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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바다를 둘러싸고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 하나는 독도요, 다른 하나는 고래인 것 같다. 부디 이러한 관심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렇게 독도와 고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시간에 기자는 일본에서 해양쓰레기 절감운동을 펼치고 있는 클린업(cleanup) 전국사무국 JEAN(Japan Environmental Action Network)의 고지마(Kojima) 대표 일행, 우리나라의 연안보전네트워크와 서남해도서환경센터 활동가들과 함께 지난 2일 거문도를 찾았다.

가막만과 여자만를 지나 고흥 앞 바다에 이르는 청정해역 바다길, 이 바닷길은 고대에는 문물이 이동했던 뱃길로 지금은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해양쓰레기가 이동하는 길이다.

▲ 거문도 수월산 해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가마우지
ⓒ 김준

펠릿을 삼킨 가마우지

거문도항에 쾌속선이 도착하자 한 무리의 관광객 아줌마들과 함께 내린 일행은 택시로 삼호교를 건너 서도 수월산 동쪽 해변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서남해도서환경센터의 한해광 사무국장이 몇 차례 모니터활동을 해왔던 곳이다. 이번에 일본의 활동가들이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한일간의 공동모니터링 장소와 품목을 결정하기 위한 예비 답사였다.

이미 2003년 가고시마 대학의 후지에다 교수와 JEAN의 고지마 대표는 비금도에서, 2004년에는 우리나라의 한해광 부장과 김환용 연안보전네트워크 상임이사 등은 쓰시마 섬에서 공동으로 섬 쓰레기 모니터링을 해왔다. 이번 공동조사는 지금까지 연대활동을 한층 강화하여 공동조사지역에서 공동품목을 결정하여 정기 모니터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 플라스틱 어구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하는 레신 펠릿. 어류나 조류가 먹이로 잘못 알고 먹어 죽기도 한다. 참가자들에 따르면 아직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펠릿이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 김준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거문도 등대가 자리한 수월산 동쪽 해변에서 일행을 반긴 것은 동백꽃이 아니었다. 섬 바닷가 자갈돌 해변 위에 죽어 있는 4마리의 가마우지였다. 외형으로는 아무런 상처가 없고, 그물에 걸린 흔적도 없다. 도대체 왜 죽었을까. 뭘 잘못 먹었을까. 자세한 것은 해부를 해보고 정밀 검사를 해보아야겠지만 바로 인근에서 쉽게 펠릿(pellet)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혹시 펠릿을 먹고 죽은 것을 아닐까.

국내에 공식적으로 펠릿에 대한 보고돼 있지 않다는 것이 연안보전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의 이야기이다. 심지어는 우리나라에서는 발견되지도 않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번 거문도 모니터링에서 한해광 사무국장의 도움을 받아 펠릿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작은 녹두알 크기로 아이들 장난감 권총의 탄알모양을 하고 있는데 재질은 플라스틱이다.

연안보전네트워크 김환용 상임이사는 ‘바닷가에서 먹이를 찾는 새들이 이를 먹이로 잘못 알고 삼키게 되는데 심한 경우 소화 작용을 할 수 없게 되어 죽는다’며 피해를 지적하고 있다.

한편 그물, 로프 등 각종 플라스틱 원료로 쓰이는 레신 펠릿(Resin pellet)이 바다로 흘러들 경우 쉽게 수거하기 어려우며 오랫동안 바다에 떠다니며 환경호르몬 물질을 흡착해 어류가 먹을 경우 장이 막혀 죽는 것으로 밝혀졌다.

▲ 거문도 수월산 동쪽 해변에 표착해있는 중국산 어구들
ⓒ 김준

▲ 거문도 해변에 표착한 대만산 슬리퍼
ⓒ 김준

쓰레기는 국경이 없다

인간에게는 국경이 있지만 바다는 모두 해류로 통한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센카쿠열도나 독도는 인간들에게 의미가 있지만 바다생물이나 쓰레기들에겐 비자도 검문도 없다.

중국의 항조우, 링보, 후조우, 홍콩에서 생산된 쓰레기가 서남해의 추자도(제주), 거문도(여수), 홍도, 흑산도, 비금도(이상 신안), 진도, 사슴섬(해남), 욕지도(통영) 등 서남해를 거쳐 일본에 표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해남과 진도의 연안에서 양식어민들이 사용하는 스티로폼 부표와 유기산통 등 어구들이 일본 대마도나 인근 작은 섬에서 대량으로 발견되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된 쓰레기 중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들은 고기잡이에 사용되는 어구들이며, 생수통, 비닐봉지 등 다양하다. 일본에서 '라이터' 박사로 통하는 후지에다 교수는 거문도에서도 라이터를 집중적으로 수집해 모니터링 하였다.

