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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18일 부산 수영구 수영1호교에서 한 의경이 반 APEC 시위를 대비하기 위한 컨테이너 앞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경찰은 부산 시내에서 제1차 정상회의장인 해운대 벡스코(BEXCO)로 진입하는 통로인 수영1호교 주변에 반 APEC 단체들이 과격 집회를 벌이는 경우 다리를 봉쇄하기 위해 컨테이너 20여 개를 준비해 두었다.
ⓒ 연합뉴스 박성진
"이쪽은 안되고… 어데로 돌아가라고? 그럼 삥 도는데… 여서 걸어가면 게 안되겠심니꺼?"

택시기사 정아무개씨는 기자에게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공식적으로 열리는 18일 아침 부산 거리는 한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리에는 좀처럼 시민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고, 부산 서면과 주요 도로에는 정·사복 경찰만이 눈에 띄었다.

실제로 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산은 18~19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했고, 대부분 관공서와 학교, 일부 기업 등은 아예 휴무에 들어갔다. APEC 최고경영자회의(CEO Summit)가 열리는 부산 서면의 롯데호텔 인근 도로는 수십여대의 경찰 차량으로 메워져 있다.

호텔과 맞붙어있는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은 이날 하루 휴점에 들어갔고, 정문과 후문에 휴점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호텔과 연결되는 서면 지하차도에도 수백여명의 정사복 경찰이 배치됐으며, 호텔에 입장하기 위해선 3중·4중의 보안검색을 거쳐야 할 정도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미 10여일전부터 18일 하루 휴점을 시민들에게 알렸다"면서 "호텔에서 열리는 APEC 최고경영자 회의 등에 대비해 검색대를 설치했고, 성공적으로 회의가 진행되도록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벡스코 연결되는 인근 도로 패쇄

이같은 검문검색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산지역 전역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특히 1차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인 해운대, 광안대교, 벡스코 주변 도로는 아예 통행금지 구역으로 돼있다.

특히 부산시내에서 벡스코, 해운대 등으로 들어가는 수영 1호교 등 모든 다리 입구에는 수십여대의 경찰 버스와 대형 컨테이너로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입구에는 수십여명의 경찰이 모든 차량에 대해 정밀 검문검색이 이뤄졌다.

사실상 일반인의 벡스코 인근 접근 자체가 차단됐고, 행사 관계자들이나 취재진조차 전시장 출입이 매우 까다로워졌다. 전시장 주변의 노란색 폴리스라인(경찰통제구역)에서는 말을 탄 채 주변 순찰을 도는 경찰도 눈에 띄었고, 개인화기로 중무장한 경찰 특공대의 모습도 보였다.

정상들의 숙소가 있는 해운대 주변도 상황은 마찬가지. 해운대 해수욕장의 백사장에는 일반 시민의 발걸음이 뚝 끊겼고, 숙소 주변의 백사장은 아예 출입금지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APEC 정상회의 공식 개막

한편 이날 오후 2시부터 벡스코에서는 21개 APEC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상회의가 공식 개막된다. APEC은 지난 12일부터 고위 관리급 회의를 시작으로 일주일동안 열리고 있지만, 회원국 정상이 모두 모여 회의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정상회의에는 의장인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등 21개국 회원국 정상 또는 대표가 참석한다.

1차 회의는 주로 경제와 통상분야에 대해 진행된다. 주제는 '무역자유화의 진전'이다. 회의에서는 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각각 2010년과 2020년까지 무역투자 자유화를 이루기로 한 '보고르 선언'의 목표 달성을 위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또 보고르 선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인 '부산 로드맵'도 발표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롯데호텔에서 열린 최고경영자회의 기조연설에서 "APEC 지도자들은 보고르 목표 달성 위한 방안을 협의하고, 부산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로드맵은 세계무역기구(WTO) 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 진전과 자유무역 협정 체결을 통한 무역자유화 등 구체적인 방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회의를 마친 각국 정상들은 벡스코 1층에 마련된 IT전시회를 관람한 뒤 자리를 옮겨 만찬 및 문화공연을 감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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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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