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황우석 박사가 올해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의 진실성 문제에서 시작해, 우리는 지금 줄기세포에 관한 논쟁에 몰입하고 있다.

그 문제 제기를 처음으로 전면에 끌어낸 것은 MBC의 < PD 수첩 >이었다. 그 이후 취재 과정에서의 강압성 논란을 비롯하여 노성일 이사장의 줄기세포는 없다는 고백, 그리고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이사장의 기자회견까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보통 한 분야의 연구자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 학부 입학해 별다른 일이 없는 한 학사 학위(B.S.)를 받는 것까지는 4년이 걸린다. 그리고 대학원에 입학하여 석사(M.S.)나 박사학위(Ph. D. 혹은 Sc. D.)를 받는 데 석사의 경우 짧게는 2년 정도 걸리고, 보통 박사학위까지 받으려면 7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자연 과학을 연구하는 분야에서는 졸업 후 독립된 연구자가 되기 위해 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에 박사후 과정(Post Doc.)을 밟는 것이 보통인데 이 과정만 보통 2년에서 3년 정도가 걸린다. 그러므로 박사학위를 받고 하나의 독립된 연구자로서 인정 받기 위한 시간은 보통 13년 이상이 걸리는 것이다.

연구자 혹은 연구 그룹이 연구를 진행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을 때는 그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과 자신이 생각하는 해석을 작성하여, 각 해당 분야의 저널에 투고한다. 그 이후에 투고된 논문은 보통 그 해당 분야의 저명한 학자들로 이루어진 편집자 집단에 의하여 그 논리성과 진실성이 검증되며, 별다른 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을 때 해당 저널에서 출판되게 된다.

이때 편집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제출된 논문의 논리성과 결과로서 그 논문이 얼만큼 독창적이고 의미 있는 결과를 제시했는가 하는 점이다.

과학자의 거짓말, 한번의 실수로도 가혹한 처벌

이러한 논문에 관한 평가와 검증은 대부분 제출된 논문에 제시되어진 자료의 객관성 및 정당성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에서 시작되며, 투고자는 논문 상에 그 자료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모든 근거를 밝히는 것이 의무이다.

심지어 연구를 진행하는 데 사용된 시료나 장비의 출처까지 모두 기재하며, 사용한 방법 또한 모두 기재한다. 즉, 논문을 투고하고 그것이 출판되는 것에 있어서 하나의 거짓됨이 없다는 것은 투고자나 편집자 및 심지어 독자들까지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대명제인 것이다.

그러나 간혹 이러한 대명제를 위반하는 연구자가 있는데, 그것에 대한 대가는 가혹하다. 대부분의 저널에서는 거짓 논문을 제출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연구자의 논문은 받지 않고,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 연구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된다. 자연적으로 해당 연구 분야에서 퇴출되게 되며, 다른 분야로 옮긴다고 하더라도 한 번 손상된 신뢰도는 되돌아 오지 않는다.

결국, 한 번의 잘못으로 하나의 독립된 연구자가 되기 위해 쌓아온 많은 시간과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으로, 모든 연구자는 자신이 실수로라도 거짓된 자료나 결과를 제시하지 않기 위하여 절치부심한다. 한 번의 실수가 얼마나 가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혹한 처벌을 학계에서 내리는 이유는 앞에서 말한 대명제, '연구 결과를 발표함에 있어서 하나의 거짓됨도 없다'는 전제를 어겼기 때문이다. 즉, 학자들은 이런 행위가 학문의 진실성을 매우 훼손하며 위협한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이것이 그 분야를 파국으로도 몰고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연구자 A가 다른 연구자 B의 연구 결과에 기반해 자신의 연구를 수십 년간 지속시켜 왔는데, 연구자 B의 결과가 거짓이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하여 과학계는 거짓으로 논문을 투고하고 출판한 연구자에게 그 사람의 과거 성과가 어찌되었든 간에 그렇게 가혹한 처벌을 내린다.

거짓 밝히면서도 "후속 연구 기다려달라"니

황우석 교수는 어제의 기자회견에서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제출할 당시 자신의 샘플이 모두 오염되어 존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것은 <사이언스>에 2005년도에 제출한 논문에 심각한 거짓이 있었음을 밝히는 것이었다. 그 진술 이후에 황 교수는 자기 자신은 후속 연구로 결과를 보일 테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황우석 교수는 자연과학계에서 지켜지고 있는 철칙이 자신에게는 예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논문 조작을 시도한 연구자가 여타 다른 이유로 용서된다면, 지금까지 견고하게 쌓아 올려진 자연과학의 방법들과 결과들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되어 버려, 자연과학은 그 학문으로서의 가치를 잃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나는 황우석 교수를 위에서 말한 철칙의 예외자로 만듦으로서 더 이상 자연과학을 자연과학이 아니게 만들고 싶지 않다. 즉, 나는 황우석 교수와 자연과학을 맞바꾸고 싶지 않다.

덧붙이는 글 | 이상우 기자는 미국의 미네소타 주립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