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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경찰특공대는 점거농성 공장의 벽면을 3m가량 뜯어내고 옥상으로 통하는 문을 차단했다(사진 원안). 사진은 지난 28일 사측 직원들이 물을 뿌려대고 있는 모습.
ⓒ 광주드림 안현주
현대하이스코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순천공장 점거농성이 1주일째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강제진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민주노총 동구지역협의회와 순천공장 앞에서 상황을 지켜본 민주노총 관계자 등에 따르면, 30일 오전 10시 20분께 경찰특공대가 크레인 5대를 점거 농성하고 있는 순천공장 B동 외벽을 뜯어냈다.

경찰, 강제진압 시도 임박... 가족들 "물만이라도 넣어달라는데"

경찰특공대는 B동과 인접해 있는 A동 옥상에서 절단기 등 장비를 이용해 차단막으로 보이는 부분을 사람들이 오갈 수 있을 정도로 3m가량 뜯어냈다. 또 B동 내부에서 옥상으로 통하는 출입문을 쇠붙이 등을 이용해 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농성자들의 저항을 막기 위해 소방호스 2개가 옥상에 배치됐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민주노총 관계자와 농성자가족대책위원회 회원 30여명이 격렬히 항의하며 공장안 진입을 시도했다. 가족들은 "먹을 것도 들여보내 주지않은 채 이렇게 할 수 있느냐"며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모르는데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진압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족대책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농성 노동자 가족 1명은 사측 경비용역업체 직원들에 의해 발로 걷어차이거나 바닥에 내팽겨져 실신하기도 했으며 여러 명이 타박상을 입었다.

동생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는 가족대책위 소속 K씨는 "안전대책도 없이 경찰이 강제진압을 시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강제진압하겠다는 것은 농성하는 사람들을 죽으라는 것이다"고 반발했다.

K씨는 또 "갖고 들어간 라면과 물도 모두 떨어졌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물이라도 들여보내 달라고 애원하는 가족들에게 폭력으로 나오고 있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편 사측 경비업체 직원들은 가족뿐 아니라 취재기자들에게도 완력을 이용해 취재를 방해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현재 경찰특공대는 옥상에 대기하고 있을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가족대책위 등은 "경찰이 진압작전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

경찰은 며칠 전부터 특공대를 공장에 대기시켰지만 직접 투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란 점에서 강제진압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경찰이 강제해산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진압할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남지방경찰청 한 관계자는 "본격적인 강제진압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면서 "막무가내로 진압에 들어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경찰은 중재노력을 하고 있다"며 "오늘(30일) 오전 조치는 안전상 작전에 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 가톨릭, 원불교 등 종교계 인사들이 29일 오후 초코파이와 물을 가져와 사측에 "농성노동자들에게 먹을 것이라도 전달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 뉴시스 박성태
현대하이스코 대화단절... 노동계 11월 4일 전국노동자대회 열어

한편 현대하이스코는 정계, 노동청, 지방자치단체 등의 중재를 잇따라 거부하고 있어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하이스코 측은 지난 27일 오전 처음으로 라상묵 공장장이 비정규직 노조와 자리를 함께 했다. 그러나 라 공장장은 "행정기관이 요구해 어쩔 수 없이 나왔다"면서 비정규직 노조와 대화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28일 조충훈 순천시장 등에 이어 29일 하이스코측은 중재를 위해 공장을 찾은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역시 문전박대했다.

이날 단 의원은 성명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자 4개 하청사가 직장폐쇄를 하고 120명을 집단해고한 것은 원청의 책임"이라며 "하이스코가 일상적인 도급관계에서 벌어진 일이라 자신들이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성토했다.

단 의원은 "노동부는 파견법상 원청의 부당행위를 처벌하기 어렵다지만 형법을 적용할 경우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며 "노동부가 안일한 행정으로 초기부터 일관해 사태를 악화시켰다"며 노동부를 비판했다.

이어 단 의원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파견 문제, 노동부 감독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며 "아울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사측과 경찰의 인권탄압에 대해서도 진상조사 뒤 국가인권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당일 오후 전국금속노조 500여명은 경찰이 공장 앞 집회를 허용하지 않아 순천시 조례동에서 집회를 열고 비정규직 노조인정 등을 촉구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현대하이스코 문제해결을 위해 오는 11월 4일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 예정이어서 경찰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 29일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중재에 나섰지만, 사측은 단 의원을 문전박대했다. 사측은 현재 사태해결을 위한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 뉴시스 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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