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을 국빈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16일 서울공항으로 귀국해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백승렬

19일로 당선 3주년을 맞은 노무현 대통령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의 오랜 동지이자 핵심참모인 문재인 민정수석이 최근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연구 진위 논란과 관련해 김병준 정책실장과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에 대한 경질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사학법 개정안 통과로 인한 여야 대치 상황이 부동산정책 입법과 예산안 처리 등을 지연시키고 있고, 2002년 대선자금 문제도 언제든지 야당에 의해 다시 정치쟁점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마땅한 대안 없어 고민인 문재인 수석

▲ 문재인 시민사회수석. 문 수석은 최근 건강상의 이유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왕수석'으로 불릴 정도로 청와대 핵심 실세인 문재인 수석은 지난 8일 노 대통령이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참석차 출국하기 전 고혈압과 안압 상승 등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문 수석의 사의 표명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는 지난 13일 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사실을 민정수석실에 통보했다고 한다.

또 최근 민정수석실이 누군가로부터 MBC < PD수첩 >팀의 줄기세포 의혹 취재를 막기 위해 '사법처리'(형사처벌)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민정수석실이 검토 끝에 '형사처벌 불가' 의견을 개진하긴 했지만, 이래저래 문 민정수석에게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현재 노 대통령은 문 수석의 사의 표명에 대해 어떤 반응도 내놓고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호철 국정상황실장이 민정수석으로 내부승진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현재로선 마땅한 대안이 없어 교체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 대통령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등은 황우석 사태와 관련해 김병준 정책실장과 박기영 보좌관의 파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심지어 노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18일 "엄청난 황우석 교수 논란의 중심에 청와대가 있었다"며 "'황금박쥐'다 뭐다 해서 청와대와 정부 실세들이 마치 황 교수의 동지이고 황 교수의 연구성과가 현정부의 성과인 것처럼 과시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청와대 개입과 은폐·축소 여부에 대해 국민 앞에 해명해야 한다"고 노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중요국책사업이라며 대통령부터 정부 전체가 나선 줄기세포연구 사업의 결정적 문제점에 대해 정책라인이 보고를 누락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문제"라며 김 실장과 박 보좌관에 이어 오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장관의 문책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황금박쥐' 불똥... 김병준 실정·박기영 보좌관 '흔들'

▲ 김병준 정책실장(왼쪽)과 박기영 정보과학기술 보좌관. 두 사람의 위치가 '황우석 불똥'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연합뉴스 김동진
특히 김병준 실장과 박기영 보좌관이 황우석 사태와 관련 중대한 사실을 알고도 보고하지 않아 두 사람에 대한 인책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사태가 이 정도에 이르면 두 사람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온 노 대통령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실장은 잘 알려진 것처럼 박 보좌관, 황 교수,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 등과 함께 한달에 한번씩 만나는 '황금박쥐'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황금박쥐' 모임은 일종의 '권력내 네트워킹'으로 정부 차원의 황우석 지원 프로젝트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실장은 지난달 28일 황인성 시민사회수석과 함께 김형태 변호사(줄기세포 검증 과정에서 황 교수팀과 MBC < PD수첩 >팀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함)로부터 "황 교수 논문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를 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여기에다가 김 실장이 김 변호사를 만난 것을 두고 황 교수와 MBC 간에 중재를 시도했다는 눈총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는 중재설을 일축하면서 "당시 김 변호사와 만난 뒤 황 교수측에 '어떤 방식으로든 의혹 해소에 적극 나서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박기영 보좌관은 지난 1월 황 교수로부터 직접 "줄기세포 6개가 오염됐다"는 사실을 통보받고도 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실험을 하다 보면 오염이 될 수도 있다"는 식의 안일한 태도를 보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박 보좌관에 대한 책임론은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그는 이미 황 교수 줄기세포 연구에 불법 매매난자가 사용됐다는 윤리적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황 교수를 옹호해 눈총을 받았고, < PD수첩 > 취재팀의 취재와 관련해 편파적인 보고서를 노 대통령에게 올렸다는 의혹까지 받은 바 있다.

현재까지 청와대는 김 실장과 박 보좌관의 경질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김 실장과 박 보좌관에 대한 파면의 필요성을 들어본 바 없다"며 "두 사람에 대한 파면 요구는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문재인 수석과 김병준 실장이 청와대를 떠날 경우 노 대통령 취임 3주년을 앞두고 청와대 권력지도는 새롭게 재편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쇄신인사'를 피해온 노 대통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