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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김범석 위원장과 오세영 부위원장.
ⓒ 오마이뉴스 안홍기

무술연기자(스턴트맨)들이 노조를 결성했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무술연기자지부(위원장 김범석·무술연기자노조)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홍우빌딩 3층에서 창립식을 열고 공식 출범했다.

300여명의 가입대상자 중 현재 100여명이 가입해 있는 무술연기자노조는 앞으로 방송사와 대등한 관계 형성, 노조원의 권익 및 복지향상을 위해 활동할 계획이다.

노조 결성을 주도해온 김범석(42) 추진위원장과 오세영(39) 부위원장. 노조 출범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여의도 노조사무실에서 만났다.

김범석 위원장은 다수 영화에서 무술연기를 했고, KBS <용의 눈물>과 SBS <여인천하> 등에서 무술감독을 맡았다. 정세영 부위원장은 많은 영화에서 스턴트 연기를 했고, TV에서는 탈주범 신창원 연기를 자주 해 시청자들에게 낯익은 인물이다.

이들은 "사고가 났을 때 노조의 필요성을 가장 절감하게 된다"며 "개인적으로 치료비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고, 다쳤다고 하면 일도 오지 않기 때문에 다친 사실을 숨기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연습비용도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의 개런티 지급방식으로는 스턴트 질이 점점 더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미국의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스턴트 제작시스템과 개런티 지급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홍콩엔 성룡이, 태국엔 토니 자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진정한 액션배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노조 최고의 프로젝트는 진정한 액션배우를 육성해보자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김 위원장, 오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노조 최고 프로젝트는 진정한 액션배우 육성"

▲ 김범석 무술연기자노조 위원장.
ⓒ 오마이뉴스 안홍기
- 그동안 무술연기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없었나.
오세영 부위원장(오) "각 무술감독들을 중심으로한 동호회 형식으로 있었고, 방송사에 다 개인자격으로 등록돼 있었다. 각 팀들이 제각각 활동하고 경쟁하기 때문에 서로의 몫을 침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 노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일이 있다면?
"사고가 일어났을 때 노조의 필요성을 가장 절감하게 된다. 전혀 대책이 없었다. 사고 후 (치료비를) '줄꺼냐 안줄꺼냐' 싸우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치료비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사고가 크게 났다면 영화사 등 사용자는 'CT를 찍어보자, MRI를 찍어보자' 정도의 도의적 책임만 진다. 거기서 끝이다.

한번 다쳤다고 하면 일도 오지 않기 때문에 다친 사실을 숨기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MBC <여명의 눈동자>를 찍다가 2층 반 정도되는 교회에서 거꾸로 떨어진 뒤 폭발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화염에 싸여 화상을 입은 적이 있다. 병원에서 치료하고 2년 동안 놀았다. 물론 그동안 아무 수입 없이 살았다."

- 노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나.
"조합원들의 복지후생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병원을 섭외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다쳤을 때 더 좋은 치료를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 변호사를 자문위원으로 둬서 조합원이 법적으로 대처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노조결성의 초점은 우리 권리만 행사하겠다는 게 아니다. 사실 여태까지 무술연기자들이 한번도 뭉쳐본 적이 없다. 하나의 목소리를 만들어 크게 하고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의가 크다. 그간 지리멸렬하게 나름대로 협회 활동을 했지만, 이제는 뭉쳐서 남들에게 인정받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진정한 액션배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홍콩엔 성룡이 있고 태국엔 토니 자가 있다. 노조 최고의 프로젝트는 진정한 액션배우를 육성해보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액션배우라고 할 만한 사람은 정두홍씨 정도 밖에 없다."

- 정두홍 감독도 노조에 참여하는가.
김범석 추진위원장(김) "아직 안했다. 가입을 하지 않는 그분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정 감독이 함께 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노조를 결성하는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집행부끼리 말하는 게 '바로 우리 자신이 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영화를 할 때 한 팀에서 30만원 달라고 하면 다른 팀이 와서 25만원을 불러 역할을 가져가는 형편이다. 지금 여러가지로 어려우니까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개런티 기준을 깨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가 그런 부분이다."

