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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7일 노조를 설립한 태양기전 노조 최준석 지회장. 최 지회장은 지난 5일 아침 자신의 집앞에서 괴한으로부터 폭행당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오른쪽 팔목 부위에 멍이 선명하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장기간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의 한 하청업체에서 노조위원장이 괴한으로부터 피습당하는 등 폭력사태로 이어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노조 측은 삼성의 '무노조 정책'이 하청업체 노조 활동 탄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하청업체로 휴대폰 윈도우(액정보호창) 생산량의 70%를 공급하고 있는 (주)태양기전. 지난 11월 7일 이 업체에도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하지만 금속노조 태양기전지회 최준석(34) 위원장과 조합원들은 회사 앞 노상에 노조 사무실을 마련해야 했다. 회사에서 노조 사무실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는 회사뿐만 아니라 한파와도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10일 노조의 천막 사무실을 찾았을 때 조합원들은 '윙윙거리는' 발전기에서 끌어온 전기로 근근히 언 몸을 녹이고 있었다.

한달 넘은 '천막' 노조... 지회장은 괴한에게 피습

태양기전 사태가 세간에 알려지게 된 것은 노조위원장에 대한 '피습 사건'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5일 오전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다 괴한에게 난데없는 몽둥이 폭행을 당했다. 최 위원장이 휴대전화를 꺼내 신고하려고 하자 20대 중반의 괴한은 도망쳤다.

최 위원장은 당시 폭행으로 우흉부·전완부 좌상과 뇌진탕 증세로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그는 피습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비슷한 옷차림의 남자가 집 주변을 서성거렸던 점 등을 들어 '계획 범행'으로 추정하고, 그 배후에 회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난 11월 23일 새벽 4시에는 '회사 이아무개 상무 친구'라고 신분을 밝힌 40대 중반의 남성 2명이 천막을 찾아와 조합원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행패를 부렸다. 이들은 천막 안 집기와 가스통까지 뒤엎으며 폭력을 행사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조합원들의 차량훼손 등도 이어졌다고 한다.

회사는 노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근거없는 주장을 유포해 이미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면서 "경찰 조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노조위원장 피습사건은 대구 달성경찰서에서 수사하고 있지만 목격자가 없어 난항을 겪고 있다.

회사측 "회사 배후 말도 안돼" 명예훼손 고소장 제출

▲ 태양기전 노조가 공개한 폭력 사례.
ⓒ 태양기전 노동조합
태양기전의 노사 갈등은 지난 10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회사측이 전체 종업원을 대상으로 휴일근무 수당을 50% 삭감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월급 봉투를 받아보고서야 수당이 삭감된 것을 안 일부 직원들이 무더기로 조퇴하는 등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결국 회사측이 사과와 원상복귀를 약속하면서 사태는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회사는 오히려 11월 5일 당시 집단행동에 참여했던 하도급 용역업체 직원(비정규직) 등 9명을 해고(계약해지)했다. 결국 해고통보 이틀 뒤인 7일 직고용된 정규직과 하도급업체 비정규직 직원 등 160여명(전체직원 250여명)은 노조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노조는 결성 이후 ▲불법 파견 ▲비정규직 처우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회사측과 지금까지 모두 12차례 걸쳐 단체교섭을 벌였다. 노조는 그동안 회사측이 '도급' 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직고용된 정규직원들과 함께 일을 시키고 직접 지휘·감독하는 등 불법파견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최근 공고문을 통해 비정규직 직원 중 6개월 이상 근무자 68명을 직고용해 정규직화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6개월 미만자의 경우에도 추후 정규직화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노조 "정규직화 미끼, 노조와해 음모"

하지만 노조는 "회사측이 직고용 의사를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명단은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비정규 직원을 해고하거나 직고용을 빌미로 노조탈퇴를 회유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회사측은 지난 12일 노조 간부 등 조합원 6명을 추가로 해고조처했다.

뿐만 아니라 노조는 하도급 업체 직원들이 4대보험 혜택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정규직까지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받아 불만은 높았지만 정작 노조가 없어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다는 것.

조합원들이 바랐던 노조는 한달만에 위기에 봉착했다. 시간이 갈수록 노조를 탈퇴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60명으로 시작한 노조는 결성 한달 만에 60여명만 남았다. 그리고 탈퇴 조합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회사가 조합 간부들에게 1억원씩 줄테니까 노조를 탈퇴하라고 회유를 시도했다"면서 "일반 조합원들에게도 정규직화 시켜줄테니 노조를 탈퇴하고 친(親)회사단체에 가입하라고 직간접으로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무엇보다 회사가 원청업체인 삼성의 '무노조 원칙'을 이용하고 있고, 실제 조합원들도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 간부가 직원들을 불러 놓고 '삼성은 노조 있는 하청업체에 물량을 주지 않는다',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한다'며 무릎까지 꿇었다고 한다. 하지만 노조에 지목된 이 간부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사실무근"이라며 "비슷한 말을 한 적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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