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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평택 집에 내려갔어요. 제가 아이가 셋 있는데 가장 꼬맹이가 네 살이에요. 근데 신기하게 가려고 하면 간다고 말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아는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손을 꼭 잡는 거에요. 이젠 정말 아이와 헤어지기 싫어요. 그런 일상의 헤어짐이 없는 게 우리 문제의 해결이 아닐까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고동민씨는 눈물이 많기로 유명하다. 얼굴은 시커멓고 덩치도 산만한 사람이 툭하면 울음을 터트린다. 쌍용차 사태가 해결됐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해고노동자의 생각을 묻는 질문에 답을 하면서도 울음을 참으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말에 자리에 함께 앉은 사람들도 잠시 숙연해졌다. 고씨는 결국 네 살 아이의 손을 뿌리치고 서울 대한문 앞 분향소로 다시 돌아와야 했다.

지난 9일 <오마이뉴스>는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와 송경동 시인과 함께 옥쇄파업 3년을 맞는 쌍용차 사태와 관련한 대담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 고씨와 함께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이 함께했다. 박 상임이사는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으로 송 시인은 지난해 희망버스 기획자로 모두 옥살이를 했다. 이명박 정부 4년의 '잔혹극' 속에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세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 목숨이 걸릴 일이라는 것이다. 2009년 1월 시민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는 "여기 사람이 있다"는 말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부산으로 떠난 희망버스는 "웃으면서 함께 끝까지 투쟁"이라는 구호로 연대 감동을 던졌다. 하지만 그에 앞서 "김진숙을 살리자"라고 외쳐야 했다. 그리고 "해고는 살인"이라는 죽음의 명제를 증명해낸 쌍용차가 남았다.

쌍용차 사건에는 '국가 공권력의 폭력'과 '신자유주의체제의 구조조정'이라는 두 현장의 성격이 복합적으로 드러나 있다. 그런 점에서 대담 참석자들의 생각은 하나로 모아지다가 또 어긋나기도 했다. 박래군 이사는 쌍용차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노동자들의 명예회복을 강조했다. 송 시인은 22명이나 사망한 사태와 관련해 정치권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했다. 해고당사자들은 무엇보다 복직을 향한 간절한 마음과 함께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지난해 사회적으로 노동의제를 부각시켰던 희망버스와 비교도 이뤄졌다. 같은 형태는 아니더라도 현 사태를 해결하려면 대중의 공감이 확대돼야 한다는 점에 대담 참가자들은 대부분 공감했다. 또 쌍용차 문제를 단지 한 기업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 그 책임은 현재 이명박 정권과 여당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난 10년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정부와 야당에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대담은 대한문 분향소 인근의 한 식당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참가자들과 나눈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

[대담1] 쌍용차 사태, 사회적 문제인가 기업의 문제인가

지난 2009년 6월 16일 쌍용자동차 사측이 출근 강행을 통해 평택공장 진입시도를 예고한 가운데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옥상에서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공장 점거파업을 벌이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쌍용차 대량 해고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09년 6월 16일 쌍용자동차 사측이 출근 강행을 통해 평택공장 진입시도를 예고한 가운데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옥상에서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공장 점거파업을 벌이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쌍용차 대량 해고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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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용 기자(이하 최) : "세 가지로 나눠 이야기 해보자. 첫번째는 쌍용자동차 사태가 왜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가라는 것이다. 두 번째, 지난해 희망버스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가 해결(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됐는데 왜 쌍용차에는 불이 옮겨 붙지 않았을까 이유를 살펴보자. 끝으로 쌍용자동차 문제의 해결은 어떤 상황을 말하는 것인가, 무엇을 목표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확인해보자. 해고노동자들이 복직되면 그걸로 '해결' 됐다고 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박래군 상임이사 (이하 박) : "용산참사와 쌍용자동차는 2009년에 같이 터졌다. 용산에서 공권력이 크레인에 컨테이너 박스를 매달아 사람을 죽였다. 그때 6명이나 죽었는데도 여론은 싸늘했다. 용산도 그 뒤에 계속 싸우면서 끈질기게 버텨온 것이다. 공권력은 똑같이 쌍용차 파업을 진압했다. 크레인에 컨테이너 박스를 올려 경찰을 투입하고 노동자들을 때려잡은 거 아닌가. 공권력의 폭력 문제에서 쌍용차와 용산은 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용산이 진상규명과 함께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이 필요한 것처럼 쌍용차도 진상규명과 노동자들의 명예회복이 있어야 한다. 이건 이명박 정부가 퇴임하더라도 책임을 계속 물어가야 하는 문제다."

