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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개막식이 열린 홍콩 컨벤션-엑시비션 센터 앞바다에 한국인 시위대가 뛰어들어 반 WTO 구호를 외쳐대고 있다.
ⓒ AP=연합뉴스

이번 주 홍콩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끈 기사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세계의 빈국들을 돕기 위한 협상에 실패했다는 게 아니다. 그렇게 될 거라는 것은 이미 회의가 열리기 수주 전부터 예견돼 왔다.

가장 큰 뉴스는 이번 회의와 관련된 의제들을 전체적으로 보도하지 못한 홍콩 언론의 실패다. 홍콩 언론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사안의 실체를 보도하는 데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세계무역기국 회의가 열리기 수개월 전부터 현지 언론은 한국 시위대에 초점을 맞춰 그들이 홍콩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자살극도 벌일 거라는 추측을 부추겨왔다.

홍콩 출입국관리소는 공항에서 시위대원들을 구금하고 모욕했고 몇몇 이름이 알려진 시위대원들을 겨냥,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사용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홍콩 경찰은 이번 주 세계무역기구의 항의 시위에 대비, 지난 달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 회의에 사람들을 보내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전농의 걸개 그림
ⓒ 2005 D. 쿠트니코프
15일 홍콩의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민중투쟁 대표단의 대변인인 줄리 조는 "언론은 우리의 활동을 선정적인 관점에서만 다뤘다"고 말했다.

대표단의 일원인 이 첸은 현지 언론의 보도가 부정적이고 추측에 의존한 것들이라면서 일례로 자신들이 항의의 수단으로 자살을 벌일 것이라고 보도한 점을 들었다.

실제로 현지 언론들은 한국인들의 선정주의적인 행동에 중점을 뒀다. 2003년 이경해씨 자살 사건은 연일 인용돼 보도됐고 경찰과의 충돌과, 더러운 빅토리아 항에 뛰어든 한국 시위대의 모습이 반복 보도됐다. TV B의 한 기자는 폭력의 조짐이 전혀 없는데도 안전헬멧을 쓰고 나와 기사를 보도하다 시위대원들로부터 야유를 받기도 했다.

독자와 시청자들이 왜 그들이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 적절한 정보를 요구하자 언론들은 시위의 이유에 대해 보도하기 시작했다. 시위의 원인에 대해 귀를 기울이려는 현지 언론의, 안 그래도 미적지근한 태도는 한국 시위대원들이 시위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소식에 바로 식어버렸다.

영주에서 온 48세의 성승기는 "경찰이 우리의 진짜 적이 아니다"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더 큰 권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투쟁해야 하는 상황 속에 놓여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회의의 포스터
ⓒ 2005 D. 쿠트니코프
그는 한국이 90년대 후반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 그와 그의 동료 농민들의 생계가 파괴됐다고 말했다. 많은 한국 농민들이 엄청난 빚을 지고 있으며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 절망적인 행동들에 호소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1984년에 전국농민연맹에 가입한 농부 이하영씨는 연간 2400만원 버는 소득이 10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에 대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우리의 엄혹한 실상을 알아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절망스럽고 절박하며 분노한다”고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말했다.

20년 동안 배를 재배해온 한도숙은 13일 빅토리아 항에 뛰어든 시위대원들 중 한사람으로 "우리는 모두 한 마음 한 뜻이며 세계무역기구에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언제든 다시 뛰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시위대원들은 홍콩에서 가장 시위를 많이 하는 루엥 궉-헝 입법의원에게 한 수 지도해줬다. 루엥 쿽-헝 의원은 홍콩에서는 '장발'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그는 13일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 개막일에 한국 시위대원들과 함께 나섰다가 고춧가루 세례를 받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았다. 그는 한국 시위대원들의 전술과 규율에 감탄했다. "나는 지도자들에게 귀를 기울일지 아는 그들의 조직규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들에 비해 홍콩의 시위대원들은 너무 규율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15일 한국 시위대원들은 삼보일배의 방법으로 시위를 벌임으로써 경찰과 언론을 깜짝 놀라게 했다. 빅토리아 공원에서 완차이 시위 구역까지 1천여명이 불교식 항의방법으로 행진해갔다. 조는 "철저한 불교의식"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농민들이 15일 홍콩에서 WTO(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가 열리는 홍콩 컨벤션 센터로 향하면서 3보1배를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덧붙이는 글 | '홍콩 WTO 회의에서 각광받은 한국 시위대' 영어 기사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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