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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본 오륙도
멀리서 본 오륙도 ⓒ 김대갑
부산에는 여러 개의 섬이 있지만, 부산을 상징하는 섬을 꼽으라면 누구나 이구동성으로 오륙도를 떠올릴 것이다. 그만큼 오륙도는 부산의 역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그러나 이 오륙도는 지난 1978년 이전까지만 해도 변변한 주소나 행정 구역을 지정받지 못한 외로운 섬들이었다. 그만큼 오륙도는 부산시내에서 외진 곳에 있었고, 더군다나 오륙도와 가장 근접한 마을에는 한센병 환자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고 있었기에 일반 시민들이 가기에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곳이기도 했다.

현재 오륙도의 여섯 개 섬은 부산시 남구 용호동 936번지(방패섬)에서 941번지(등대섬)로 당당하게 주소등록이 되어 있는데, 이 여섯 개의 섬 중에서 마지막에 있는 등대섬에만 사람이 살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이 오륙도를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남남동방향으로 6개의 바위섬이 기암절벽의 모습을 한 채 가지런하게 뻗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선착장과 오륙도
선착장과 오륙도 ⓒ 김대갑
이 오륙도는 섬이 다섯 개에서 여섯 개로 분리하는 그 순간 섬의 이름마저 달라진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선착장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 썰물 때에는 1개의 섬으로서 우삭도라고 불리고, 밀물 때에는 2개의 섬이 되어 각각 방패섬과 솔섬이라는 별도의 이름을 부여받는 것이다. 그리고 오륙도라는 명칭이 바로 이 우삭도의 조화에 의해 비롯된 것이다.

우삭도(방패섬과 솔섬)와 살짝 보이는 등대섬
우삭도(방패섬과 솔섬)와 살짝 보이는 등대섬 ⓒ 김대갑
우삭도에는 지금도 파도의 침식을 받아 너비 1m 정도의 해식동굴이 형성되어 가고 있는데, 이 동굴 때문에 밀물 때는 우삭도를 이루는 방패섬과 솔섬이 분리되어 전체가 6개인 섬으로 보이고, 썰물 때는 다시 방패섬과 솔섬이 연결되어 5개의 섬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지질학적으로는 오륙도는 육지에 이어진 하나의 작은 반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육지에서 분리되었으며, 적어도 세 번의 융기운동에 의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섬 배치도
섬 배치도 ⓒ 김대갑
재미있는 것은 이 6개 섬 이름의 유래이다. 우삭도가 분리되었을 때 맨 먼저 보이는 방패섬은 바닷바람과 세찬 물결을 막아준다고 해서 그리 불린 것이며, 두 번째 솔섬은 소나무가 많이 자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독수리가 모여들었다고 해서 수리섬, 네 번째는 송곳처럼 생겼다고 해서 송곳섬이라고 불렸다는 것이다.

굴섬은 섬 안에 굴이 있다고 해서 붙여졌고, 마지막 등대섬은 등대 때문에 그런 이름이 지어졌는데, 밭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생긴 모양이 꼭 밭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 섬들 중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섬은 굴섬이며, 가장 작은 섬은 송곳섬이다. 그런데 송곳 섬은 면적은 작아도 가장 높은 키를 자랑하며, 굴섬에는 굴의 천정에서 능히 한 사람의 음료수 구실을 할 정도의 청량수가 떨어진다고 한다. 이 물은 아마 가장 오염되지 않는 천혜의 양수일 것이다. 혹시 한 모금 마시면 불로장생하는 것이 아닐까?

오륙도에서 보이는 영도 원경
오륙도에서 보이는 영도 원경 ⓒ 김대갑
섬이라는 것은 예술적 감수성을 지닌 사람에게는 그 존재 자체가 하나의 예술로 취급될 정도로 뭔가 낭만적이고 향수가 있는, 막연한 꿈과 동경을 주는 곳임에 틀림없다. 더군다나 그곳이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무인도라면 더 그런 꿈을 주게 마련이다. 기자도 영도에서 이 오륙도와 대마도, 그리고 기타 무인도를 바라볼 때마다 그런 감수성에 푹 젖기도 했다.

한센병 환자들의 거주지가 아직도 그대로
한센병 환자들의 거주지가 아직도 그대로 ⓒ 김대갑
그러나 지금 이 오륙도 근처는 모 재벌기업이 아파트를 짓느라고 한창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예전 이곳에서 짓뭉개진 손으로 닭과 오리를 키우며 생계를 유지하던 가엾은 한센병 환자들이 떠나간 바로 그 자리에서 말이다.

오륙도는 오늘도 말없이 바다 위에 서서 인간 군상들의 어리석은 짓거리를 조롱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LET IT BE(내 버려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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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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