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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우문엔 우답이 나오기 마련이다. 잘못된 물음엔 잘못된 답변이 나온다는 것이다.

<국민일보>가 13일치 1면과 5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사립학교법 관련 설문조사 내용이 바로 그랬다. 이 신문은 1면 머리기사 제목에서 "고교생 학부모 절반, 개방형이사제 혼란만 가중"이라고 보도했다.

▲ <국민일보> 13일치 1면 기사.
ⓒ 국민일보 PDF
17일 현재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사립중고교법인연합회 등 사학 관련 사이트들은 이 기사를 일제히 첫 화면에 올려놨다. 국회 교육상임위 의원 사이트에도 이 내용이 국민여론으로 둔갑해 게시판 등에 뿌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 <국민일보> 보도 결과는 '개방형이사제를 포함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여태껏 국민 70% 이상의 찬성률을 나타낸 것과는 정반대였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설문의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신문이 1면 제목을 장식할 수 있도록 만든 설문 문항 <문6>은 다음과 같았다.

"선생님께서는 학교 이사회의 1/3을 학교 구성원으로 구성하게 되면 학교운영의 혼란만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십니까?"

다소 의도성이 있는 질문으로 보이지만 눈감아 버리기로 하자. 문제는 이 설문문항의 내용이 사실관계에서 전연 엉뚱한 내용이라는 점이다.

이 신문의 질문과 달리 '개방형이사제는 이사의 1/3을 학교 구성원으로 구성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립학교법에서는 '이사가 당해 학교법인의 교원과 직원을 겸할 수 없다'(사립학교법 제23조)고 못박고 있다.

<국민일보>가 설문에 적은 '개방형이사제'는 '학교 구성원인 교사, 학생, 학부모가 이사로 선임'될 수도 없을 뿐더러 여당이 추진하는 개방형이사제와도 인연이 없다. 여당 개정안을 보면 '개방형이사제는 이사의 3분의 1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가 추천하도록 하는 것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회의를 통해 추천하는 '교직원을 뺀 외부 인사'를 이사장이 선임하는 제도인 것이다.

왜 이 신문은 이런 상식에 가까운 내용을 결과적으로 왜곡한 것일까.

전체와 일부 헷갈리거나 숨긴 <국민일보>

이 신문은 또 1면 기사에서 "여야의 사립학교법 개정안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의 개방형 이사제와 한나라당의 공영이사제에 대해서는 찬성의견이 각각 46.8%와 40.7%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5면 기사에서도 "여야가 제출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의 개방형 이사제(46.8%)와 한나라당의 공영 이사제(40.7%)가 비슷한 지지율을 기록했다"고 적었다.

이 또한 잘못된 질문에 바탕한 것이었다. 이 신문이 진행한 설문 <문5> 보기를 보면 개방형이사제와 공영이사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① 이사회의 1/3을 학교 구성원으로 선임하는 열린우리당의 개방형이사제'
'② 학내기구가 3배수의 이사를 추천하고 이사회가 선임하는 한나라당의 공영이사제'

①의 개방형이사제에 대한 설명이 잘못된 것은 앞에 적은 것과 같다. 이 역시 진짜 문제는 전체와 일부를 혼돈했거나 외면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의 개방형이사제는 '전체' 사립학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의 공영이사제는 비리와 학내분규로 정상 운영이 어려운 '일부' 학교법인에만 적용되는 것(한나라당 개정안 25조)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이 비리와 학내분규가 있는 사학법인에 대해 전원 임시이사를 파견토록 하는 점에 비춰보면 한나라당 방안은 현행법보다 무척 완화된 내용인 것이다.

이를 밝히지 않은 채 개방형이사제와 공영이사제의 지지 정도를 묻는 일은 본말을 뒤바꾼 것이란 지적이다.

이 신문은 이 밖에도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찬반 의견(<문4>)을 물어놓고도 보도하지 않아 궁금함을 자아내게 했다.

기자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17일 이 신문 편집국장과 부국장에게 오전 오후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또한 이 기사를 쓴 기자 두 명은 "자신이 반론할 위치에 있지 않다. 오마이뉴스에 해명하고 싶지 않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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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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