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들이 위험하다. 최근 일주일 사이 서울에서만 2개 학교 학부모들이 담임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교체 대상으로 지목된 2명의 교사는 병가를 내고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해당 학급 담임은 모두 시간강사가 임시로 맡고 있는 상태다.

학부모 "화장실 가는 걸 막아 배변 기능 이상 생겨"

지난 7일 서울 A초등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학교 1학년 학부모들은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하며 지난 4일부터 3일 동안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출석 거부에 따라 학교에 오지 않은 학생은 전체 25명 가운데 16~19명이었다.

지난 2일에는 21명 학생의 학부모가 각자 청원서를 작성해 A초등학교 교장에게 제출했다. 학부모들은 담임교사의 지도 방식에 대해 항의했다.

학부모들은 "담임교사가 특정 학생을 집중적으로 밀치거나 머리를 잡아당기고, 욕을 한 아이에 대해 반 전체 아이들이 욕을 하도록 지도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화장실에 가는 것을 막아 배변 기능에 이상이 생긴 아이도 있었고, 일기를 제시간에 쓰지 못하는 학생은 다른 아이의 일기를 베껴 쓰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초등학교 교장은 "해당 교사는 정식 체벌을 일절 하지 않았다"며 "욕을 너무 많이 하는 아이에게 욕먹는 기분을 알게 하기 위해 한 차례 다른 아이들에게 욕을 하라고 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교장은 "배변 지도 차원에서 화장실에 너무 자주 가는 아이를 제지한 바 있지만 쉬는 시간에 화장실 가는 것을 막은 것은 아니다"라며 "학생 일기를 직접 확인한 결과, 다른 아이 일기를 베낀 것이 아니라 지도 차원에서 담임이 불러준 것을 전체 학생들이 따라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A초등학교는 11일쯤 학부모와 교원 대표 등이 참여하는 학교분쟁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해당 담임교사는 병원에 입원해 있다.

"잘못한 학생 바닥에 앉혀놓고 수업"

다른 사례도 있다. 서울 B초등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6월 28일 이 학교 1학년 O반 학부모 9명도 교장에게 탄원서를 보냈다. 탄원서의 핵심 내용은 '담임 교체'였다.

탄원서에는 담임교사가 주먹으로 학생의 등을 때리거나 잘못한 학생을 맨바닥에 앉혀놓고 수업을 듣게 하는 일명 '못난이 자리'를 만든 것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비밀을 지키도록 돼 있는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지를 전체 학생 앞에서 공개해 특정 학생에 대해 모욕을 주기도 했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B초등학교 교장은 "담임교사가 몽둥이를 사용해 체벌하지는 않았다"며 "맨바닥에 앉아 수업토록 한 것은 맞지만 이름이 '못난이 자리'는 아니었으며, 정서행동특성검사지를 일부 공개한 것도 맞지만 특정 학생을 겨냥해 모욕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B초등학교에서는 지난 6월 29일부터 담임교사 대신 시간강사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해당 교사는 병가를 낸 상태다.

기존 지도방식 고수... 반발 부를 수도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초등학교의 담임교사에 대한 교체 요구는 종종 있었다. 이런 요구는 1∼2학년에서 많이 나타났다. 이번에 드러난 두 학교의 사례에서도 교체를 원하는 대상이 모두 1학년 담임교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 C초등학교 이아무개 교장은 "상대적으로 고연령인 저학년 담임교사들과 저연령인 신세대 학부모들 사이에는 교육방식과 교육관에서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며 "우선 교사들이 기존 지도방식을 바꿔 시대에 맞게 학부모, 학생과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장은 "기존 지도방식이 과거에는 통용됐지만, 지금은 큰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의 한 지역 교육지원청의 고위관리는 "담임교사의 지도방식도 문제지만, 학부모 역시 자녀를 과잉보호하려는 태도 때문에 잘못된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며 "학생들의 증언이 사실이 아닌 경우도 더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교사의 지도방식에서 생긴 일이긴 하지만, 학부모들도 담임 교체를 먼저 주장하기보다는 담임교사 또는 교장과 대화를 통해 극단적인 상황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관리는 "담임이 바뀌게 되면 이후 해당 반을 새로 맡을 교사를 구하기도 어려운 게 학교 형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