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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6일 고(故)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 1지회장의 죽음으로 촉발된 대전집회과정에서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마구잡이식으로 체포해 불법 감금했다는 노동단체의 주장이 법원 판결로 사실로 확인됐다.

 

대전지방법원은 지난 9일 이아무개씨(45, 대전 대덕구 중리동) 등 3명이 대한민국의 법률상 대표자로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청구 소송에 대한 판결을 통해 "진압경찰의 직무집행상 과실이 인정된다"며 "법무부장관은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 이들 각각에게 1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소를 제기한 모든 이에게 위자료 배상 판결이 내려진 것.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이씨 등은 이 사건 집회와 무관한 일반시민으로 집회에 전혀 참여한 바 없고 단지 집회 현장 인근을 지나고 있었을 뿐"이라며 "그런데도 진압경찰이 집회와 무관하다는 항변을 무시하고 체포한 뒤 5시간가량 귀가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불법체포와 불법감금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씨 등은 대전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통해 "직장 동료 관계인 3명이 사건 당일인 5월 16일 밤 9시 경 회사에서 퇴근해 저녁을 먹기 위해 대전 중리동으로 갔으나 집회를 하고 있어 다른 식당으로 장소를 옮기기 위해 이동하는 도중 돌연 나타난 경찰들에 의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체포되기 앞서 저녁을 먹으러 가는 일반시민이라고 항변했지만 강제로 제압돼 전경버스에 실려 둔산경찰서로 연행됐다"며 "연행된 이후에도 계속 항변했지만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 "밥 먹으러 가는 도중 돌연 체포... 항변했지만 무시"

 

이들은 "이 때문에 다음날 새벽 2시가 돼서야 풀려났다"며 "시위대로 오해받을 만한 사정이 전혀 없었음에도 싹쓸이하듯 선량한 시민을 체포하고 체포이유나 방어권을 전혀 설명해 주지 않은 것은 경찰의 직무집행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의 위력을 사용한 제압으로 평소 치료를 받아오던 허리디스크 통증이 심해져 고통을 호소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재판과정과 판결 이후인 지금까지 이씨 등에게 사과 한 번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경찰은 준비서면을 통한 반론을 통해 "원고들이 불법 시위현장을 배회한 행위만으로 시위대의 위력을 가중시키는 데 일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또 재판과정에서 법원의 화해권고에 불복하고 한때 원고들에게 소 취하를 종용하기도 했다.

 

"억울해 소 제기했지만 아직까지 사과 한번 못 받아"

 

이씨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위자료를 받으려 한 게 아니라 어이없는 일을 당했는데도 누구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 억울한 마음에 소를 제기했지만 아직까지도 사과 한 번 받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소송을 수행하고 있는 대전 둔산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항소여부에 대해 결정하지 않았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화물연대 등 노동자 6000여 명은 정부대전청사 남문광장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연 뒤 고(故)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 1지회장이 목숨을 끊은 대전 읍내동 대한통운 물류센터 앞으로 향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와 관련, "죽창 등으로 무장한 민주노총 시위대가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다"며 현장에서 457명을 연행했다. 또 민주노총 및 화물연대가 대전에서 주최하는 모든 집회 금지 통고방침을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당시 화물연대 등은 "경찰이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 조합원 및 시민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연행했다"고 항변해 왔다. 당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도 직접 대전경찰청장을 면담하고 "노동자들이 해산하는 과정에서는 폭력이 없었는데 무리한 진압으로 폭력행위와 무관한 사람까지 닥치는 대로 연행하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한 것은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찰은 "불법집회에 참여한 사람들만 연행, 부당한 체포나 감금은 없다"고 맞서왔다.


#집회#불법연행#불법체포#화물연대#노동자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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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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