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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락폭포 주변으로 가을이 물들고 있다
ⓒ 김정수
▲ 수락계곡이 단풍으로 서서히 물들고 있다
ⓒ 김정수
▲ 수라계곡 옆의 철계단을 등산객이 오르고 있다
ⓒ 김정수
지난 10월말 대둔산 단풍여행에 나섰다. 새벽 6시에 출발해서 가는 길에 무주 덕유산의 칠연계곡에 들렀다. 칠연계곡에서 칠연폭포 구간의 단풍을 촬영한 후 대둔산으로 향했다.

대둔산하면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의 케이블카가 있는 구간이 제일 유명하지만 필자는 논산의 벌골면 수락리로 향했다. 성수기임에도 이곳은 조용했다.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먹고는 삼각대와 카메라를 챙겨서 산행을 시작했다.

아직 등산로 입구 나무들의 푸른 잎에서 싱그러움이 묻어났다. 수렴폭포에 이르자 나무들이 노란색이나 빨간색으로 서서히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폭포에 삼각대를 세우고 촬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가뭄으로 인해 물이 마른 상태인데다 아직 완전히 단풍옷으로 갈아입은 상태가 아니라 생각만큼 멋진 그림은 아니다.

수락폭포에서 갈림길이 시작되는데, 철계단을 올라서 마천암 방면으로 향했다. 석천암에 이르기 전에 중간에 등산지도에는 없는 마천대 방면의 새로운 길이 보였다. 계산을 해보니 원래 계획한 장군절터와 수락리마애불을 거쳐서 가는 구간보다 1km 가량 가깝다. 이미 무주 칠연계곡-칠연폭포 구간에서 2시간 넘게 산행을 해서 약간 지친 터라 지름길로 들어섰다.이내 대둔산 주능선과 이어진다.

주능선 앞에 펼쳐진 산자락은 울긋불긋한 색깔이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어 가을이 산속 깊숙이 파고들었음을 잘 말해준다. 역시 가을이란 녀석은 산꼭대기에서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 대둔산 정상의 마천대에 개척탑이 우뚝 솟아 있다
ⓒ 김정수
▲ 삼선계단과 금강구름다리 주변이 가을로 물들고 있다
ⓒ 김정수
▲ 대둔산 주능선 주변이 단풍으로 물들었다
ⓒ 김정수

오후 4시가 다되어서야 정상인 마천대에 도착했다. 2시간이면 도착하는 정상에 사진촬영을 하느라 1시간가량 늦게 도달했다. 해발 878m의 산 정상에 자리한 바위가 마천대이다. 정상에는 개척탑이 하늘에 닿을 듯 우뚝 솟아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 자체가 한폭의 풍경화가 같다. 멀리 마이산과 덕유산, 지리산 등이 손에 잡힐 듯 펼쳐져 있다. 완주군 방면으로 눈을 돌리면 발 아래로 삼선계단과 금강 구름다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경관이 압권이다.

삼선계단은 길이 36m로 127계단이 경사도 51도의 각도로 세워져 있다. 그 아래의 금강 구름다리는 50m 길이의 다리로 높이는 81m에 이른다. 정상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던 단풍은 삼선계단까지만 아름다운 색깔을 띠고 있는데, 그 아래쪽으로는 푸른빛을 띠고 있다. 금강 구름다리 주변도 아주 조금 붉은 색을 띠고 있을 뿐이다. 가을 역시 가파른 산비탈을 내려가느라 지쳐서 계단에서 잠시 쉬고 있는 것일 게다. 구름다리는 완전문제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건널 수 없기 때문에 정체로 인해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삼선계단과 구름다리가 잘 보이는 자리에다 삼각대를 세우고 가을을 담기 시작했다. 디지털카메라로만 찍다가 이곳에서는 슬라이드 필름이 든 수동카메라라도 여러 컷 찍었다. 제대로 된 가을은 슬라이드에 담겨야 그 빛이 온전히 되살아나는 법이다. 역시 묵직한 필름카메라의 셔터소리가 정답게 들린다. 가을을 담는데 메모리카드 하나를 다 쓰고도 막상 내 얼굴이 들어간 기념사진은 1장만 찍었다.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부랴부랴 내려갈 준비를 했다. 하산을 시작한지 20분도 안되어서 노을이 지며 해가 사라졌다. 산은 단풍으로 물들고, 하늘마저 노을로 발갛게 물들자 내 가슴도 함께 물든다. 노을도 카메라에 담고 싶지만, 산이 이내 어두워질 거라는 생각에 서둘러 발길을 재촉했다. 하산길은 220계단으로 택했다. 10계단마다 숫자가 새겨진 계단을 다 내려서자 완전히 어두워졌다.

