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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촬영장으로 쓰였던 곳은 누런 황토색으로, 주변과 확연히 구분된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국내 흥행기록을 연일 갱신하고 있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촬영된 경남 합천 황매산의 환경파괴가 극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화는 이미 만들어져 국내는 물론 미국 땅까지 넘보고 있지만, 환경파괴의 현장은 아직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황매산군립공원 해발 950m 정상 부근에서 촬영됐다. 인근에 가야산, 매화산이 있어 이곳은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산이다.

영화에서 낙동강 방어선과 두밀리전투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큰골평원'이란 곳에서 촬영되었는데, 산 정상에 제법 넓은 평원이 있고 크고 작은 언덕이 있어 전투장면 촬영으로는 제격이었다. 큰골평원 바로 아래는 옛 목장지대인데, 지금도 축사가 10여동 있다. 강제규필름 측은 40여일 동안 이 곳에 머물면서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황매산 촬영현장의 환경파괴가 극심하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달 29일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았다.

▲ 폐타이어가 타고 난 뒤 흔적과 철사가 녹이 슨 채 그대로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폐타이어 탄 흔적 남아, 야전막사 천막도 방치

큰골평원에서 촬영지로 쓰인 곳은 두 군데. 한 곳은 정상에서 약간 아래쪽에 있는데, 지면이 황토색을 띠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주변과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변질돼 있었다.

현장에 들어서니 발이 움푹 들어갔다. 굴착기로 복구를 했지만 아직 땅이 다져지지 않은 탓이었다. 복구현장에는 불에 탄 철사며 불에 타다만 폐타이어 조각들도 눈에 띄었다. 대개 땅에 묻혀 있었으나 건성으로 묻힌 것도 있어 손으로 잡아당기자 쉽게 뽑혀 나왔다.

그 주변에는 폐타이어와 비닐(고무)이 불에 탄 자국들이 여러 곳 있었다. 검게 탄 땅바닥에 타이어 속에서 나온 철사도 그대로 있었다. 곳곳에 철쭉나무가 자라고 잇었는데 그 주위로 폐타이어를 태운 흔적이 여전했다. 폐타이어는 화약과 함께 전투장면의 사실적 묘사를 위해 불을 피우는 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로부터 약간 가파른 쪽으로 100여m 떨어진 곳에서도 영화촬영이 있었는데 이 곳 역시 굴착기로 덮어놓은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두 촬영지 중간 지점은 야전막사로 활용된 곳인데 지금도 군데군데 막사를 지으면서 박은 나무핀이 수십 개 남아 있었다. 나무가 박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는 등산객들이 발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었다. 야전막사로 사용되었던 천막이 그대로 방치돼 서로 뒤엉켜 있었다.

▲ 야전막사로 사용되었던 천막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주민들 "영화사측은 환경부담금 내야"

29일 오후 현장취재 당시 가족들과 함께 현장을 찾은 허태조씨(대구 거주)는 "고향이 합천이라 가끔 오는데, 영화를 촬영하면서 환경파괴가 심했다는 말을 듣고 확인차 왔다"면서 "이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강제규필름 홈페이지에도 사진을 공개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황세경 합천자연학교장은 "영화의 흥행 성공에 가려 대자본 영화의 자연파괴와 국토의 생채기를 지적하는 이는 거의 없는 것 같다"며 "미국영화에 비해 손색 없다는 자부심과 한국영화에 대한 보호와 격려의 장막 속에 자연파괴 행위는 어쩌면 면죄부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황씨는 이어 "엄청난 인원이 40여일 동안 정상에서 지냈고, 밤에도 촬영하면서 불을 얼마나 지폈는지 산 아래 마을에서 보아도 훤하게 보일 정도였다"며 "전쟁 장면을 찍는다고 화약과 폐타이어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폐타이어 등이 타면서 난 독성물질에 의해 자연이 상당히 파괴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때 이런 주장의 글을 군청 홈페이지에 올렸더니, 군민들 중에는 '영화가 흥행하면 지역을 알릴 수 있기에 더 좋은 일 아니냐'며, 그 정도의 자연파괴는 참을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문화상품도 좋지만 자연상품도 더 소중하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이번 영화와 같이 자연파괴가 뒤따르는 촬영의 경우 반드시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영화사가 영화 수익금의 일부를 환경기금으로 의무적으로 출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 철쭉나무 옆에서 폐타이어를 태운 흔적.
ⓒ 오마이뉴스 윤성효

강제규필름 "일부 자연훼손 인정...조만간 완전복구 할 것"

한편 강제규필름측은 영화 제작과정에서 일부 자연파괴 주장을 인정하면서, 조만간 완벽한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작현장 담당자 손성표씨는 "일부 자연훼손이 있었다는 지적과 복구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알고 있다"며 "아직 복구가 덜된 상태이나 조만간 완전 복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손씨는 이어 "영화를 촬영하면서 합천군측과 자연친화적으로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복구 등에 있어 군과 공동부담하기로 했는데 계속 협력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갈대나 잡초를 심어 황매산 철쭉제(4월) 때까지는 완전히 복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담금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합천군청의 한 관계자는 "영화촬영 뒤 복구를 했는데 아직 봄이 되지 않아 새싹이 나오지 않아 삭막해 보인 때문"이라면서 "봄이 되면 강제규필름 측에도 제안해서 철쭉나무를 이식해 자연을 되살릴 계획"이라 말했다.

▲ 가운데 황토색을 띤 곳이 영화 촬영장이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 비닐이나 고무를 태운 흔적.
ⓒ 오마이뉴스 윤성효

▲ 굴착기로 복구한 촬영장에는 철사 뭉치가 파묻혀 있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 불에 탄 폐타이어 조각들이 복구 현장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 천막을 동여매는데 사용한 밧줄과 나무핀이 수십개 그대로 있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 탄약을 담은 나무통.
ⓒ 오마이뉴스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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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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