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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가 전국 초중학교에 보낸 교과학습 부진아 지도 자료.
 교과부가 전국 초중학교에 보낸 교과학습 부진아 지도 자료.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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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평가를 강제로 보게 한 교과부가 교과학습 부진아를 지도하라면서 해당 학년에서 배우지도 않는 내용을 보정자료로 만들어 보냈어요. 이런 코미디가 또 어디 있을까요?"

충북지역에서 초등교사로 일하고 있는 신아무개 교사는 9일, 교과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만들어 전국 5000여 개 초등학교에 돌린 '교과학습 부진학생 교정을 위한 보정자료'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이 각 학교에 보낸 지난 6월 초 공문을 보면, 교과부는 이 자료를 "교과학습 부진학생 지도에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올해 3월 31일 치른 일제고사식 진단평가 결과 부진아로 판별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해야 하는 교과부 제공 유일한 자료인 셈이다.

이 자료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학년별로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등 5권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자료가 해당 학년 교육과정에도 없는 엉터리 내용을 담고 있어 교사들이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교과부 제공 부진아 자료 살펴보니

교과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올해 3월 31일 치른 일제고사식 진단평가 시험지.
 교과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올해 3월 31일 치른 일제고사식 진단평가 시험지.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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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5학년 자료의 경우 사회과 지도 내용으로 나온 '생각이 자라는 역사'란 제목의 책을 들춰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사에 대한 부진아 교육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학생들이 배워야 할 5학년 사회 교육과정과 교과서엔 한국사 내용이 전연 들어가 있지 않다. 한국사 내용은 6학년 사회과 내용인데 5학년 자료로 들어간 것이다.

이 밖에도 국어, 수학, 과학 등 다른 과목도 교육과정과 다른 엉뚱한 내용이 들어가 있음이 여러 곳에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올해 중간고사도 끝난 뒤인 4월 29일에서야 진단평가 판별도구를 '뒷북' 제공한 교과부가 부진아 지도 자료까지 엉뚱한 내용으로 만든 것으로 드러나 눈총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 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일까? 교과부 관계자는 "자료의 내용을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의 교육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2007년 개정 교육과정(7.5차 교육과정)의 경우 적용 시기가 초등 4학년은 2010년부터 5, 6학년은 2011년부터다. 올해 학생들은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로 공부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만든 부진아 자료엔 엉터리 내용을 담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교사들 "무능력, 무대책 증거"... 교과부 "융통성 있게 가르쳐라"

방대곤 전교조 초등위원장은 "올 초 일제고사 명분으로 부진아 책임지도를 내세우며 교사 징계 엄포를 놓던 교과부가 이런 허무맹랑한 자료를 만들어 전국 교사들에게 가르치라고 한 것은 경악할 일"이라면서 "이는 일제고사 만능주의에 빠진 현 정부가 얼마나 무능력하고 무대책인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효율성을 위해 앞으로 바뀔 교과서에 대비해 부진아 지도서를 만들다보니 (학교 적용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다"고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교과부 중견관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는 교과서와 맞지 않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앞으로 적용될 교육과정에 맞게 부진아 지도 자료를 제작, 배포한 것"이라면서 "올해는 학교 차원에서 융통성 있게 자료를 학년별로 교환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news.eduhope.net)에 쓴 내용을 깁고 더한 것입니다.



태그:#일제고사, #부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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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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