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름 복판에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체중감량 열풍이다. 수영복을 입어야 할 일들이 많다보니 휴가 떠나기 며칠 전부터 거의 굶는가 하면 복부지방제거시술까지 무리한 시도들을 거리낌 없이 한다. 잉걸아빠도 건강을 위해 살을 빼본 적이 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했다. 단 기간에 살을 빼고 자만하다가 요요현상에 미끄러진 게 원인이다. 요요 걱정 없이 감량에 성공한 상태로 끈질기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2년 동안 헤르만 헤세의 알껍데기를 깨고 환골탈태한 사나이

지난 일요일(24일) 잉걸아빠는 거의 2년 만에 인천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왔다. 그 이야기는 이미 '이런 더위 사냥 어때요?'라는 기사로 올렸다. 그날 만난 친구 이거종을 오늘 소개하려 한다. 무서운 집념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했기 때문인데 무엇보다도 끈질긴 인내가 귀감거리다. 그는 동암역 앞 '건○치과' 원장으로 원래 기골이 굵기도 하지만 뚱뚱이 치과의사로 더 잘 알려진 사람이다. 오죽하면 별명이 '댕댕도사'이겠는가.

"어? 너…, 너 이거종 맞아? 어디 아프니? 몸이 왜 그래?"

그를 만나자마자 잉걸아빠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놀랄 수밖에 없는 게 세상에나, 몰라 볼 정도였던 것이다. 자세히 뜯어보니 다행히 얼굴에 병색은 없었지만 오랜 세월 내 눈에 익숙한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나를 마중 나온 것처럼 생경하기만 했다. 특히 그는 복부비만이 심각했는데 군살 하나 없이 잘록해진 허리는 가히 배우 권상우를 무색케 할 정도였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잉걸아빠는 더욱 놀랐다. 단 기간에 뺀 살이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한 달에 1kg씩만 목표를 잡고 실행한 결과였던 것이다. 눈곱만치라도 요요 낌새가 있으면 박차를 가해 2kg, 다시 안정되면 1kg씩, 그야말로 인내 없이는 가당치도 않은 긴 여정 끝에서 그는 웃고 있었다. 93kg에서 무려 22kg을 뺀 뒤 현재 71kg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단호히 못 박았다.

▲ 생긴 건 꼭 두꺼비 빼다 박은 인사가 독하기도 하다(두꺼비 상이 잘 산단다). 2 년 전만 해도 턱과 어깨가 하나였는데 저, 목 선 좀 봐. 세상에나!(05/07/24 인천)
ⓒ 이동환
잉걸아빠 같은 반거들충이는 흉내도 못 낼 일이다. 한 번 마음먹으면 반드시 이루고야 마는 성정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2년 만에 만난 친구 속 뒤집어놓으려고 작정한 것도 아니고,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잉걸아빠 마음보를 알면서 어찌 저런 모습으로 나타났더란 말이냐. 끓기 시작한 강샘을 못 이긴 잉걸아빠는 그예 눈초리가 찌륵, 찢어지고 말았다. 제 까짓 게 무슨 몸짱 아줌마도 아니고 왜 잉걸아빠 배알을 짓찧어 놓느냐 말이다.

질투에 잠시 숨을 못 고르던 잉걸아빠는 한참만에야 본령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 이런 체중 감량 방법은 모든 사람들에게 참다운 본이 될 만 하다고 생각했다. 홈쇼핑 채널마다 이런저런 건강보조식품을 내놓고 한 달에 몇 kg이 빠지느니 어쩌느니 침 튀기며 난리인 세상, 현수막 모아 붙인 곳마다 '한 달에 몇 kg 안 빠지면 100% 환불'이란 문구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세태에서는 더욱 더 말이다.

자 그럼, 이거종식 체중감량 마법에 빠져 봅시다

이 기사만큼은 꼭 쓰겠노라 결심하고 잉걸아빠는 15개 항목에 걸친 질문지를 친구에게 메일로 보낸 뒤 전화로 부탁까지 했다. 모든 일에 신중한 친구답게 그깟 15개 항목, 잉걸아빠 같으면 앉은 자리에서 뚝딱 갈겨 보낼 텐데, 이틀이 지나서야 답장을 준다. 남도 말로 정말 '징한' 친구다.

아래 일문일답을 읽고 이게 뭐야? 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른다. 이 기사 표제에 비법이라는 말을 달았지만 사실, 아무나 흉내 못 낼 '인내심' 말고는 딱히 비법이랄 게 없기 때문이다. 아, 눈치 채셨는가? 잉걸아빠가 얘기하고 싶은 게 바로 그 인내심이라는 사실을.

- 왜 다이어트 결심을 하게 되었나?
"점점 늘어나던 체중이 2년 전에 기어이 93kg을 넘어 섰다.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이건 아니지 싶었다. 명색이 의사인데 환자들 사이사이를 뚱뚱한 몸으로 비집고 다닐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였다. 자기 관리 하나 못 하는 의사로 낙인찍히는 게 무엇보다 싫었다."

- 언제부터 시작했나?
"대략 2년 전부터다. 94kg이 막 넘으려는 순간이었다."