"가장 큰 적은 우리 자신"

▲ 오세영 무술연기자노조 부위원장
ⓒ 오마이뉴스 안홍기
- 무술연기자들의 개런티는 어떻게 책정되는가.
"무술감독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조감독이랑 만나 '목숨 걸고 하는 건데' 하면서 담판을 짓는다. 계약서가 없다. 노조가 생기면 그런 것을 분석해서 '이런 건 이 정도 (가격으로) 하자'고 전 노조원들에게 공식적으로 통보할 것이다."

- 다치면 보험보장은 잘 돼나.
"워낙 다칠 수 있는 상황이 많으니까, 몇년 전에는 보험사에서 우리를 기피했다. 현재 스턴트맨보험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 수입에 비해 보험료가 너무 비싸고, 보장도 만족스러운 형편은 아니다."

- 무술연기자들의 평균 수입은?
"정말 일정하지 않다. 나는 <용의 눈물> 끝나고 나서 5년을 놀았다. 그렇게 놀 땐 거의 밑바닥 생활을 한다고 봐야 한다. 제일 잘 나갈 때는 1년에 7천만원 정도 벌었는데, 아예 놀 때는 1년 내내 못 번다. 제일 잘 나갈 때 안쓰고 넣어둬야 살아갈 수 있다. 우리나라 스턴트맨들은 거의 그렇게 살아간다."

- 나이가 들면 무술연기자로 활동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무술연기자들의 노후를 위해 구상하고 있는 사업이 있는가.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은 아니지만, 스턴트에 필요한 특수소품을 만드는 공장을 만들어서 나이든 선배들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지금은 특수소품을 특수효과 담당이나 분장실에서 만든다.

무술연기나 스턴트에 필요한 소품들이 겉보기엔 그럴싸해 보이지만 스턴트맨을 배려하지 않고 소품을 제작하는 바람에 사람이 다치는 경우도 많다. 아무래도 스턴트맨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면 더 낫지 않겠는가. 요즘도 생유리 깨는 사람 많다. 전력질주해서 달려들었는데 유리가 안깨져서 충격받고 기절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에선 연기한 횟수만큼 개런티 지급"

- 해외 무술연기자들의 형편은 어떤가.
"미국의 경우 스턴트맨 5명을 쓰기로 하고 현장으로 불렀다면 그날 연기를 했든 안했든 무조건 기본급이 지급된다. 그 사람을 쓰건 안쓰건 자기 시간을 뺐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NG가 나서 연기를 다시 한다고 해도 횟수만큼 개런티가 지급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밤새 기다렸는데도 촬영이 없다면 개런티를 주지 않았다. 최근에야 개런티를 지급받도록 바뀌었다."

"외국 같은 경우는 스턴트에도 전문 분야가 있다.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사람, 몸에 불 붙이는 사람, 차 타고 가다가 뒤집는 사람 등 각각 분야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한 사람이 다 한다. 그렇게 세분화하면 전체 제작비가 올라가기 때문에 한 사람으로 통합한 것이다."

"우리는 연습도 못한다. 자동차 부딪히는 장면을 내일 찍는다고 해도 연습에 필요한 자동차 값을 누가 내나. 우리가 내야 한다. 개런티 받아도 자동차 연습하는데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실전이 연습이다. 가서 부딪쳐야 한다. 그래서 '깡이 없으면 무술연기자 못한다'고 얘기한다.

미국 영화에는 우리나라 영화들이 흉내낼 수 없는 스턴트 장면이 많다. 그 한 장면 갖고 1년여간 먹고 살 수 있는 돈도 나온다, 그리고 연습비용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선 차를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고 하고 싶어도 돈을 많이 안주니까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점점 스턴트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만약 '이 장면에서 차를 뒤집을 계획인데 1500만원 주겠다, 누가 하겠나'라고 하면 다들 나설 것이다. '내가 할께 내가 할께', '나는 뒤집고 불까지 붙일께' 이런 식으로 다들 나서면서 더 좋은 스턴트를 위해서 연구하고 연습하게 될 것이다. 외국의 경우는 '차 뒤집는데 얼마, 뒤집고 불붙이는데 플러스 얼마' 이런 식으로 개런티가 다 책정이 된다.

나는 영화 <중독>의 자동차 뒤집어지는 장면을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멋지고 어렵고 위험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 연기를 한 친구가 350만원 정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안전대책은 차에 '롤바'(차체보강용 쇠파이프) 설치하고 'X'자형 안전벨트가 전부였다."

- 최근 강우석 감독과 배우 최민식·송강호씨 사이에 마찰이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언급할 입장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돈을 많이 받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본인들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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