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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 스님은 절집 고양이와 동거 중

[서평]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18.01.10 10:30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반려 동물 1,000만 시대라고 합니다. 개를 반려 동물로 키우는 사람이 많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개와 고양이는 생김새만 다른 게 아니라 성격이나 식성 등 여러 특성이 많이 다릅니다.

개가 사람을 졸졸 잘 따르고 좀 살가운 편이라면 고양이는 냉정하다 싶을 만큼 자기 영역을 주장하는 고집이 있는 동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함에도 고양이와 함께하며 받는 기쁨은 여느 반려 동물에 못지 않나봅니다.

절집 스님과 산중 고양이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 지은이 보경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7년 12월 25일 / 값 16,000원 ⓒ 불광출판사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지은이 보경, 펴낸곳 불광출판사)는 12년 만에 산중사찰로 돌아온 스님의 일상에서 시작됩니다. 서울 도심에 있는 절에서 주지소임을 마친 스님은 산중 사찰로 돌아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님의 생활공간에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일부러 가까이하려 하지는 않지만 어느새 보이지 않으면 궁금해 하는 마음이 돋아납니다. 먹을 것을 챙겨주고, 잠자리를 만들어 주지만 특별히 보살핀다는 마음 없이 생활합니다.

말이나 글로 통할 리 없지만 무심한 듯 보살피지만 스님은 어느새 고양이의 마음을 행동으로 읽으며 직감으로 느껴갑니다.

잠자는 고양이가 눈부셔 할까봐 불을 켜는 대신 작은 손전등을 비춥니다. 고양이를 대하는 스님의 일상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실천입니다. 

스님은 고양이를 통해 세상을 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읽습니다. 굳이 불교를 이야기하지 않지만 고양이와 더불어 사는 일상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며 수행합니다.

고양이는 정말정말 좋아했다. 박스집에서는 다리를 펴지 못하고 웅크리면서 잤지만 여기에서는 네 다리와 고개, 척추를 펴서 'ㄷ'자 모양으로 늘어지게 자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고양이보다 보는 내가 더 따뜻하고 행복한 기분이었다.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114쪽-

처음에 고양이에게 도움을 줄 때는 측은지심이 없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교감하다 보니 스님은 고양이에게 주는 것 이상으로 받고 있다는 걸 실감합니다. 절집 삶이란 게 참으로 무심한 생활입니다. 훌쩍 어디를 다녀와도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한 게 절집 살림이지만 이제 스님에게는 당신을 기다려 주는 고양이가 생겼습니다.

굳이 말로 소통하지 않아도 스님과 고양이는 어느새 교감합니다. 스님은 고양이의 마음을 읽고, 고양이가 스님의 마음을 읽고 있다는 것까지 느끼게 됩니다. 무뚝뚝하다 싶을 만큼 아무런 대가없이 고양이를 돌보는 스님의 생활에서 무주상보시의 실천이 느껴집니다.

'야옹'하고 내는 고양이 소리는 어쩜 개떡 같은 법문일지도 모릅니다. 고양이에 무심한 사람들이야 차마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산중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산중 스님의 귓전에 찰떡같은 법문으로 들릴 겁니다.

마치 한편의 긴 동화를 읽은 소감입니다. 산중 스님이 절집 고양이와 동거하며 버무리는 이야기를 통해 자아내는 어떤 듯, 속뜻으로 감춘 찰떡같은 지혜를 읽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 지은이 보경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7년 12월 25일 / 값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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