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5.08 12:07최종 업데이트 24.05.0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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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참여자들의 모임인 <포럼 사의재>와 함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윤석열 정부를 집중 진단합니다. 윤 정부 2년의 역사적 퇴행을 바로잡고 정책을 복원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공동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총 열 편의 글을 게재할 예정이며, 이 글은 그 두 번째로 '민주주의 퇴행'입니다.[편집자말]
22대 총선이 끝났다. 이번 총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윤석열 정권 심판 선거'였다. 이제 복기의 시간이다. 국민은 왜 윤석열 대통령에게 낙제점을 주었을까?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정권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윤석열 정권이 취임하고 보낸 시간들을 평가한다면 '무능', 그리고 '폭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무능과 폭정 간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다. 윤석열 정권의 무능은 그들의 폭정이 원인이요, 그들의 폭정과 무능은 윤석열 정권의 검찰주의가 낳은 이란성 쌍생아라는 점이다.

무능의 면모
 

영국 대원들, '떠나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영국 대원들이 8월 6일 전북 부안군 야영장에서 철수를 위해 짐을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먼저 무능의 면모를 보자. 윤석열 정부가 무능하다는 것은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지 못했다는 데 본질적인 이유가 있지 않다. 평상시 최소한의 정부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면 응당 보여주었어야 할 위기관리, 상황관리가 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무능한 것이다.

내치를 보자.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단지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이유만으로 159명의 소중한 인명이 압사한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 정권의 무능을 단적으로 상징한다. 2023년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대통령이 민생현장 방문장에서 대파 가격 875원 운운, 어느새 슬그머니 조용해진 홍범도 장군 동상 이전 추진, 아파서 병원에 가도 의사 파업으로 의사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된 이른바 의료개혁 사태, 1991년 이외에 단 한번도 없었던 R&D 예산 삭감 등등.


총선 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세계 14위권으로 추락하여 멕시코에도 뒤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윤석열 정권이 R&D 예산 삭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 자신이 한 말을 두고 온 국민에게 청력 테스트를 시킨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사태도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외치는 어떤가? 왜 저러나 싶었던 친일 행보, 한미일 vs. 북중러 냉전적 대립관계, 이 속에서 남북관계는 당장 서해나 휴전선 일대에서 국지전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우크라이나 탄약 지원으로 대 러시아관계 최악, 대중관계 악화와 이로 인한 대중 수출·수입 무역수지 역전, 부산엑스포 유치전에서 부산시가 획득한 29표... 이 정권의 외교 분야 성적표를 단적으로 상징한다.

폭정이 남긴 상처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3년 11월 20일 이틀간의 영국 국빈 방문을 위해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착륙한 후 항공기에서 내리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다음으로 폭정이다. 2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윤석열 정권은 야당과 전임 정부, 비판 언론에는 쇠몽둥이를 휘두르고, 김건희 여사 등 자기편에는 봄꽃처럼 화사한 솜방망이를 선사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관여 의혹 등 비리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건희 여사의 외국산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의 묻지마 지지층에게까지 부끄러움을 안겼다. 그러고도 명품가방을 건넨 최아무개 목사를 스토킹 혐의로 수사를 하고 있다.

채 해병 사건에서 엄정한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박정훈 대령에 대하여는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기소까지 한데 반해 그 핵심 피의자들에 대하여는 한사코 수사를 막는다.

정치 영역 역시 폭정의 상처로 난자되어 있다. 총 9개 법안에 걸친 거부권 행사, 경찰국 행안부 설치, 인사관리단 법무부 설치, 수사준칙 및 검사직접수사개시 규정 개악 등에서 보듯 국회 입법을 보란 듯이 무시한다.

야당대표를 무시하다 총선 결과에 어쩔 수 없이 형식적인 영수회담을 연다.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을 비판하고 항의하는 야당 의원을, 사지를 제압하여 행사장 밖으로 끌고 나간다.