이번 거문도에서 확인된 중국산 해양쓰레기는 그 양은 차이가 있지만 일본에도 표착하는 쓰레기라며 한일 모니터링 팀은 거문도가 공동조사지역으로 적절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번모니터링에서 후지에다 교수는 2003년 비금도의 모니터링에서와 같이 일본에서 생산된 라이터를 수거했다.

이외에도 일본에서 생산된 낚시용구, 물병, 문구류 등이 발견되고 있으며 많은 양은 아니지만 서남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모니터링 팀은 이것들이 수입되어 한국에서 사용하다 버려졌다면 빈번하게 확인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는 것으로 보아 바다로 이동해왔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 후지에다 교수가 모니터링한 라이터. 위쪽부터 오른쪽으로, 국적 불명, 일본(과자상자 포함 2개), 중국, 한국산 순.
ⓒ 김준

▲ 거문도에 표착한 쓰레기들로 대부분 중국산 어구들로 대마도에서도 같은 종류가 발견되고 있다.
ⓒ 김준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모니터링은 12시 30분까지 계속되었다. 이날 후지에다 교수는 한국산은 78개(북한산 1개 포함), 중국산 48개, 일본 1개, 확인불가 44개 등 총 170개의 라이터를 수거했다. 북한에서 생산된 라이터는 남한 상표가 붙어 있었고, 우리나라 상표가 붙어 있는 많은 수의 라이터가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급하다

바다쓰레기 절감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해양쓰레기 모니터링을 주관하고 있는 JEAN은 250여개의 지역 모니터링 단체를 코디네이터하고 있다. 1990년 초반부터 시작된 일본의 섬 쓰레기에 대한 관심에 비한다면 우리나라는 10여년이 늦은 셈이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해양수산부도 해양쓰레기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정책을 마련 중이다. 해양수산부의 발표에 따르면 2002년 한해의 해난 사고의 10%가 폐어망, 폐비닐, 폐어구 등 해양쓰레기에 의해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해양쓰레기의 증가로 어류는 10-20%, 해초류 및 패류는 20-30%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특히 동중국해는 물론 우리 해역에까지 중국어선들의 조업이 급증하면서 중국산 어구가 서남해 연안에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서남해도서환경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그 양과 종류가 1-2년 사이에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 모니터링 중인 한일 연안보전 활동가들.
ⓒ 김준
이러한 문제의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조사도 체계화하고 객관화해야 하며 국가간 공동 모니터링도 추진해야 한다. 물론 이를 국가가 전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민간단체가 이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와 지원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어민들이 사용하는 자망을 포함한 각종 그물, 통발 등 어구도 생분해성으로 전환해야 하며 국가 간 기술교류 및 정보교환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확인 것처럼 해양폐기물은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 거문도 모니터링단. 아래 왼쪽부터 후지에다 가고시마대학 교수, 사기모리 JEAN 활동가, 김환용 연안보전네트워크 상임이사, 위에서 왼쪽부터 손명수 한일시민스퀘어 대표, 김일주 여수 YMCA 간사, 고지마 JEAN 대표, 한해광 서남해도서환경센터 사무국장(해남YMCA).
ⓒ 김준

쓰레기의 고속도로, 다시 문화이동의 통로로

더 많은 조사를 해 봐야겠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월경쓰레기는 ‘해류’를 따라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실 해류로 따지자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해류를 타고 이동하며 살아왔던가, 한·중·일의 얼마나 많은 어부·학자·승려·관리 들이 이 해양쓰레기가 이동하는 길을 따라 이동했던가. 이들의 이동은 곧 문화의 이동이었다. 도자기가 그렇고, 불교가 그랬다.

지금 그 해로에는 쓰레기만 이동하고 있다. 그곳에서 수많은 전쟁이 일어났고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졌다. 불과 30여년 전까지 흑산도, 위도, 연평도로 해류를 따라 조기를 따라 어민들이 이동하며 생활했고, 철철이 모여드는 고기떼로 파시가 형성되기도 했다.

연안의 해류는 곧 어민들의 삶의 길이었다. 불행하게 남북이 나뉘어 지면서 경계를 모르는 바다생물들을 쫓는 인간들이 서로 총을 겨누는 일도 해류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이제 더 이상 해류는 문화전파의 매개체도 아니며, 바다생물의 이동도 의미를 잃은 것 같다. 오직 인간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쓰레기만 국경을 넘고 있다.