송경동 시인 (이하 송) : "이명박 정권 이제 다 끝났는데 그들한테 물어서 뭐하나. 지금 이 문제에 답해야 할 건 박근혜다. 우리도 계속 물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과하라고 요구하면 박근혜는 할 거 같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뭘 못하겠나. 정수장학회도 곧 털고 뭐든 다 할 거다. 우리는 박근혜와 거리를 두면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노동자들의 복직을 목표로 잡아야 한다."

이창근 실장 (이하 이) : "박근혜씨에게는 '쌍차'라는 단어가 수첩에 적혀나 있는지 물어야한다.(웃음) 이 문제는 기업만으로 풀 수가 없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거다. 이명박 정부는 노사문제는 노사가 풀어야지 국가가 개입하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쌍용차는 결국 국가공권력이 개입해서 끝났다. 자기주장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고동민 조합원(이하 고) : "나는 이 사안이 기업내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업 내부의 일이 맞는데 정부가 그렇지 않게 만든 거다. 우리가 우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정부가 얼마나 막았나. 그때 노조에서도 엄청 양보해서 자구책을 내놨지만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업 내부의 일을 자체적으로 해결 못하도록 정부가 압박했기 때문이다."

: "정부는 쌍용차 문제 해결의 당사자다. 결국 먹튀 자본이었던 상하이 자동차로 매각을 결정한 것도 정부다. 산업은행이 했지만 국책은행 아닌가? 한진중공업 사태야 조남호 개인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쌍용차는 실제 당사자가 정부였기 때문에 이제 와서 기업 내부문제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또 쌍용차 문제를 발생시킨 정리해고 합법화와 기업 해외 매각 법안을 누가 만들었나? 다 정치권에서 한 일이다. 비정규직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국가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나? 결국 정치권에서 만들어낸 전체적인 구조의 문제다."

: "박근혜씨도 아직 특별히 말이 없었지만 실제로 그렇게(기업 내부 문제) 생각 할 것 같다. '노동자들은 함께 살아보려 노력은 안 하고 폭력파업만 했다', 그렇게 듣지 않았을까? 이 현상을 그에게 제대로 말해 줄 사람이 있나? 우리는 그때 정말 많이 양보했다. 퇴직금 모아 신차 만들자고 했고 무급휴직도 우리가 먼저 제안했다. 퇴직금 담보로 100억 원 마련하자는 말도 했는데 법정관리인은 '재정문제가 아니고 정치문제'라며 우리 제안을 받지 않았다."

: "실제로 쌍용차 문제가 발생했을 때 노사정이 수차례 실제 협의 테이블에 앉았다. 정부가 당사자라는 거다. 정부, 평택시장, 쌍용차 사측과 노동자들이 협상테이블에 있었는데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기업이라고 해도 공동체 사회 일원인데 정치가 개입할 수 없다는 건가? 기업 내부 문제에 중요한 핵심 법률을 만드는 것도 정치권이고 공권력 개입을 결정하는 것도 대통령과 정부다. 이런데도 쌍용차 문제가 기업 내부 일인가?"

: "그렇다면 이 문제는 단지 현재의 MB정부나 여당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 전반의 문제라고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정리해고 합법화는 김대중 정부, 쌍용차 매각은 노무현 정부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금 야당도 쌍용차 문제에 책임이 있다는 건데 민주당도 아직까지 쌍용차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다.(최근 민주당은 쌍용차 특별위원회 구성했다)"

: "22명이나 죽었는데 돼 정치적으로 쟁점이 안 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은 정치권 모두가 공범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 "민주당이 책임질 게 한두 가지인가. 강정마을도 노무현 정권이 만들어 낸 거지. 용산참사도 두 정권의 부동산 정책과 연결된다. 2008년 총선 때 한나라당이 뉴타운 정책으로 휩쓸었는데 그때 민주당 후보들도 부화뇌동해서 경쟁적으로 뉴타운 공약 내질렀다. 민주당이 집권하고 이전 정부와 다르다는 것을 보이려면 그런 부분에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통합진보당의 유시민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들에 솔직하게 고백하고 반성해야 표를 얻을 수 있고 정권창출도 가능하다."

