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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권 서울서부지검 공판전문 부장검사의 블로그.

최근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수학자의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석궁 습격' 사건과 관련해 현직 부장검사가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법원과 검찰이 사건 당사자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은 없었는지 반성해 보자는 자성의 글을 써 화제가 되고 있다.

"사법부 오만과 독선을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글 도배질"

@BRI@강영권 서울서부지검 공판전문 부장검사는 지난 23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타산지석'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먼저 "재판결과에 불만이 있다고 판사를 테러하는 나라가 어떻게 법치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느냐고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특이하게도 사이버상에는 사법부의 오만과 독선을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글들이 압도적으로 도배질 되고 있어 법원에서 깜짝 놀라고 있는 모양"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강 부장검사는 "법원에서는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국민들이 이럴 수 있느냐면서 사법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침해라고 논평하는 등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 부장검사는 또 "저도 이번 사태에 충격받았다"며 "검사나 판사는 참으로 겁나는 세상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전에는 검찰청이나 법원 앞에서 1인 시위하는 사람을 우습게 알았더니 그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재판 권위 땅에 떨어졌는데 신성한 사법권 운운하며 안주"

그러면서 강 부장검사는 "그동안 재판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법원이) 신성한 사법권 운운하면서 안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라는 질문을 법원에 던졌다.

강 부장검사는 이어 "석궁테러 사건의 판결문을 봤는데, 확실하고 명쾌한 판결 같았다"며 "대학시험문제 출제의 오류가 징계처분, 부교수 승진탈락 및 재임용 거부의 한 원인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는 점을 봐도 제대로 짚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법원을 옹호하기도 했다.

또 강 부장검사는 "판결문에 자신이 있었기에, 시중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소위 튀는 판사인 이 사건 주심판사인 이정렬 판사는 판결문이 송달됐는지 확인을 했더니 송달되지 않았더라고 하면서, 판결문을 읽어보고 재판부의 뜻을 조금이라도 알려고 했으면 이런 불행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글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어갔다.

"판검사 오만하고, 정나미 뚝뚝 떨어지게 살고 있는 반증"

▲ 이용훈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26일 오후 전국 법원순시 일정의 마지막 방문지인 서울고법ㆍ중앙지법을 방문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나 강 부장검사는 "이 판결문을 읽고 제일 먼저 가슴이 뜨끔했던 것은 판결문 중에 '기준에 현저하게 미달한다', '더이상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라는 표현이었는데, 저도 불기소결정문에 그런 표현을 많이 써왔기 때문에 그 표현이 가슴에 반향을 일으켰던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표현은 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강 부장검사는 "A교수는 해직된 후 해외에서 무보수 연구교수로 10년간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왔고, 귀국해서는 교수 복직을 위한 고소와 고발 등 형사투쟁과 함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싸워왔고, 1인 시위에도 몰두해 왔던 그런 사람이 기댈 곳은 인권보호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뿐이었기에 소송을 제기해 그동안의 설움과 고통을 증거자료와 각종 탄원서의 제출로 풀어왔을 것"이라고 A교수의 딱한 상황을 이해하려 했다.

이어 강 부장판사는 "그런 사람에게 판결문에서 '기준에 현저하게 미달한다', '더이상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는 표현으로 내쳐도 되는 걸까요?"라며 "아마 부지불식 간에 정형화된 표현이기에 썼을 것인데, 그런 표현을 무심코 쓴다는 것 자체가 판검사가 고압적이고, 오만하고, 정나미 뚝뚝 떨어지게 살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요?"라고 법원과 검찰에 일침을 가했다.

"당사자 가슴에 대못 박는 일 없었는지 반성하고, 타산지석 삼자"

또 강 부장검사는 "제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분쟁의 와중에 휩쓸려 살고 있는 우리들도 정말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은 생각 없이 그런 말을 해서 당사자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일은 없었는지 반성해 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것"이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먼저, 결정문을 읽는 사람을 입장에 서서 그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표현, 감정이 개입된 표현, 정성 없는 표현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 부장검사는 "고소인의 고소를 검사가 불기소결정을 하면 고소인은 불기소결정문을 연필로 밑줄을 긋고 형광펜으로 쫙쫙 그어가면서 읽고 또 읽으며, 표현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따진다"며 "그래서 어떤 선배가 억울하다는 고소인을 달래고 배려하는 결정문을 쓰는 것을 보고, 역시 늙은 생강이 맵다는 옛말을 되새김질하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덧붙여 강 부장검사는 "법대로나 법의 이름으로라는 생각도 중요하겠지만, 사건 속에 숨겨진 원인을 찾아내 치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은 판검사 모두 마찬가지"라며 "석궁테러 사건이 발생했을 무렵 대전고법 박철 부장판사의 따뜻하고 정이 흘러넘치는 판결(임대아파트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인 70대 노인을 보호한 것)에 대해 언론에서 칭송하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글을 맺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판검사 오만, #석궁, #석궁 테러, #석궁 습격,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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