는 목소리도 거세질 전망이다. 오 부총리가 황 교수로부터 오염 사고 소식을 접하고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면 참여정부의 보고 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현 정부의 과학기술분야를 담당하는 최고 책임자들이 중대한 사실을 접하고도 이를 무시했다는 비난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 17일 박기영 청와대 보좌관도 "(올해 1월초) 당시 황 교수로부터 오염사실을 구두로 통보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보좌관 역시 이를 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청와대 핵심 참모의 한 사람인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도 '가짜 줄기세포 논란' 전말을 듣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이미 드러났다. 황 교수의 자문변호사 역할을 했던 김형태 변호사는 1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1월 28일 이번 사태에 대한 자세한 보고가 청와대로 올라갔지만 고위직에서 묵살됐다"고 밝혔다. 이 '고위직'은 나중에 김병준 실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청와대와 정부 핵심 인사들이 줄기세포 오염 등 황 교수와 관련된 사건을 알고도 묵살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감싸기'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황금박쥐(황우석-김병준-박기영-진대제)'라 불리는 실세들이 황 교수를 참여정부의 간판 스타로 키우기 위해 거액을 지원하면서도 문제는 덮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책임론'도 뒤따른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18일 논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김병준 정책실장, 박기영 정보과학기술 보좌관은 파면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과기부 보도자료 전문.

◇연구실 오염관련 과기부 보고여부

과학기술부는 줄기세포 오염사실을 과기부가 보고받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황교수로부터 공식보고는 없었지만, 혹 오해가 있을지 몰라 다음과 같은 사실이 있었음을 밝힘.

오명 부총리는 금년 1월 11일 오후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 연구원의 '한국 알리기 디딤돌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황우석교수가 100여명의 청중이 있는 자리에서 수상소감 발표중 "연구실에서 사고가 발생해서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여러분의 성원이 워낙 커서 다시 마음을 잡고 연구에 매진하여 극복하겠다"라는 요지의 말을 들었음.

또 수상후 오 부총리에게 "실험실 일부가 오염되었다. 실험실 환경이 열악하다"고 해서, 오명 부총리는 "새 연구동이 이미 설계중에 있으니, 용기를 내어 연구에 임하라"고 격려해 주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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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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