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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과학 전공 서울대 젊은 교수 20여명이 8일 '황우석 논란'에 대해 자체 검증이 필요하다는 건의문을 총장에게 보냈다. 사진은 정운찬 서울대 총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생명과학을 전공한 서울대 젊은 교수 20여명이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사진뿐만 아니라 DNA 지문 분석 데이터 중 상당수가 석연치 않다며 재검증을 요구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서울대 교수들은 8일 정운찬 총장에게 보낸 건의문 '총장님께 드리는 글'에서 "황 교수팀의 논문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단순한 편집상의 오류라고 보기에는 무리한 부분이 많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수들은 "이미 공개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줄기세포 사진 뿐 아니라 줄기세포에 대한 DNA 지문 분석 데이터 중 상당수가 석연치 않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또 "이미 <네이처>지 등에서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한 상황이며 피츠버그 대학에서도 과학진실성위원회를 가동하여 자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며 "이런 시점에서 핵심 당사자인 서울대학교의 자체 진상조사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총장님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혀 서울대 자체 논문 재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수들은 건의문에서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서울대 차원의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파문을 여론에 편승해 덮으려고 해서도 안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 진위 문제가 국내외적으로 제기된 이상 이것을 여론에 편승한 감정적 애국주의로 덮을 문제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논문의 진실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 반드시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것이 국제적 관례이며 일차적인 조사 주체는 해당 연구자의 소속 기관"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서울대가 자체적으로 '과학진실성위원회'를 구성해 논문 재검증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 교수들이 '논문 재검증'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서면서 정운찬 총장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서울대 담장 밖에서는 생명공학감시연대 등 시민·과학자 단체들의 논문 재검증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앞서 정 총장도 8일 오후 정례 학·처장단 회의를 통해 교내 보직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서울대는 조만간 간부회의를 열어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음은 서울대 교수들이 보낸 '총장님께 드리는 글' 전문.

총장님께 드리는 글

저희 서명 교수들은 과학자의 양심을 믿는 생명과학 관련 전문가로서 그동안 황우석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2005년 Science)의 진위 문제에 대하여 예의주시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논문에 대한 진위문제가 심각히 제기된 상황에서 생명과학 관련 전문가로서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이나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 것을 진심으로 반성합니다.

결과적으로 과학의 문제가 언론, 정치인들을 포함한 비전문가들에 의해서 논의됨으로써 진실여부와 상관없이 대다수 국민들을 큰 혼란 상태에 빠져들도록 방치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희는 생명과학의 발전을 위하여 더욱 노력할 것이고, 더불어 진실된 과학이 인정받는 성숙된 과학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네이처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국제 학계에서는 황우석 교수의 논문에 대한 진위문제가 명확하게 규명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저희는 과학의 진실성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다음과 같은 간곡한 요청을 드리고자 합니다.

1.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는 상설의 '과학진실성위원회(Office of Scientific Integrity)'를 두고 내부 제보의 창구로 역할을 하며 과학자의 연구 윤리에 대한 감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을 지향하는 서울대학교에 과학적 진실을 추구하는 연구자의 윤리를 감독할 공식 시스템이 부재했다는 점이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의 부재로, 황우석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의 진위에 대한 내부 제보가 불행히도 언론에 먼저 공개됨으로써 지금과 같은 국가적 혼란이 야기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이에 저희는 총장님께서 우리 과학의 진실성이 담보될 수 있는 시스템을 서울대학교 내에 확립해 주실 것을 건의드립니다.

2.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 진위 문제가 국내외적으로 제기된 이상, 이것을 여론에 편승한 감정적 애국주의로 덮을 문제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논문의 진실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 반드시 진상 조사가 진행되는 것이 국제적 관례이며, 일차적인 조사 주체는 해당연구자의 소속기관입니다.(현재 동경대의 Taira 교수의 논문에 대해서도 자체 진상 조사가 진행 중임) 미국의 경우 의혹이 제기된 연구에 관련된 각종 기록과 증거를 연구자가 제시하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제기된 의혹을 인정하는 증거로 받아들여집니다(미 보건성 산하 과학진실성위원회 규정). 복제양 돌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연구 논문에 대한 진실성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연구당사자들의 협조 하에 철저한 과학적 재검증을 거쳐 의혹을 해소한 바 있습니다.

서울대학교가 대학 차원에서 과학진실성 위원회를 구성하여 황 교수팀의 논문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철저히 재검증하는 것만이 향후 서울대학교에서 수행되는 모든 연구가 국제적 신뢰를 잃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미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을 외면한다면 해당 연구자의 소속기관인 서울대학교의 공신력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수행되는 연구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3. 저희는 황우석 교수팀의 환자 맞춤 줄기세포에 관한 사이언스 논문의 내용이 사실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러나 생명과학 분야의 전문가로서 황 교수팀의 논문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단순한 편집상의 오류라고 보기에는 무리한 부분이 많다고 판단합니다. 이미 공개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줄기세포 사진뿐 아니라 줄기세포에 대한 DNA 지문 분석 데이터 중 상당수가 석연치 않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은 진실만이 생명입니다. 지금 우리가 침묵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과학이 국제적 신뢰를 상실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돌이킬 수 없는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합니다.

이미 네이처지 등에서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한 상황이며, 피츠버그 대학에서도 과학진실성위원회를 가동하여 자체 진상 조사에 착수하였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핵심 당사자인 서울대학교의 자체 진상조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총장님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 1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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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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