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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사 보강 : 10일 저녁 8시45분]

김대중 전 대통령이 10일 돌연 입원했다.

김 전 대통령측은 "며칠 전부터 기력이 떨어지고 미열이 있었다"며 "염증 소견이 있어 이에 대한 검진이 필요하다는 주치의 권유로 오늘 오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3일로 예정된 김 전 대통령(사진)의 동경납치 생환 32주년 기념미사도 취소됐다.

당혹해하는 열린우리당, 배기선 사무총장 병원으로 급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돌연 입원 소식을 접한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매우 당혹스런 분위기다.

문희상 의장은 "소식을 듣고 당장 병원으로 가려했으나 김 전 대통령의 상태가 외부인을 만날 수 있는 상황인지 어떤지 몰라 일단 배기선 사무총장이 먼저 갔다"고 박영선 비서실장을 통해 전했다.

조금 뒤 김 전 대통령 병문안을 하고 돌아온 배 총장의 보고를 받은 이후, 문 의장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하면 내일(11일) 중으로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병헌 대변인을 통해 전했다. 한 측근은 "문 의장의 표정이 매우 안좋았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배기선 사무총장의 병문안 내용을 전했다. 배 총장은 김 전 대통령과 5분여 짧은 만남을 갖고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어르신 명예를 꼭 지키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셨다"고 전병헌 대변인이 전했다. 이어 배 총장은 "다른 걱정하지 말고 건강하십시오, 빨리 일어나십시오"라고 인사를 한 뒤 병실을 나왔다.

김 전 대통령 병실에는 가족들 외에 면회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으나 배 총장과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 외에는 면회가 불허되었다.

국정원 발표 성토 분위기

▲ 김대중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가운데 배기선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이 문병을 하기위해 병실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이상학
열린우리당은 국정원의 발표 이후 DJ와 현 정부의 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발생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원 소식에 사태가 더욱 나빠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병헌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참으로 건강하셨던 어른께서 국민의 정부 5년간 혼신을 다해 국정을 이끌어오시면서 건강을 잃으신 걸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며 "김 전 대통령이 하루 소식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하고, 쾌유하시길 온 당원이 두손 모아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 대변인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현실도 대통령의 건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루속히 뒤바뀐 현실을 바로 잡아 김 전 대통령이 건강하게 쾌유하시는 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는 "DJ와 현 정부의 갈등이 있다는 식으로 보는 것은 그분을 불명예스럽게 하는 것"이라며 "그릇이 큰 정치인을 함부로 깎아 내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동시에 국정원 발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재천 의원은 "DJ 정부 시절 국정원의 구조상 불법 도·감청이 불가능했다"며 "국정원이 우발적인 감청을 불법 도청으로 확대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핵심당직자는 "국정원이 최고의 정보기관으로서 발표가 좀더 정교했어야 했다"며 "본말이 전도된 상황에 대해 (국정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유선호 의원(전남도당 위원장)은 "국정원의 발표가 서툴렀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유 의원은 "국민의 정부 시절 설사 도청이 이뤄졌다 해도 문민정부와는 질적, 양적으로 매우 달랐을텐데 전 정권과 비슷하게 비춰지고 있다"며 "투명한 원칙 하에 조사가 이뤄진다면 인권의 가치를 누구보다 존중하는 호남 사람들이 동요할 리 없다"고 호남 민심을 의식했다.

전여옥 "노 대통령이 DJ 입원하게 만들었다" 공세
민주당 "DJ, 예상보다 크게 상심하신 듯"


반면 한나라당은 여권을 향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전여옥 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의 입원과 관련 "노 대통령이 나이 들어 쇠약해진 노(老) 대통령을 입원하게 만들었다"며 "아무리 의리 없고 배려 없는 정치판이지만 정말 너무한다"고 간략한 구두 논평을 냈다.

이에 대해 전병헌 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의 병환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서 비감을 느낀다"며 "아무리 정치권의 당리당략도 좋지만 지켜야 할 도리도 있고 최소한의 인간적인 본성만큼은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비꼬았다.

민주당의 유종필 대변인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게 상심하신 것 같다"며 "민주당으로서는 빠른 쾌유를 빌 뿐 더이상 할말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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