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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석 '게릴라콘서트'를 펼치고 있는 광경
ⓒ 김용한
지난 5일 젊음의 거리, 문화의 거리라고 지칭되는 서울 대학로를 찾았다.

여느 도시와는 다른 생동감이 넘치는 대학로에는 젊은 대학생들과 청춘남녀들로 북적거렸다.

‘기타 하나 동전 한 닢’이라는 노래처럼 오직 기타와 입담 하나로써 대학로를 고집해 오고 있는 두 청년을 만날 수 있었다.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줄곧 대학로에서 잔뼈가 굵은 두 청년은 바로 MBC공채 5기로 방송의 길을 걷고 있는 개그맨 김철민씨와 KBS 열린음악회 오프닝 담당자로 알려질 만큼 유머 감각과 재치가 넘치는 윤효상씨이다.

▲ 김철민(좌), 윤효상(우)씨가 나란히 앉아있다
ⓒ 김용한
이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거리의 악사가 되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찾은 시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며 즐거움을 준다.

그들은 즉석 거리음악회를 열기 위해 머뭇거리며, 현란한 몸 동작에 커다란 스피커 소리가 마치 소음처럼 들렸던지 눈살을 찌푸린다.

두 청년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이제는 시민의 진정한 쉼터가 되도록 대학로를 되살려야 합니다”라며 전자음악의 난립과 공연분위기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김철민씨는 “시위와 공연도 좋지만 이제는 대학로를 시민들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만들어줘야 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윤효상씨도 “오랫동안 이곳에서 활동을 했기 때문에 애착 내지는 애향심을 가졌다”고 언급하면서 “순수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나 앰프 없이 시민들에게 공연다운 공연을 보여줄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그는 자신의 친구이자 대학로 공연 동료이기도 한 김철민씨를 향해 “철민이는 개그맨이 되었는데도 나와 함께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이곳에 나와 준다”면서 “일부 연예인처럼 인기를 얻었거나 방송을 탄다고 하여 자만하지 않고 성실한 모습이 보기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외국인이 한국인 틈새에서 즐거워하고 있다
ⓒ 김용한
개그맨 김철민씨는 “10여년 전만 해도 앰프 없이 기타 하나와 레크리에이션으로서 사람들을 만났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앰프에만 의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을 한다.

그는 “대학로를 찾는 여러 공연 팀들에게도 수차례 앰프만은 자제하자고 이야기하지만 번번이 무시당하고 외면당하는 것이 가장 속상하다”면서 “앰프 없이 대학로가 시민들에게 도시 속의 진정한 휴식처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를 한다.

대학로를 찾은 외국인들과 거리의 젊은이들도 무료한 시간 속에 의미를 찾고자 공원 주변을 거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대학로에는 나무들도 차들에 시달려 온통 병들어가고, 시민들로 예전과는 달리 느긋한 세상보다는 바쁜 일상 속에 더욱 친숙해진 모습이다.

기타를 치면서 익살스런 모습과 유머로서 길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보지만, 커다란 스피커에서 나오는 현란한 음악과 춤동작에 많은 시민들이 발길을 돌린다.

두 청년은 깜짝 이벤트를 펼치듯 엉덩이춤을 추며 나이에 걸맞지 않게 재롱을 부려본다.

▲ 두 청년의 공연은 저녁 늦도록 이어졌다.
ⓒ 김용한
두서너 명의 구경인파가 늘어나 그들을 에워싸고 즉석 ‘게릴라 콘서트’가 열린다. 두 청년은 그제야 신바람이 난 듯 거리공연을 펼친다.

거리에 나온 시민들도 웃음꽃이 만발해 박수갈채와 환호로서 그들을 응원해 준다.

이은경씨는 “스트레스가 풀리듯 재미있잖아요”라며 끝내 웃음을 참지 못한 채 배꼽을 움켜쥔다.

자신의 부인과 함께 대학로를 찾은 박규화(강북구)씨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다소 복잡하다고 생각되나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하면서 “반면 일요일만이라도 대학로에 차가 다니지 못하게 하여 시민들이 더 넓은 곳에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자신의 친구와 함께 구경나온 한 외국인이 마치 한국어를 알아듣는 듯 웃음을 참지 못한 채 손뼉을 치며 공연을 즐기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김철민씨와 윤효상씨는 대학로를 찾는 이유에 대해 “남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 즐겁잖아요”라면서 “우리가 대학로를 찾는 것은 즐거움 그 자체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윤효상씨는 “일요일만이라도 대학로 거리가 차 없는 거리로 확대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면서 “잘못된 대학로의 문화가 마치 한국 문화의 전부인양 비쳐질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김철민씨는 “대학로가 예전처럼 순수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람도 쉬고, 자연도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지길 바란다”는 희망을 전하고 있다.

▲ 대학로에 선 두 청년은 왠지 '외롭다'
ⓒ 김용한
그들은 오늘도 대학로가 제자리를 찾아가길 위해 어김없이 자신들의 주활동 무대인 마로니에 공원을 찾는다.

두 청년은 “이제는 대학로가 제 모습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라고 거듭 강조한다.

반면, "대학로가 병들어간다는 것이 가장 마음 아픕니다"라며 "하루 속히 시민들이 숨쉬는 공간으로 만들어질 바란다"는 거듭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두 청년은 기자와 헤어지기 전 "대학로에 오시면 저희들이 있어요. 언제든지 놀러오세요"라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또한, "대학로에서 오랫동안 노래를 부르며 즐기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김철민씨와 윤효상씨는 오래 전부터 대학로에서 소년·소녀가장을 돕기위한 공연을 펼쳐오고 있으며 매주 토·일 오후에는 기타와 익살스런 몸동작, 유머로서 많은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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