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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드리러 왔습니다 15일 12시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다니는 양재 온누리 교회는 예배를 마치고 나온 교인들로 붐비고 있다.
예배드리러 왔습니다15일 12시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다니는 양재 온누리 교회는 예배를 마치고 나온 교인들로 붐비고 있다. ⓒ 송규호

"종교인으로서 교회 안에서 한 것이어서 일반인의 정서와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2011년 자신이 장로로 있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온누리 교회 강연에서 한 발언이 문제가 되자 이같이 해명했다. 당시 문 후보자는 일제 식민지와 남북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후보자의 이런 해명은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마치 기독교인의 역사 인식이 일반인과 다를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온누리 교회는 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이다. 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 소속인 정태효 목사는 <미디어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교회는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자, 온세계가 기도하는 집인데, 마치 교회 안에서만 일부 발언한 것이라는 주장 자체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 목사는 "하나님이 온 우주에 충만하듯 교회는 세계 안에서 모든 사람이 같이 들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반박했다.

온누리 교회 성도들의 생각은 어떨까. 예배가 열린 15일 양재동 온누리 교회를 방문해 교인들에게 문 후보자의 강연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교인들은 대체로 문 후보자의 강연을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기자가 만난 열댓 명의 교인 중 단 한 명만이 문 후보자의 강연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나머지 교인들은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교회 교인들 "전혀 문제 없어... KBS 영상은 짜깁기 된 것"

자신의 견해를 밝힌 교인들 중 상당수는 KBS 보도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아홉시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서던 변아무개(남, 50대 초반) 집사는 "직접 그 자리에 있었다"며 "당시 교인들 사이에서 별문제 없이 넘어갔는데 이렇게 이슈가 될 줄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KBS에서 꼭 그것만 집어 가지고 보도했다"고 지적하고 "주위 교인들도 비슷하게 얘기 한다"고 했다. 또 변씨는 "제가 이분(문 후보자)과 성경공부도 함께하고 서로 안 지가 십년 이상 됐다"고 소개하며 "장로님이 보수적인 면은 있으시나 크게 인격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분"이라고 덧붙였다.

3년 째 이 교회를 다니고 있는 김아무개(남, 49) 성도도 "그 영상(KBS 뉴스)은 짜깁기한 거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제가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교회 내 두란노서점 앞에서 만난 김아무개(남, 64) 안수집사도 "교회차원에서 강연한 건데 방송에서 문제 삼는다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며 "그거 가지고 강연을 잘 했나 못 했나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신앙적 관점으로 문 후보자의 발언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푸른색 원피스를 입은 박아무개(여, 32)씨는 "우리(기독교인)는 역사적인 것도 다 하나님이 주관하심 아래 있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그 분(문 후보자)도 신앙적 관점으로 말씀하신 것이다"며 문 후보자를 옹호했다. 교회 앞에서 주차봉사를 하던 한 남성(53)도 "모든 것은 하나님 섭리로 이뤄진다, 그 안에 하나님 뜻이 있다, 하나님이 사고 냈다는 뜻이 아니라 그걸 통해서 교훈받고 회개하고 그런 거다"고 말했다.

일부 교인들은 문 후보자를 취재하기 위해 대기 중인 기자들을 보고 흥분하기도 했다. 한 손에 꽃다발 든 30대 남성은 채널A 카메라 기자에게 "어디서 나왔어요, 교회에서 한 소리 가지고 이러시면 안돼요"라고 거칠게 항의했다. 파란 가방을 메고 예배가 열리는 사랑홀로 들어가던 20대 여성은 방송사 카메라를 보고 "여기가 온누리 교회라고 하면서 나쁘게 얘기하는 거 아니야, 완전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어... "성향 자체가 굉장히 보수적"

만차된 양재 온누리교회 주차장 15일 12시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다니는 양재 온누리 교회의 주차장에 교인들 차량이 꽉 들어찼다.
만차된 양재 온누리교회 주차장15일 12시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다니는 양재 온누리 교회의 주차장에 교인들 차량이 꽉 들어찼다. ⓒ 송규호

문 후보자의 극우적인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아무개(31, 여) 성도는 "사람마다 신앙관이 다를 수는 있다"고 하면서도 "(문 후보자) 성향 자체가 굉장히 보수적이다, 이런 성향에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했다.

또 "오늘 혹시라도 담임 목사님이 그걸(문 후보자 강연 논란) 위해서 기도하자고 했으면 굉장히 마음이 좋지 않았을 거다"고 밝혔다. "예전에도 새누리당 의원들 인사시켰는데 그럴 때 진짜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10년 째 온누리 교회를 다니고 있는 트위터 아이디 @new*********를 사용하는 트위터리안은 15일 문 후보자에 대해 "교회 내에서 식민사관으로 떠드는 장로와 목사들이 그것이 하나님 뜻이라는 따위로 호도해도 앞으로는 젊은 성도들이 믿지 않을 것이다"며 문 후보자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그 장로의 잘못된 신앙관을 비판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교회는 오전 내내 예배를 보러 온 교인들로 붐볐다. 일곱시 예배에는 빈자리가 듬성듬성 보였으나, 아홉시와 열한시 반엔 약 2000석 규모의 예배당에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교회 앞 주차장에도 빨간 글자로 만차라고 적힌 안내판이 놓였다. 노란색 미니버스와 봉고차들이 계속 교회를 오고갔다.

한편 문 후보자는 이날 교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무전기를 들고 주차를 안내하던 한 교회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장로님은 보통 아홉시나 열한시 반에 오신다"고 귀띔했다. 예배는 문 후보자 강연 논란에도 불구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 열렸다. 설교를 한 이성준 목사도 문 후보자와 관련한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문창극#온누리 교회#양재 온누리 교회#문창극 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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