[대담2]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 그 이후는?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3년 대담. 왼쪽부터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고동민 조합원, 이창근 쌍용차노조 기획실장, 송경동 시인.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3년 대담. 왼쪽부터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고동민 조합원, 이창근 쌍용차노조 기획실장, 송경동 시인.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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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의 방향을 바꿔보자. 과연 쌍용차 문제 해결이라고 하면 어떤 결과를 말하는 것일까? 문제 해결을 촉구하지만 그 방향과 목표는 불확실해 보인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구호만으로는 부족해 보이는데."

: "노동의 문제에 있어서 노무현 정부를 극복해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 부정해야 한다. 두 정권이 인권분야에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고 하지만 반대로 노동은 철저히 탄압했다. 촛불집회 같은 시민사회의 활동은 관대하게 처리했지만 노조의 생존권 투쟁만큼은 잔인하게 대했다. 두 정권의 공과 과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가야 한다. 두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부였다. 노동운동에 대해 국민들이 부정적 시각을 갖게 한 것도 두 정권이다. '귀족노조'라는 말도 그 때 만들어졌다. 이걸 그대로 이명박 정권이 이어 받은 거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싸움과 희망버스는 이전 정부에서 만들어진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해소하고 시민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우리 문제'라는 공감대가 생긴 거다. 홍대 노동자들은 사회적 지지와 엄호를 받으며 승리했고 한진중공업도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쌍용차 문제는 이런 부분에 더 밀착돼 있다. 더 큰 여론의 전환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노동문제를 도외시한 사람들의 의식을 재전환 시키는 문제가 남아있다."

: "사회적으로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도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해고자들에게는 복직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당사자가 바라본 문제 해결이란 무엇인가?"

: "솔직히 지금 싸우는 사람들 중에 몇 명이나 공장으로 돌아 갈 수 있을까 의문이다. 어제 평택 집에 내려갔다. 아이가 셋 있는데 가장 꼬맹이가 네 살이다. 간다고 말 안 해도 어떻게 아는지 서울로 갈 때가 되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손을 꼭 잡는다. 그런 거 같다. 이런 일상의 헤어짐이 없는 게 우리 문제의 해결이 아닐까. 공장으로 돌아가든 돌아가지 못하든 일상을 회복하는 게 이 문제의 해결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우리 조합원들이 공장에 들어가는 건 꼭 봐야겠다. 파업할 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동생들에게 이렇게 싸우면 이길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공장에 들어가서 회사가 지속 가능하냐 못하냐의 문제는 그 이후의 문제다."

: "쌍용차 문제해결의 지점을 정치적 수사로 표현하는 건 맞지 않다. 이 싸움을 이긴다는 건 결국 복직하는 거다. 어떻게 미화시킬 필요 없다. 결국 복직위해 여러 가지가 해결돼야 하는데 앞서 이야기한 정리해고 시스템의 문제 같은 사회적 의제는 복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돼야 한다. 쌍용차 문제해결의 결론은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이다."

: "쌍용차 문제 해결은 복직해서 회사가 받아주고 뭐 그런 게 아니다. 노동자가 무한 착취당하는 한국사회 시스템의 운영원리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다. 공장을 사회화 하자는 요구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담3] 쌍용자동차, 제2의 희망버스가 되지 못한 이유

22번째 희생자가 발생한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추모 분향소가 설치된 가운데, 지난 3일 낮 파업수익사업으로 한우를 판매중인 국민일보노조가 준비한 한우 요리로 언론노동자들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22번째 희생자가 발생한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추모 분향소가 설치된 가운데, 지난 3일 낮 파업수익사업으로 한우를 판매중인 국민일보노조가 준비한 한우 요리로 언론노동자들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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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차 사태는 지난해 한진중 사태와 많이 비교된다. 한진중 정리해고 사태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크레인 농성과 희망버스로 상징된다. 하지만 그 불똥이 쌍용차로 옮겨 붙지 못했다. 쌍용차 노조의 싸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 "희망버스는 조선소의 담을 넘어갔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경험이 운동의 촉매제였다. 그 절박함과 김진숙으로 대변되는 상징성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노동운동 속에 선언문만 낭독해 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 대중은 바라보지 못하고 노동자만 바라보는 게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여기 대한문에 분향소를 차리고 조금씩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플래카드를 뺏기고 기자회견을 하다 몇 명씩 연행이 되고, 깨지고 부서지는 모습이 퍼져가면서 시민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22명의 죽음이 가진 의미가 투쟁하는 노동자만이 아닌 시민들 자신들의 이야기로 서서히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 "희망버스의 '불똥'이라고 하니 비유해보자. 불똥에 불이 붙으려면 바람도 있어야 하고 잘 마른 나뭇가지도 필요하다. 하지만 쌍용자동차의 지난 3년은 죽음이라는 축축한 상태에 있었다. 김진숙 지도는 살아 있었다. 여기는 죽음이다."

