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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DJ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을 역임한 바 있는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민의 정부 시절에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 날 수 있는지 참으로 불가사의할 따름"이라며 "저는 정보라인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도청과 관련한 사항은 전혀 알 수 없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 둔다"고 말했다.

문희상 의장은 7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DJ 정부에서 이뤄진 불법 도감청 사실을 알았는지 밝히라는 야당의 공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문 의장은 "국정원은 '정보 차단의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옆방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혀 알 수가 없다"며 야당의 의혹 제기를 정치공세라 일축했다.

문 의장은 1998년 2월부터 98년 5월까지 국민의 정부 초대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았고 곧이어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이동, 1년여(1998년 5월∼1999년 6월) 재직했다. 문 의장에 앞서 이강래 현 열린우리당 의원이 3개월간 기조실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문 의장의 거듭된 해명에도 기조실장이 안기부 내에서 '원장'에 버금가는 실세라는 점을 들어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야당들의 의혹은 그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문 의장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는 기조실장의 위세가 대단했다고 하더라, 하지만 나는 그런 잘못된 관행을 개혁하기 위해 들어갔다"며 "안기부의 불법 도청에 대해서는 김용갑 의원 같은 분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김용갑 의원은 5공 군사정부가 들어선 뒤 초대 안기부 기조실장(1980∼1985년)을 맡았다.

문희상 "국회 거치지 않은 국정원 예산은 단 1원도 집행 안해"

문민정부 시절 안기부 도청 조직인 '미림팀' 정리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내가 오기 전) 이강래 전 기조실장이 많은 노력을 해서 불법 도청 수사관 상당수가 총무국 대기 상태로 있었고 나는 그들을 위무하면서 국정원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답했다.

미림팀은 1994년 6월 재조직되어 활동하다가 YS 정부 말기인 1997년 11월 대선 전 활동을 중단하고 1998년 4월 완전 해체되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문 의장은 미림팀이 공식해체된 직후, 5월 19일 기조실장으로 임명되었다.

문 의장은 "불법 도청 수사관들은 1년 뒤 다른 보직이 없으면 그만 둬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나는 전 국정원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나오는 그날까지 5급 이상의 직원을 한 명도 빠트리지 않고 매일 10∼15명씩 만나며 국민의 정부 3무(無) 정책, 즉 고문·불법도청·정치사찰 없는 국정원을 만드는 데 앞장서 달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 도감청이 이뤄졌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그전의 미림팀처럼 정권과 결탁해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치공작용 성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차별성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문 의장은 "국민의 정부에서 불법 도감청이 이뤄졌다는 것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하지만 확실한 것은 국민의 정부 들어서는 YS 시절과 같은 정치공작을 위한 '미림팀' 조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동시에 '합법적 감청'과도 선을 그었다. 문 의장은 "무한경쟁 시대에서 산업스파이활동을 포함해 감청 시설은 중요한 장비 중의 하나"라며 "감청 자체가 불법은 아니며 합법적인 감청 시설을 개발하는 것도 전혀 불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관련해 문 의장은 "나는 국회 정보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단 1원도 덧붙여 결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기조실장이 인사·예산·조직 등을 담당했다는 점을 들어 불법 도감청 사전 인지 여부를 지적하고 있다.

문 의장은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 관련, 대국민 사과 및 중간조사 결과 발표가 있기 하루 전 청와대로부터 내용을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8월 4일 청와대 담당 비서관으로부터 들었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도감청이 이뤄졌다는 내용을 전달받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당시 "무슨 소리냐, 뭐 잘못 안 것 아닌가, 명확하게 해라"라는 첫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끝으로 문 의장은 "미림사건을 통해 드러난 이번 사태는 5·16 군사쿠데타 이후 지속되어온 권위주의 체제에서의 음습한 모든 비리의 종합 결정판이며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정계·재계·언론계의 추악한 거래가 그 본질"이라며 "정치적 음모를 제기하거나 정파간 이간질에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7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원 기조실장은 과거와 위상이 달라 불법도청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1일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문민정부 시절 국정원 불법도청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문 의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우리당 "제3 검증기구, 6개월 활동시한 검토"

한편 열린우리당은 옛 안기부의 불법도청 테이프 274개의 내용 공개를 놓고 '제 3의 검증기구' 설치를 골자로 하는 특별법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병호 법률담당 부대표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학계, 종교계, 언론계 등 사회 원로로 '진실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최대 6개월 동안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부대표는 "2시간 짜리 테이프 274개를 검토하자면 하루에 3개씩 듣는다 해도 90일이 걸리기 때문에 6개월 정도의 활동기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3개월∼6개월 사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특별법에는 위원들이 개인적으로 테이프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통신비밀보호조항을 둬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등 엄격한 처벌 조항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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