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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삼성SDI 울산공장 분신기도 방화사건으로 6개월간 입원치료를 받고 구속되기도 했던 남편을 뒷바라지 해오던 여성이 우울증에 시달리다 숨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삼성SDI 해고노동자 임아무개(42)씨 부인 이아무개(36·양산)씨가 13일 밤 집에서 쓰러져 병원에 옮겼으나 끝내 숨지고 말았다. 평소 우울증과 고혈압을 앓아오던 이씨는 숨지기 하루 전날 소주 세병을 마신 뒤 쓰러져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남편 임씨는 서울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흉상 제막식'과 '전국노동자대회' 참석을 위해 12~13일 집을 비운 상태였다. 임씨가 13일 밤 10시50분경 집에 도착해보니 부인이 쓰러져 있었고, 곧바로 인근 소망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는 것.

임씨는 "집사람이 나의 병원 생활과 구속으로 인해 뒷바라지를 하면서 힘들었던 모양이다"면서 "삼성해고자복직투쟁 차원에서 서울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비웠는데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임아무개씨는 2003년 6월 5일 삼성SDI 울산공장에서 벌어진 분신기도 방화사건 관련자였다. 임씨 등 노동자 4명은 노사협의회 위원 선거에 회사 개입했다며 자신의 승용차를 회사 본관 앞에 세워놓고 휘발유를 부어 분신을 시도했다.

"분신기도했다가 방화범으로 구속"

임씨는 부산의 한 병원에서 6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았고, 검찰은 이들을 건물방화범으로 구속 기소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분신기도 사건을 어떻게 방화범으로 몰아가느냐"며 검찰에 대해 '삼성 장학생 검사'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임씨는 구속 6개월만에 2심에서 풀려났지만 복직은 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음식물쓰레기수거 등의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 왔다. 임씨 등과 함께 삼성해복투 활동을 하고 있는 송수근씨는 '회사에 의한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임씨가 병원에 있을 당시 부인이 너무나 힘들어 회사측과 합의를 한 뒤 병원비를 받은 모양인데, 구속된 뒤 합의했던 조건이 이행되지 않자 회사는 다시 합의금을 돌려받았다"면서 "부인은 합의금으로 병원비 등에 일부 지출한 뒤 되갚기 위해 돈을 빌린 모양인데, 그 일로 인해 마음의 고통이 심했다"고 말했다.

임씨와 부인 이씨 사이에는 올해 11살과 8살 난 남매가 있다. 이씨에 대한 장례식은 15일 치러질 예정이다. 이씨 빈소에는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를 비롯한 노동자들이 이씨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와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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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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