: "용산에서 6명이 죽고 쌍용차에서 22명이 죽었다. 그때 영화 '워낭소리'가 개봉했는데 소 한 마리 죽은 거에 200만 명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런데 왜 쌍용차 사태에는 사람들이 무딘 걸까? 일반 사람들과 소통에 실패한 건 아닐까?"

: "모든 사람 마음에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패배감 있다. 노동 문제나 계급의 문제가 결국 실패하는 경험을 계속 반복하면서 그런 패배감이 쌓였다. 하지만 그 문제를 함부로 이야기 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희망버스처럼 안 될까? 지금 되고 있다. 지난해 희망버스도 준비과정이 오랫동안 충분히 있었다. 쌍용차는 이제 시작이다. 11일 바자회와 콘서트에 이어 19일 범국민추모대회로 광장이 열리면서 이제는 희망버스보다 더 큰 흐름이 생길 거다."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줘야 죽지 않는다"

: "해고노동자들의 삶은 현재 어떤가? 다른 곳에 취업이 안 된다고 하는데 이유가 뭔가?"

: "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대리운전도 하고 부두에서 하역작업하고 근근히 생계유지를 한다. 막노동밖에 없다. 자동차 만들던 사람들이 자동차공장이나 부품공장에 가면 블랙리스트에 걸려서 취업이 전혀 안 된다."

: "사람들이 죽어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같이 해고된 동지들에게 의리고 뭐고 이제 목구멍이 힘드니까 딴 데 가서라도 돈을 벌고 싶은 거다. 하지만 관련업종에 취업하려고 할 때 절대 쌍용차 출신은 안 받는다."

: "실제로 이력서 100통을 넣었는데 한 곳도 취업이 안 된 사람이 있다. 얼마 전에 자살한 이아무개씨도 계속 이력서를 넣었는데 한 곳도 받아 주는 곳이 없었다. 한국노총 사업장에 가도 취업이 안 된다."

: "최근에 쌍용자동차 사측이 신입사원 공채를 했다. 생산직은 뽑지 않는다고 했지만 해고자들 가운데 일부를 복직시키는 방법도 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은 거라 생각하나?"

: "정리해고가 있고 3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신규채용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회사는 생산직이 아닌 관리직 쪽이라고 하지만 이미 비정규직으로 현장 충원도 하고 있다. 올해뿐 아니라 파업 이후에 2010년부터 매해 채용을 하고 있다. 이것은 정리해고가 무분별하게 일어났다는 방증이다. 회사의 신규채용은 무급휴직자들에게 엄청난 절망감으로 다가온다. 그들이 삶을 체념하게 될까 무섭다. 결국 해고자들은 절대 회사에 다시 들어오지 못한다는 의사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 "잔인하다. 사망자 가운데 한 노동자는 해고 이후에 회사에서 불러 계약직으로 일했다. 이 사람의 기술이 필요했던 거다. 일을 시켜서 기술을 선보이게 하고 다른 사람이 배우고 나니까 바로 해고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죽었다. 이게 살인이 아니고 무엇인가. 한 명이라도 복직한다면 상당한 의미가 될 것이다. 사람들에게 돌아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는 거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부의 복직이 있어야 한다."

: "이번 신규채용은 인도 마힌드라로 기술 이전을 가속화하기 위해 진행한 것 같다. 아직 공장이 정상화 됐다고 보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을 새로 뽑는다는 건 국내 생산이 아닌 다른 곳에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 연구소에서 지금 700만 원짜리 소형차를 만들고 있다고 하는데 인도에서만 판매한다고 한다. 거기에 필요한 인력을 뽑았을 수 있다."

: "쌍용차 노동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지금은 사회적으로 '폭력'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혀있다. 그들의 파업이 정당했다고 공인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정권이 저지른 범죄지 거기에 맞서 싸운 노동자들이 비난받아야 할 게 아니다."


태그:#쌍용차, #쌍용자동차, #희망버스, #쌍차, #박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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