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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황우석 교수팀 줄기세포 DNA 지문분석의 조작 의혹을 '브릭'(생물학연구정보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처음 제기했던 젊은 과학도가 16일 새벽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필명 '아릉'으로 잘 알려진 네티즌이 그 주인공. 그는 지난 7일 브릭 게시판에 황 교수팀 줄기세포 DNA 지문분석 내용을 꼼꼼하게 검증한 글을 올려 황 교수팀 논문의 진위논란을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16일 새벽 현재의 심경을 '망연자실'이라는 표현으로 압축했다. "결국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모두에게 상처만" 남겼다는 것. 아릉은 "우리가 원한 것은 결코 이게 아닌데"라며 씁쓸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토론에 참여했던 브릭 회원들에게 감사의 뜻도 전했다. 그는 "끝까지 꺼지지 않았던 여러분들의 자그마한 불빛들이 모여서 그나마 세상을 밝힐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거대 언론의 잘못된 정보에 흔들리지 않으셨고, 포털들이 쏟아내는 의미없는 비난과 협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한 채 사실에 입각한 좋은 말씀들과 정보들을 공유해 주셔서 고맙다"고 밝혔다.

황 교수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아릉은 "스스로 엄청난 짐을 지셨고, 알게 모르게 전 국민이 떠밀듯이 올려드렸던 그 짐들을 이제는 훌훌 털어버리고 깨끗한 자연인으로 돌아오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다음은 ‘아릉’이 브릭에 남긴 글 전문이다.

지난 10여 일 동안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단지 논문내용의 자그마한 의문에 대한 대답을 듣고자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황 교수팀으로부터 끝내 그 대답을 듣지 못하고, 이제 더 이상 들을 것도 없는 것 같아 개인적인 마무리를 하고 평범하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한 일상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저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 논란에 대해 일반적인 '걱정'만 하고 있던 소심한 시민의 한사람에 불과하였습니다. 어쩌면 그 때문에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만을 놓고 문제점을 파악하고, 의문점을 소신껏 제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오늘의 결과를 접하고 보니 망연자실. 네, 망연자실이 맞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원한 것은 결코 이게 아닌데 말입니다.

작금의 상황에 적당한 말은 아니지만 이곳을 찾으시는 전공, 비전공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정에 휩싸이지 않으셨고, 일부 거대 언론들의 잘못된 정보에 흔들리지 않으셨고, 포털들이 쏟아내는 의미없는 비난과 협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한 채 사실에 입각한 좋은 말씀들과 정보들을 공유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끝까지 꺼지지 않았던 여러분들의 이 자그마한 불빛들이 모여서 그나마 세상을 밝힐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심히 걱정이 앞섭니다. 지금까지 보아왔듯이 서로서로 싸우기만 할 뿐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해결도 중요하지만 사실 가장 위로받아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여러분도 잘 아실 것입니다. 한편으로 그분들을 깊이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황우석 교수님께 당부드립니다. 스스로 엄청난 짐을 지셨고, 알게 모르게 전국민이 떠밀듯이 올려드렸던 그 짐들을 이제는 훌훌 털어버리고 깨끗한 자연인으로 돌아오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수십 명의 우수한 연구원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p.s.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불철주야 게시판을 중립적으로 총괄관리해주신 '관리자'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저도 몇 천 명에 불과하지만 게시판 관리자를 3~4년 해봤기 때문에 그 일이 얼마나 힘들고 까다로운 것인지 잘 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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