바다쓰레기는 국가 간 연대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아무리 한국과 일본에서 좋은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도 중국이 함께하지 않으면 해양쓰레기를 문제 해결할 수 없다. 가장 좋은 방안은 쓰레기 생산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따라서 육지인도 함께 하지 않으면 바다쓰레기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결국 해양쓰레기 문제는 수거나 처리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접근을 할 때 가능하다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과거에 문화가 이동했던 해류에서 쓰레기를 제거하고 문화적 교류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쓰레기를 매개로 한중일의 문화교류는 민간단체를 통해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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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쓰레기 70% 이상이 육지에서 발생"
거문도에서 만난 일본 연안보전운동 활동가 고지마 대표

▲ 거문도에서 모니터링 중인 JEAN의 고지마 대표와 사기모리씨

지난 4월 1일부터 3일까지 일본의 대표적인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민간단체 JEAN의 대표 일행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2003년부터 양국의 연안 활동가들이 한국(비금도)와 일본(쓰시마섬)에서 공동모니터링과 연대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번 방문은 그 동안 교류를 바탕으로 양국이 공동조사지역(섬)과 조사항목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거문도와 해남지역에서 해양쓰레기 모니터링도 겸하였다. 이들과 같이 동행한 기자 고지마 대표를 만나 일본에서 활동상황과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 JEAN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일본의 섬 쓰레기 절감운동과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있는 JEAN은 1990년 광고회사, 제약회사, 은행 등에 근무하는 평범한 3명에 의해서 출발했다. 수공예 취미활동을 하던 사람들로 장바구니(에코어백) 만들기를 시작으로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ICC (international Coastal Clean-up)을 만나면서 바다를 매개로 ‘지구를 살리자’는 운동으로 전환하였다.

초기에는 가장 큰 어려움은 재정 마련이었다. 이후 15년 동안 250개 액션 네트워크(Action network)를 구성해 5만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3명의 사무국직원을 포함해 11명이 활동하고 있다."

- JEAN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JEAN의 활동은 전국행사홍보, 조사방법 시트 인쇄 및 우송, 결과 취합 분석, 클린업에 관한 보급 및 계몽활동, 활동지원, 환경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주요 참여자들은 시카약카, 다이버, 서퍼, 요트맨 등 해양 스포츠 애호가, 어민 등 어업관계자, 해양연구자 등이 중심이며, 개인 참여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JEAN은 그 동안 정부와 재단에 프로젝트를 신청해 사업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기업이나 단체의 협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재단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기회가 1회로 제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연속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매우 부럽다.

JEAN은 일본의 유명한 맥주회사, 미화협회, 보험회사 등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본의 굴지의 담배회사와도 접촉 중이다.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해양쓰레기 모니터링에서 많이 확인되고 있는 상품을 생산하는 회사들로 설득을 통해서 동참을 유도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이 직접 모니터링에 참여하도록 하기도 한다.

각각의 행동 단체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예산을 마련하고 있으며 모니터링한 데이터는 JEAN이 모아서 보고서를 만들어 각 지역단체에 다시 보내준다. 물론 이렇게 모은 자료는 미국의 클린업으로 보내지고 그곳에서 모은 자료는 다시 JEAN으로 보내지고 있다. 국제연대, 지역연대의 틀이 이렇게 유지되고 있다."

- 일본의 해양쓰레기에 현황과 대책은.
"일본정부도 언제나 육지가 먼저고 그러고 나서 바다는 두 번째이다. 해양쓰레기를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 해양쓰레기는 지방정부가 책임지고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수거비용과 운송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해양폐기물은 육지쓰레기와 달리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민간단체가 모니터링하기 전까지 해양쓰레기는 모두 한국과 중국에서 버려진 월경쓰레기라는 인식이 높았다. 사실 이것은 책임을 일본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민간단체가 모니터링을 하기 시작하면서 해양쓰레기의 70% 이상이 육지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해양쓰레기에 대한 정책적 접근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고 월경쓰레기 문제가 심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해류를 타고 이동하는 월경쓰레기는 책임을 따지기 전에 공동으로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한국의 서남해도서환경센터를 비롯한 연안보전운동을 하는 단체와 그 동안 교류활동을 해왔다. 이번에는 공동모니터링을 위해 한일공동조사지역 선정 및 조사항목을 논의하기 위해 왔다. 지난 2003년에는 비금도를 모니터링했고, 이번에는 거문도와 해남지역을 모니터링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일 해양쓰레기 공동모니터링을 위한 조사지역과 항목을 논의할 것이다."

- JEAN 연락처
사이트 : http://www.jean.jp
e-mail : cleanup@jean.jp
전화번호 : +81 42 332 0712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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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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