집권 여당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 힘 당원들의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한 당 대표를 아예 쫓아내고(이준석),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유력주자들을 마치 동네 부랑배가 지나가는 학생들 위협하듯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겁박하거나(안철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사임했음에도 해임이라고 고쳐 발표하여(나경원), 당 대표 출마를 기어이 봉쇄하고는 김기현 후보가 당선되게 하였다. 그런 김기현조차 대통령실의 불출마 메시지로 갈등을 겪고, 사퇴하였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는 김기현 축출의 산물이었다.

무능과 폭정의 연관성
 

2022년 10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 내외국인들이 추모글, 꽃, 술 등을 놓으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권우성


이상과 같은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폭정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하여 윤석열 정부의 무능을 조금 더 상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권의 무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라는 점, 그리고 검찰주의가 이 정권의 국정운영의 기본원리로 작동하는 검찰공화국이라는 점을 대입해 볼 때 보다 선명해진다.

검사에게 어떤 사안이 생기면, 불법과 범죄적 요소를 찾아 단죄하는 것이 그가 해야 할 일의 전부다. 그 사안의 안으로 들어가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 일의 향방이 어떻게 전개되고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따져, 보다 나은 방향을 모색하고 결정하는 것은 검사의 일이 아니다.

검사 출신 대통령에게 국정운영이란 관찰자요,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토론하고 숙의하고 경청하고 모색하는 일은 아예 머릿속에 없는 것들이다. 그러니 어떤 위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유체 이탈의 모습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이 이렇게 국정의 관찰자에 머무르고, 사후 책임 추궁에만 능하게 되면, 관료들은 당연히 유능한 상황 관리자의 역할을 포기하고 보신주의, 듣기 좋은 소리나 하는 아부꾼으로 전락한다. 현장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위기 요인을 체크해서 보고했는데 국정 최고책임자가 이에 대한 긍정적 관심을 표명하기는커녕 귀찮아하거나, 혹은 질책한다면, 누가 그런 위기관리역을 자임하겠는가?

그 단서를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시스템의 정상적 작동체계가 무너진 몇몇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상황 파악과 보고 체계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어떤가? 이태원 참사가 그랬고, 잼버리 대회 개회 이전 상황 파악도 엉망이었다. 대통령이 민생현장을 방문한다면서 대파 한단에 875원 운운하는 장면은 고물가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환멸을 느끼게 했다. 대통령은 누구로부터 어떤 내용의 상황정보를 보고받는가? 그 체계는 정상적으로 작동되는가?

외치도 마찬가지다. 엑스포 유치가 결정되는 파리 총회에 윤 대통령이 직접 참석을 하였다. 대통령까지 참석한 파리 총회 결과는 119 : 29였다. 참패라고 표현하는 것조차 민망한 결과였다. 정부가 각국의 표심 분석 내지 기본적인 상황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능의 유래
 

윤석열 대통령, 질문에 답변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민정수석에 임명한 김주현 전 법무차관을 소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윤석열 정부의 무능은 이 정권이 검찰주의적 국정운영에서 유래됐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폭정도 검찰주의적 국정운영이 파생시킨 것이다. 그러고 보면,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폭정은 모두 검찰주의적 국정운영이 낳은 이란성 쌍생아인 셈이다.

윤석열 정권은 검찰주의적 국정운영의 행태를 버려야 한다. 헌법과 법률이 명하는대로 국정을 운영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여야 한다. 야당과 언론의 헌법적 위상을 존중하고, 여당에 대하여도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검찰로 하여금 정권의 일이 아닌 검찰의 일을 하게 하여야 한다.

민생을 돌보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 국가경제의 지속적 성장 및 국제관계에서의 대한민국의 위상을 지키고, 평화로운 남북관계, 국익을 지키는 외교 모두 대통령이 관찰자가 아니라 집행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인식, 그리하여 김건희 여사든, 이종섭 장관이든, 한동훈 전 검사든, 그리고 대통령 자신조차 그 누구든 법적용에 예외가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 인식과 발상의 전환만이 남은 3년 임기 대통령 직무수행의 안정성을 보장한다. 국민들로부터 매서운 질책과 회초리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전의 검찰주의적 국정운영의 행태를 버리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회초리에서 끝내지 않을 것이다. 부디 우이독경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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