- 어떤 운동을 어떤 식으로 했는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걸었다. 휴일에 가끔, 취미활동인 스킨스쿠버를 열심히 한 것 말고 특별한 운동은 하지 않았다.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꼭 30분 정도 걸어서 출근했다. 지금은 특별한 운동의 필요성을 느낀다. 그래서 요가나 헬스 중 어떤 것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 식이요법은 어떻게 했는가?
"결심하고 1년 동안 절대 고기를 먹지 않았다. 해산물을 많이 먹었다. 그러나 1년 정도 지나자 그 좋아하는 고기를 전혀 못 먹는 게 스트레스가 됐다. 또 몸이 너무 허해진 것 같았다. 그래서 육식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도 구운 고기는 절대 먹지 않는다. 찌개에 조금 들어가 있는 상태로나 탕으로만 섭취하고 있다."

- 93kg에서 71kg으로 무려 22kg을 감량했는데, 지금 몸 상태는?
"새들이 날아다니는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한 번은 산에 간 적이 있는데, 항상 뒤에서 허덕이던 내가 다른 사람 짐까지 들고 맨 앞에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깜짝 놀랐다. 조금 나쁜 게 있다면 술자리에서 안주를 덜 먹으니 술이 잘 안 받는다는 사실이다."

- 가족들 반응은 어떤가?
"아내가 여러 가지 이유(?)로 제일 좋아 한다. 형제들은 약해 보이고,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더 이상 빼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목표치는 60kg대다. 반드시 이루고 유지할 것이다."

- 요요현상 걱정은 없나?
"이번에는 없다. 대학 다닐 때 그리고 8년 전 실패한 감량 작전 때까지 이미 두 번 겪었다. 지난 2년 동안 한 달에 1kg씩 감량했기 때문에 급격한 요요현상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만약 요요현상이 또 일어난다면 이를 악물고 박차를 가할 것이다. 두 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 혹시 요요현상이 올 경우, 자포자기로 무너지는 게 문제라고 하는데 그런 염려는 없나?
"단언하지만 이번에야말로 요요현상 따위는 없다. 설사 온다고 해도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라 자포자기는 없을 것이다."

- 체중 감량 성공 후 새로운 도전을 계획했거나 또 다른 결심을 한 것이 있나?
"바다여행을 자주 하며 심신을 단련하고 싶다. 항상 여유 있는 사고로 매사를 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요가만큼은 꼭 배우고 싶다. 아, 이참에 이 기사가 나가게 된다면 요가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이 꼭 조언을 주셨으면 한다. 이 기사 댓글에 말이다."

- 2년 전 환자들 앞에서 신경 쓰이던 때와 비교해 지금 현재 기분은? 구체적으로.
"감량해서 몸이 가뿐해진 것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짧은 시간이 아니고 긴 시간 동안 목표를 향해 매진해 원하는 곳에 도달했다는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다. 앞으로도 내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겨 행복하다."

- 예전에 입던 옷이 거의 안 맞을 텐데 어떤 옷들을 새로 구입했나?
"허리가 많이 줄어서 바지는 맞는 게 하나도 없어 모두 새로 구입했다. 큰 돈 들어간 게 있다면 출퇴근용 정장 한 벌과 등산복, 골프복 정도다."

- 주변 사람들 반응은 어떤가?
"친한 사람들일수록 그만 빼라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조금 비만하다고 느끼는 친구들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은근히 부러워하는 눈치다."

- 중년에는 체중 감량에 성공하기가 젊었을 때보다 힘들다고 보통 말하는데 본인 생각은?
"그건 거짓말이다. 핑계일 뿐이다."

- 이번 기회에 체중 감량을 결심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거울에 비치는 현재 모습이 자신의 한계점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같은 생각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 동지를 한두 명 가까운 곳에서 구해 정해진 기간마다 서로 목표치와 달성치를 점검할수록 성공확률이 높다. 주변 사람들 유혹에 그만 둘 거라면 처음부터 그것은 결단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앞으로 체중과 몸 상태 관리를 위해 계획하는 일은?
"아까 항목에서 이미 밝혔지만, 제대로 된 요가를 꼭 해 보고 싶다. 이미 요가 학원을 여러 군데 알아보고, 책도 꽤 구입했는데 요즘 우리나라 요가는 수천 년을 이어 온 정신과 알맹이는 없어지고, 살 빼는 도구로만 전락한 모양새다. 안타깝다. 인도의 정신과 결합되어 면면히 이어 내려온 정통요가를 해 보고 싶다. 사실, 이 설문에 쾌히 응한 이유도 정통요가에 대한 누리꾼들의 도움을 받고 싶어서다. 다시 한번 부탁드리지만 정통요가에 대한 도움말을, 숨어 있는 고수께서 연락처라든가, 꼭 댓글로 달아주셨으면 하고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내 친구, 이거종! 나는 너로부터 항상 배운다. 이 기사를 통해 부디, 정통요가 전문가를 꼭 만나기 바란다. 네가 내 친구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얼굴이 커서 '얼큰샘'으로 통하는 이동환은 논술강사로, 현재 안양시 평촌 <씨알논술학당> 대표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