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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한국진보연대 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 22개 진보진영단체 대표단이 돌아가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맨 오른쪽 마이크를 쥐고 있는 이는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진보연대에서 '진보'를 빼야 할 이유"

<동아일보>의 11일자 사설 제목입니다. 대다수 진보단체들이 망라된 한국진보연대(준)가 진보가 아니라는 '용기' 넘치는 주장입니다. 그 논거 가운데 하나가 "경제성장의 가치를 부정"한다는 예단에 있습니다.

경제성장. 기실 새해부터 부자신문들이 앞을 다투며 내세운 화두입니다. 아마도 올 한해 진보-민주세력을 겨냥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전망입니다.

까닭이 있습니다. 새 대통령을 뽑을 때, 그것을 가장 중요한 의제로 설정하려는 '욕망' 때문입니다. 중산층마저 무너지는 상황에서 경제성장의 신화가 사뭇 호소력이 있을 법 합니다. 실제로 언론사들의 '신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세 명 가운데 두 명꼴로 대선에서 '경제성장 능력을 갖춘 지도자'에 표를 주겠다고 답했습니다.

문제는 경제성장 담론에 진보세력이나 민주세력이 주춤하는 데 있습니다. 경제성장 의제가 보수 또는 수구세력에게 이롭다고 지레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래도 좋은 걸까요? '박정희식 경제성장'이 과연 고통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농민, 빈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해줄까요?

민주-진보세력, 경제성장 담론에서 주춤거릴 이유 없다

@BRI@단연코 아닙니다. 경제성장 수치로만 따진다면, 노무현 정권의 실적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수출은 지난 4년 동안 연속 두 자리 수의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30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환율의 효과가 있지만 일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도 올해 안에 이룰 전망입니다. 하지만 수출 3000억 달러나 '국민소득 2만 달러'가 공허하게 들리는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왜 그럴까요? 경제성장이 몇몇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06년 고용 동향'을 보면, 지난해 2006년 경제성장률은 5%(추정치)로 2005년의 4%에 견줘 1%포인트 높아졌는데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9만9000명에서 29만5000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경제성장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그렇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경제성장'이 아닙니다. '어떤 경제성장'인가에 있습니다.

바로 그 점에서 최근 시민단체들의 제안은 경청할 만합니다. 이미 '희망포럼'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람 중심의 발전모델"을 제안했습니다.

희망포럼은 "기존의 재벌 중심, 자본 중심, 토목건설 중심의 성장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체계적 단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새로운 경제성장, 새로운 발전의 틀을 모색할 때입니다. 대선 공간에서 개발독재시대의 '성장 향수'가 담론을 지배할 수는 없습니다. 예상했듯이 부자신문들은 희망포럼의 제안을 모르쇠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론을 저들의 입맛대로 몰아가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희망포럼의 제안에도 아쉬움은 있습니다. 특히 "재벌 중심, 자본 중심, 토목건설 중심의 성장전략"을 벗어나는 전략으로 제시한 "사람 중심"은 지나치게 막연합니다. "노사정의 사회적 대타협" 강조에 더해 "한국 주도의 FTA 추진"이라는 제안에 이르면 그 막연함은 우려로 이어집니다.

▲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공원에 세워진 박정희 흉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신자유주의 틀' 넘어선 새로운 경제성장 틀 논의해가야

그래서입니다. '사람 중심'이 아니라 '노동 중심'임을 선연히 제안해야 옳지 않을까요? 노사정의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서라도 절대적 열세인 노동에 힘을 실을 때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너도나도 '창조경제 시대'를 강조하는 21세기에, 창조의 궁극적 원천이 사람의 노동에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두루 인식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새로운 정보혁명이 전개되고 있는 시대에 중요한 것은 몇몇 엘리트의 '창조력'이 아닙니다. 대다수 사회구성원들의 창조적 노동입니다.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틀로 우리의 '상상력'을 넓힐 때입니다.

가령 스웨덴 모델이 시사하듯이 고용불안을 원천적으로 해소할 '국가 고용책임제'에 바탕을 두고 노동자들의 창조성을 최대한 발현해 나가는 '노동 창조경제'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경제성장을 모색하는 틀 가운데 하나입니다.

경제성장의 화두 앞에서 민주-진보세력이 몸 사릴 때가 결코 아닙니다. 그것이 보수나 수구세력의 '보검'이 될 때, 대선이 끝난 뒤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게 불을 보듯 명백합니다. 그렇습니다. 대선을 앞둔 공론장에서 '어떤 경제성장인가'를 꼼꼼히 살펴보고 벅벅이 따져갈 때입니다.

태그:#진보연대, #박정희, #진보, #경제성장, #신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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