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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머스톤 노쓰의 여행자정보센터 내부. 뉴질랜드 전국의 여행안내책자와 지도가 가지런히 비치되어 있다. 모두 무료다.
파머스톤 노쓰의 여행자정보센터 내부. 뉴질랜드 전국의 여행안내책자와 지도가 가지런히 비치되어 있다. 모두 무료다. ⓒ 정철용
나는 그곳에서 우리가 가고자 하는 지역의 지도와 그 지역의 역사, 볼거리, 숙박업소 등이 자세하게 수록된 안내책자들을 한아름 가져왔다. 물론 모두 공짜였다. 그 책자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고 일정을 짰기 때문에 시간 단위로까지 계산되는 아주 세부적인 여행 일정을 짤 수 있었다.

뉴질랜드의 여행자정보센터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단순히 여행안내책자들을 비치해 두고 그 지역의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숙박과 교통편 및 투어 예약 등과 같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여행관련 서비스까지도 무료로 제공한다.

그래서 숙박 예약을 하지 않고 여행지에 도착했는데 모텔마다 '빈방 없음(No Vacancy)'이라는 간판이 내걸려 있어서 잠자리가 걱정된다면, 빈방이 있는 모텔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수고를 하는 대신 그 곳의 여행자정보센터를 찾아가는 것이 훨씬 더 손쉽고 빠른 방법이 된다.

낯선 여행객일지라도 여행자정보센터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행자정보센터는 도로 표지판마다 꼭 표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여행자정보센터는 도시나 마을의 가장 번화한 중심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지도를 참조하지 않더라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뉴 플리머쓰의 여행자정보센터가 있는 푸케 아리키 건물. 여행자정보센터는 대부분 도심이나 마을의 중심에 있어서 누구나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뉴 플리머쓰의 여행자정보센터가 있는 푸케 아리키 건물. 여행자정보센터는 대부분 도심이나 마을의 중심에 있어서 누구나 손쉽게 찾을 수 있다. ⓒ 정철용
우리가 왕가누이에서 하루를 묵고 나서 그 다음날 오전에 도착한 도시 파머스톤 노쓰(Palmerston North)의 여행자정보센터도 마찬가지여서, 정확히 도심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었다. 일요일인데도 문을 열어놓고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우리는 여행자정보센터로 들어섰다. 일하고 있던 직원에게 이 도시에서 가볼만 곳을 문의하니 근처에 있는 테 마나와(Te Manawa) 박물관을 우리에게 추천했다. 여행 떠나기 전 미리 잡아놓은 일정에 포함되어 있던 곳이라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테 마나와 박물관으로 향했다.

여행자정보센터 네트워크 i-SITE

이렇게 여행을 떠나오기 전 이미 파머스톤 노스에 대한 여행정보를 입수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행자정보센터를 방문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뉴질랜드에서는 어떤 곳을 가게 되든지 항상 그곳의 여행자정보센터를 여행의 출발점으로 삼으라는 잘 알려진 충고가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잘 조사했다고 하더라도 놓치거나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기에 일단 그곳의 여행자정보센터에 들러 최신의 보다 자세하고 전문적인 그 지역 여행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여행을 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모든 여행자정보센터가 연중 무휴로 문을 열지는 않기 때문에 현지에 가서 모든 것을 처리하자고 생각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뉴질랜드의 여행자정보센터는 그 운영 재원에 따라 두 종류로 구분되는데, 운영하는 시간도 다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체의 지원금만으로 운영되는 여행자정보센터는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주로 작은 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이런 여행자정보센터는 규모도 작고 제공되는 서비스도 그 지역에 국한되어 있다.

우드빌의 i-SITE. 온라인 네트워크로 연결된 i-SITE들은 뉴질랜드 관광산업의 신경망이다.
우드빌의 i-SITE. 온라인 네트워크로 연결된 i-SITE들은 뉴질랜드 관광산업의 신경망이다. ⓒ 정철용
반면에 지방자치체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관광청의 지원금도 받아서 운영되는 여행자정보센터는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흔히 'i-SITE'라고 불리는 이런 여행자정보센터에서 제공하는 여행 서비스는 그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을 커버한다. 전국의 i-SITE들이 온라인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85개소의 i-SITE들이 연결되어 있는 이 네트워크는 1990년부터 시작되었으며 뉴질랜드 관광산업의 신경망 역할을 하고 있다. 2003년 한 해에만도 약 1천만명의 여행객들이 i-SITE를 방문했다고 한다.

뉴질랜드의 이곳 저곳을 여행하면서 우리도 여러 번 i-SITE를 방문했다. 그러나 우리의 방문이 단지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떤 곳에서는 i-SITE 그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여서 그곳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관광명소가 된 여행자정보센터

뉴질랜드 북섬의 남서부 지역을 돌아보는 이번 여행길에서 처음 만났던 도시 뉴 플리머쓰(New Plynouth)의 여행자정보센터 i-SITE도 그런 관광명소 중의 하나였다. 뉴 플리머쓰의 자랑거리 중의 하나인 최첨단의 박물관이자 도서관 건물인 '푸케 아리키(Puke Ariki)'에 여행자정보센터도 함께 입주해 있었다.

이처럼 여행자정보센터는 여행객들이 많이 몰리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의 건물 내에 입주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곳에 자리잡은 여행자정보센터에서는 몰려드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기념품을 판매하거나 때로는 간단한 음료와 요기 거리를 팔기도 한다.

필딩의 여행자정보센터. 많은 여행자정보센터들이 이처럼 유서 깊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필딩의 여행자정보센터. 많은 여행자정보센터들이 이처럼 유서 깊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 정철용
또한 유서 깊은 건물을 여행자정보센터로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왕가누이에서 파머스톤 노쓰로 가는 길 도중에 잠깐 들렀던 작은 마을인 필딩(Feilding)에서 보았던 여행자정보센터는 바로 그 중의 하나였다. 영국 에드워드 왕조 시대의 스타일로 지어진 우아하고 아름다운 건물에 자리잡고 있어서 몹시 보기 좋았다.

그러나 그동안 내가 다녀왔던 뉴질랜드의 여행자정보센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뉴질랜드 북섬의 중앙 내륙지역에 있는 작은 마을인 티라우(Tirau)에서 보았던 것이다. 물결무늬 양철판으로 만든 커다란 개의 얼굴을 건물 한쪽 벽면과 지붕 위에 씌워놓은 독특한 디자인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붉은 혀를 쑥 내민 채 웅크리고 앉아 있는 이 사랑스러운 개의 모습 때문에 그 누구도 티라우의 여행자정보센터는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티라우의 여행자정보센터. 독특한 건물 모습으로 그 자체가 하나의 관광명소가 된 곳이다.
티라우의 여행자정보센터. 독특한 건물 모습으로 그 자체가 하나의 관광명소가 된 곳이다. ⓒ 정철용
관광산업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이나 물려받은 문화유산에 의존하기에 흔히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이렇듯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와 아이디어가 없이는 여행객들을 끌어 모으기 힘들 것이다. 뉴질랜드를 여행하면서 내가 만난 수많은 여행자정보센터는 관광산업에 어떤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지를 매우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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