▲ 단풍이 물든 삼선계단을 등산객이 건너고 있다
ⓒ 김정수
▲ 금강구름다리를 건너는 등산객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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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으로 물든 대둔산 전경이 시원스럽다
ⓒ 김정수
▲ 하산길에 어둠이 내려앉은 220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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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대를 세우고 220계단 전경을 담기로 했다. 그런데 노출부족으로 아무 것도 안보였다. 셔터스피드를 30초로 설정해서야 이미지가 보일만큼 완전한 밤이 된 것이다. 그 시간이 오후 6시6분이다. 늦가을의 산은 그렇게 순식간에 암흑천지로 변해버렸다. 삼각대를 접고 다시 내려가려고 하는데 눈앞에 아무 것도 안보였다.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플래시를 켰다.

예전에 한동안 지리산에 미쳐 있을 때는 야간 산행을 참 많이 했었는데도, 오랜만에 예정에 없던 야간산행을 하게 되어 약간 무섭기도 했다. 때로는 푸드득 하고 날아오르는 꿩 울음소리에 놀라 발을 헛디뎌서 미끄러지기도 했다. 플래시에 의지해 거의 1시간을 더 내려와서야 주차장이 보였다.

저녁을 먹고 마산으로 돌아오니 밤12시가 거의 다되었다. 산 2곳의 단풍을 찍느라 8시간을 넘게 걷고, 6시간 정도를 운전한 탓에 녹초가 되어 잠이 들었다.

맛있는 집
대둔산 매표소 입구에 자리한 향원(041-734-5265)은 한방오리탕, 토종한방백숙, 토종닭도리탕이 입맛을 자극한다. 산채비빔밥과 육개장은 부담없는 한끼 식사로 좋다. 대둔산식당(041-733-9855)은 두부, 순두부, 도토리묵을 직접 만들어 판매해 정성이 담긴 손맛이 맛깔스럽다. 순두부백반, 비지장백반, 청국장백반의 구수하고 얼큰한 맛이 속을 든든하게 된다. 손칼국수, 보리밥, 토종백숙 등도 맛볼 수 있다.

교통정보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서대전 IC →논산방향 우회전 → 1번 국도 → 연산 4거리 → 벌곡방향으로 좌회전 → 639번 지방도 이용 → 벌곡면 소재지 3거리에서 우회전 → 68번 지방도 →도산 삼거리에서 우회전 →수락리 주차장

남부지방에서는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금산IC를 빠져나와 금산시내로 들어선 후 논산방면으로 가다보면 대둔산 이정표가 보인다.

대중교통
논산에서 수락행 버스가 하루 12회 운행된다. 첫차 06:10, 막차 20:05출발. 대전서부터미널에서 벌곡중학교행 버스가 하루 21회 운행된다. 금산에서는 도산행 버스를 타고 도산 하차후 다시 벌곡행으로 갈아탄다.


 

덧붙이는 글 |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며, CJ케이블넷 경남방송 리포터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등이 있다. 한류 열풍으로 인해 'TV 드라마 & 영화촬영지 여행"은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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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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