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오마이뉴스 이종호
덕담인가, 지지 발언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8일 여당 지도부를 지칭해 '정치적 계승자'라고 한 발언을 놓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이틀째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사진)는 9일 오전 KBS 및 평화방송 라디오와 잇달아 가진 인터뷰에서 "정통성은 우리에게 있으니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며 DJ 발언으로 다투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표는 "DJ의 호가 후광(後廣)이니 뒤가 넓어야 한다, 정치적 계승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여당 지도부를 비꼬기도 했다.

한 대표 "여당이 DJ의 정책보다 훨씬 좌경화"

한 대표는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만들었고, 민주당은 DJ가 몸담았던 정당이다. 어느 쪽이 더 정통성이 있겠냐"며 "모두가 (DJ 발언을) 유리한 대로 해석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DJ 정책을 실현하려는 사람들이 아니다. (여당의 정책이 ) DJ의 정책보다 훨씬 좌경화됐다는 게 일반국민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DJ의 발언이 양당 통합을 주문한 것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해석에 대해서도 극히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한 대표는 "통합을 전제로 한 얘기라면 (DJ가) 통합하라는 얘기를 했지, 왜 그런 덕담을 했겠냐?"며 "DJ가 통합하라는 얘기를 할 리도 없다. DJ에게 어떤 의미냐고 면담을 요청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양당 통합에 대한 질문이 계속 나오자 "요즘 정치권의 화두가 그렇게 없냐? 왜 자꾸 얘기가 나오지 모르겠다"고 짜증 섞인 반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을 전제로 "그런 사태가 당장 오리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런 사태가 오면 헤쳐모여 식의 얘기는 할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한 대표는 지난달 14일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DJ를 떠났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이제 독립해서 자기 갈 길을 가야지, DJ를 팔아서 당의 활로를 찾아서는 안된다는 얘기"라며 독자노선을 재차 강조했다.

"98년 취임 후 지금껏 근 10년간 자주 뵙지도 못했는데 (DJ 의중을) 어떻게 다 알겠냐? 민주당은 (당의 진로를) DJ에게 묻고 싶어도 매일 갈 수도 없고, 말씀도 잘 안 해주시기 때문에 이제는 독자적으로 자기 살림을 개척해야 한다."(평화방송 인터뷰)

그는 7일 뉴라이트전국연합 출범식에 참석한 것에 대해서도 "(뉴라이트 진영과) 연대를 하기 위해 간 것이 아니라 뉴라이트가 민주당처럼 중도실용노선을 지향해 달라는 얘기를 하기 위해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덕담 이상의 의미, 그러나 확대해석은..."
열린우리당, DJ 발언에 대만족

여당 지도부는 DJ 발언에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여당 지도부는 9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DJ의 덕담을 곱씹는 등 연신 흐뭇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당내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과의 합당론을 제기하고 지도부도 당내 여론의 추이를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DJ가 '합당에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 많았다.

정세균 의장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신감과 용기를 얻는 좋은 기회였다"며 "우리 당에게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겠지만, 그것만 노력할 것이 아니라 이미 이뤄낸 성과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라'는 말씀을 잘 새기겠다"고 말했다.

배기선 사무총장은 "집권 여당으로서 민주화와 인권보호, 남북평화통일 등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DJ의 정치적 자산을 확대 보전시켜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민주당과 불필요한 경쟁을 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밝혔다. 배 사무총장은 "DJ를 지지하는 모든 이들은 '민족 문제를 잘 풀라'는 뜻을 음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DJ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강래 의원은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덕담 이상의 의미가 있지만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열린우리당이 DJ를 배신했다는 주장의 근거는 이번 발언으로 사라지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선호 의원은 "우리 당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김 전 대통령의 지적을 되짚었다. 전날 DJ가 강 교수 사건과 관련한 '국가 정체성 논란'에 대한 여당의 대응 방식을 꼬집은 것에 아쉬움을 나타낸 것이다.

유 의원은 "언론에서 우리 당을 '좌편향'이라고 하는데, 우리 당은 강 교수를 지지하지 않을 뿐, 불구속 수사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우리 당이 마치 강 교수를 지지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분위기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우리들이 바라는 것은 확고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이고, 다만 한나라당이 생각하는 방식이 아니라 양극화, 중산층 붕괴 등을 해소하면서 사회 통합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