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현행 저작권법 제28조에 의하면 도서관에서 저작재산권자의 이용허락을 받지 않은 디지털 자료를 출력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다른 도서관으로 전송(열람)할 경우 문화관광부 장관이 정한 보상금을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하거나 공탁하도록 되어 있다.

보상금은 판매용 자료의 경우 1장 출력 시 5원, 1파일 열람 시 20원이며, 비판매용 자료는 1장 출력 시 3원, 1파일 열람 시 20원이다(적용기간 : 2004. 7. 1 ~ 2005. 12. 31, 문화관광부고시제2004-29호, 2004. 6. 8 관보).

그리고 저작권법 시행령 제3조의 3에 의거 문화관광부는 '한국복사전송권관리센터'(이하 센터)를 저작재산권자 단체로 지정하고, 각 도서관에서 징수되는 보상금을 지급받아 지적재산권자에게 보상금을 분배하는 일을 담당하게 했다.

이것이 이른바 '도서관보상금제도'다.

이 '도서관보상금제도'는 '저작권 보호'와 '디지털 도서관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 도입한 제도로 지난 2004년 7월 1일 시행했고, 현재 1년을 지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도입취지와는 다르게 도서관 현장에서 불만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과연 이 '도서관보상금제도'가 실효성은 있는지, 혹 문제점은 없는지 도서관 사서로서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나는 센터와 보상금 관련 약정을 체결한 전국 50개 공공도서관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2004년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6개월간 징수된 보상금이 어느 정도인지 조사를 하였다.

조사 결과, 50개 공공도서관 중 6개월간 징수한 보상금이 1만원이 넘는 도서관은 단 한 개관도 없었으며, 단 1원도 징수하지 않은 도서관은 무려 14개관이나 되었다. 50개 공공도서관에서 징수된 보상금은 총 5만원 정도였다. 이는 1개관 당 평균 1천원이 징수된 셈이다.

이처럼 징수금액 자체가 미미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지만 50개 도서관 가운데 30개관 이상이 과금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최소 30만원에서 최고 30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는 점 역시 큰 문제다. 달리 말하면 6개월에 1천원 징수하기 위해 최소 30만원에서 30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과금시스템 구축비용을 모두 회수하고 실질적으로 보상이 이루어지는 시점이 최소 150년 후라는 것이다.

좀 더 자세한 사항을 알아보고자 센터에 문의를 해 보니 2004년 하반기에 징수된 보상금 총액이 약 2천만원 정도이며, 10월 25일부터 이 중 25만원을 70명에게 분배할 계획이라고 했다. 1인당 평균 3600원인 셈이다.

덧붙여 총 보상금은 2천만원인데 25만원만 분배하는 이유는 저작재산권자 1인에게 분배할 수 있는 최소 금액이 2천원인데 현재 70명만이 이에 해당하며, 이들에게 지급할 보상금을 합하면 약 25만원이 된다는 것이다. 또 지급 최소금액을 2천원으로 산정한 것은 지급에 소요되는 은행 송금수수료, 전화비, 기타 행정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리하자면 보상금 1천원 징수하고자 과금시스템을 30만원에서 300만원 주고 도입하였고, 보상금보다 지급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징수된 보상금 가운데 80%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우리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고 한다. '도서관보상금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제기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비판매용 자료에까지 보상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대학도서관 사서와 이용자들이 가장 불만을 제기하는 부분이다.

먼저 대학도서관으로서는 비판매용 자료, 특히 이용률이 높은 학위논문의 경우 대학에서 직접 생산한 자료인데도 이를 보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돈을 들여 과금시스템을 도입해야 하고 또 대학에서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묘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또 도서관을 본관, 분관으로 나눠서 운영하는 대학의 경우 같은 기관인데도 온라인을 통해 자료를 전송하게 되면 보상금을 내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런 상황은 대학도서관에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대학도서관은 대부분 '도서관보상금제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도서관 이용자들 역시 판매용 자료에 대해서 보상금을 부과하는 것에는 수긍하고 있으나, 비판매용 자료를 돈을 내고 봐야 하는 현재 상황을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나 역시 현직 대학도서관 사서이기에 '도서관보상금제도'에 불만을 제기하는 이용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용자들은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비판매용인 학위논문의 경우 분명 카피레프트(지적재산권에 반대해 지적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 : 네이버 백과사전 인용)적 성격이 강한데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보상금을 징수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이용자들의 거부감으로 인해 보상금 징수대상 자료는 이용을 꺼리게 되니 자연 징수된 보상금이 미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도서관 이용자들이 이런 거부감으로 인해 폭 넓은 자료 활용을 하지 않는다면 본의 아니게 교육과 연구 활동의 질적 하락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도서관보상금제도'는 '저작권 보호'와 '디지털 도서관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고 있는 것이다.

1년에 보상금 몇 천 원 받는 것으로 자신의 권익을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할 저작재산권자가 과연 몇이나 될지 의심스럽고, 또 작은 것을 취하기 위해 너무 큰 것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우려스럽다.

사실 '도서관보상금제도'는 저작재산권자들의 요구나 합의로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저작재산권자들이 자신의 저작물 이용에 대해 돈으로 보상해 달라고 한 것도 아니다. 이는 문화관광부, 저작권 관련 단체, 국회가 신중한 검토없이 제도를 만들고 입법화 해 버린 졸속행정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도서관계 또한 이 제도가 시행되기 직전까지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막상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여기저기서 문제점이 발생하고 나자 부랴부랴 대책마련을 한다며 늑장대응을 한 잘못도 있다. 또 과거 자유롭게 이용하던 자료들이 갑자기 유료화 되어 버린 것에 대해 감정적 대응을 하는 면도 있다.

양비론을 제기하고 싶진 않지만 어찌 보면 모두의 졸속과 무관심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부터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법이나 제도는 항구적인 것이 아니다. 실효성이 없다면 개선하면 되는 것이다. '도서관보상금제도' 역시 애초에 목표한 '저작권 보호'와 '디지털 도서관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제도 개선하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직 사서로서 바람이 있다면 '도서관보상금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위해 문화관광부와 관련 단체들은 지난 1년간의 잘못된 과정들을 찬찬히 살펴봤으면 한다. 또 법리, 논리만을 가지고 다투는 소모적 논쟁보다는 도서관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고, 더 폭 넓은 의견을 수렴해 시행착오는 최소화 하고, 합리성과 효율성은 극대화 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 해 주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문동섭 기자는 현재 대학도서관 사서이며, '대학도서관디지털복제전송공동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