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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8일 오후 3시30분]

▲ 8일 오전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이 신임 인사차 김대중 전대통령을 예방,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희열

김대중 전 대통령은 8일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이 취임 인사차 예방한 자리에서 10·26 재선거 이후 어려움에 처한 우리당의 위기수습 방안과 진로 등에 대해 조언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한 여당 비상집행위원들을 향해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여러분이 나의 정치를 계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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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통령은 이어 "불교에서는 옷소매만 스쳐도 인연"이라며 "같은 당에서 함께 노력하는 분들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 당도 성공하고 여러분의 개인적·정치적 앞길도 성공하기를 바란다"며 '인연'을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계승자' 발언은 그간 정치 중립을 지켜오면서 말을 아껴왔던 것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열린우리당 지지율 하락의 근본 요인을 '전통적 지지의 이탈'로 꼽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같은 발언은 최근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민주당과의 재결합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우선 김 전 대통령은 "현재 당이 어려움에 빠진 이유는 여당이 '국민이 바라는 정치'에서 많이 부족한 정치를 하기 때문"이라며 경제와 민생에 전념해줄 것을 강조했다고 전병헌 열린우리당 대변인이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재선거 참패 이후 불거진 '청와대 책임론'에 대해 "대통령과 당은 대화와 합의를 통해서 긴밀한 협력과 협조를 이뤄야 한다"며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여당이 대통령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여당다운 모습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DJ "쉬운쪽에서 문제 해결 노력을 해야 보다 효과적"

김 전 대통령은 재선거 이전까지 한나라당 등 보수진영이 제기한 '국가 정체성 논란'에 대한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아쉬움을 표시했다.

"강정구 교수나 맥아더 동상 관련해서 열린우리당이 보다 명료한 태도를 보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뉴라이트 등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동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분명하게 잘못된 것이다. 강 교수의 입장에 대해 분명한 선을 긋고, 구속은 그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보다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맥아더 동상 철거에 대해서도 인천상륙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존재 어려웠다는 명쾌한 입장을 밝혔으면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신뢰를 얻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최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하락 원인과 해법도 제시했다.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의 지지가 약한 것은 정부 여당이 애쓰고 있는 것에 대해서 성과로서 인정하지 않으려는 부분 때문"이라면서 "이것은 국민이 열린우리당과 정부가 노력한 부분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으려는 문제도 있지만, 또 열심히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현재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최저인 것도 기본적으로 전통적 지지의 이탈이 근본 요인이니까 전통적 지지표에 대한 노력을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어려운 쪽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쉬운쪽에서 문제 해결 노력을 차근차근 해야 보다 효과적"이라고 충고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열린우리당이 어려운 점을 극복하는데 있어서 새로운 점을 찾으려 하지 말고 이미 당이 이룬 성과에서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정부 여당이 많은 노력과 성과를 이룬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겸허한 자세로 이해를 구하고, 국민과 함께 대화하면서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다시 획득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지혜로운 길"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과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은 "한반도와 4개 국가간 선린 우호 관계 속에서 한반도 평화 체제를 공고히 쌓아가는 것이 핵심 목표이자 우리의 절대적 이익"이라며 한미동맹·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세균 "저희들이 잘해야 되는데..."

정세균 의장은 김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며 "저희들이 잘 해야 되는데 김 전 대통령께 걱정을 끼친 것 같다"며 "잘 하려고 했는데, 선거도 그렇고 국민들 마음을 잘 살피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여당이 환골탈태하는 마음으로 많이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보여드리겠다"며 "청와대, 정부, 여당 등 범여권이 보다 안정적 신뢰받는 모습을 쌓기 위한 노력도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면담은 오전 10시30분부터 한시간 반 정도 이뤄졌고, 정세균 의장, 박병석·유선호·유기홍·김영춘 비상집행위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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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비상집행위원들이 DJ에게 밝힌 '이게 문제'

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인사차 방문한 여당 비상집행위원들을 향해 "당이 어려워 보이는데 문제의식 한 가지씩 말해보라"고 주문하자 위원들은 모두 "당의 구심력이 약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강래 의원은 "지금 여권이 위기인데다 위기 극복의 구심력이 어느 때보다 약한 상태"라며 "김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떠나셨지만 오늘은 예외적으로 열린우리당에게 따끔한 질책과 조언의 말씀을 달라"고 부탁했다. 유재건 의원도 "당의 구심력이 약해 상당히 많은 의견과 견해가 분출된다"고 말했다.

유선호 의원은 "현재 당이 처한 위기는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정책적 노력의 부족과 이로 인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는 정체성 부족에서 온 위기"라며 "당 정체성뿐만 아니라 당·정·청 관계도 안정적이고 긴밀한 소통의 관계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기홍 의원은 "6·15 정상회담을 발판으로 진전된 남북관계를 줄기차게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윤원호 의원은 "이제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많이 도와주고 지원했지만, 앞으로도 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도록 많은 지원과 지지를 바란다"고 부탁했다.

우상호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추라'는 말씀을 정치 초년생으로서 항상 가슴에 담고 그렇게 행동하고자 한다"고 한 말씀을 요청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 정무비서관을 지낸 김영춘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병문안 전화를 했다는 기사를 보고 반갑고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열린우리당의 문제 속에는 너무 많은 과제가 과부하에 걸린 상태"라며 "이런 상태에서 당이 지향하는 이상과 현실적 노력과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한데 그 지혜를 (김 전 대통령에게서) 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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