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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의 스레드 앱 로고.
 메타의 스레드 앱 로고.
ⓒ 로이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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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스레드 쓰시나요?"

얼마 전 <오마이뉴스>의 편집기자가 전화로 전한 질문이었다. 해당 편집기자는 종종 기사를 요청할 일이 있을 때 연락을 해오곤 하는데, 이번에는 스레드(Threads) 가입자의 사용기가 듣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가 낯설 사람들을 위해 잠시 설명하자면 스레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운영사로 유명한 메타의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다. 스레드가 유명세를 얻은 건 메타의 대표이사인 마크 주커버그와 트위터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트가 만든 '스캔들' 때문이었다.

대체 무슨 스캔들인가 하면, 머스크가 주커버그에게 결투를 신청했고 주커버그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난리가 난 것이다(오해를 막기 위해 부연하자면 여기서 '결투'란 링 위에서 정말로 치고 받는 결투를 의미했다). 그리고 이 시끌벅적한 소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주커버그는 정말로 트위터를 쏙 빼닮은 SNS 서비스인 스레드를 출시했다. 즉 주먹만 뻗지 않았을 뿐 제대로 한방을 먹인 셈이다.

물론 스레드가 화제를 모은 건 두 경영자의 기행과 스레드가 트위터를 정면으로 겨냥한 서비스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이후로 주커버그의 사업이 죽을 쑤던 것과 달리 스레드는 출시와 함께 폭발적인 가입자 수 상승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스레드는 서비스 개시 5일 만에 1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실제로 내 주변에는 자신의 스레드 사용기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스레드를 사용할 마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이건 서비스에 대한 호오의 문제 때문은 아니었다. 이미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만으로도 온라인 사교생활에 대한 욕구는 충족이 되었다. 새로운 서비스에서 더 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일 때문이 아니라면 굳이 새로운 사람을 만날 생각도 없었다. 편집기자의 질문에 대한 내 답은 '아니오'였다.

'노잼' 같은 시민단체 SNS에 담긴 고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앱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앱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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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화가 거기에서 끝이 났다면 아마 이 글을 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스레드 사용에 시큰둥한 마음이 든다고 이 서비스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활동가로서도 SNS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한국 최초의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지원하는 재단인 비온뒤무지개재단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인권운동 단체들처럼 비온뒤무지개재단 역시도 다양한 SNS를 통해 활동 소식을 전하고 각종 캠페인을 진행하곤 한다. 여기에 재단은 퀴어 유튜브 채널인 큐플래닛을 운영하고 있는데, 큐플래닛 역시도 별도의 SNS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많은 경우 사람들에게 인권운동 단체의 SNS란 홈페이지 공지 게시판의 연장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단체의 SNS 계정이란 사기업이나 개인의 것과는 달라서 쓰는 단어나 어투부터 사용하는 이미지까지 신경 쓸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체 SNS로 올라가는 게시물이 홈페이지 공지와 별로 다를 게 없거나 경직되어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체의 활동가들이 정말로 SNS를 홈페이지의 연장처럼 생각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SNS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용전략을 회의 때마다 논의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인권운동 단체로서 가지게 되는 아주 근본적인 고민이 엮여있다.

인권운동 단체로서 특히 역할이 분명한 단체의 경우 가장 기본적으로 잘 해야 하는 건 맡은 본연의 일이다. 가령 비온뒤무지개재단의 경우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지원한다는 역할에 맞게 기금을 성실하게 운영하고 지원을 잘 하는 것이 기본적인 업무이다. 하지만 우리 단체에도 이 기본적인 업무를 넘어선 보다 크고 원대한 목표가 있다. 한국 사회의 성소수자 차별과 배제를 해소하고 보다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 그리고 편견 없는 기부 문화를 잘 정착시키는 것.

이런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선 결국 사람들을 잘 설득하고 생각을 바꾸도록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만나던 사람만 만나게 되면 변화를 만들기는 어렵게 된다. 보다 폭넓은 우리가 아직까지 만나지 못한 대중들에게 다가설 필요성을 느끼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미디어의 탄생은 비영리 단체 활동가들에게도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 적어도 이 서비스들의 운영 체계에 따르면 이미 제공된 무료 플랫폼을 통해(물론 이 서비스가 우리가 접하는 광고를 통해서 수익을 얻고 유지된다는 점에서 엄밀히 무료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만으로도 앉은 자리에서 새로운 대중들을 만나고 우리의 주장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비온뒤무지개재단 또한 SNS 서비스들을 통해 성공적인 캠페인을 진행해본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드러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용자가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설계된 서비스는 개인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게 아니라 이미 익숙하고 동의하는 콘텐츠들을 보여주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에 소셜 미디어가 사용자의 편향성을 강화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른 활동가들도 우리가 고인 물에서 만나던 사람만 만나는 게 아닌지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지, 해보는 수밖에는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누구를 만나고 있지 못한 건가.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누구를 만나고 있지 못한 건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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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서비스로 확장하여 생각하기 시작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연령·사회적 지위·취향·성격 등을 포함하여 SNS 별로 사용자층의 특성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건 모든 플랫폼의 형식이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결과이기도 하다.

가령 긴 호흡의 글을 선호하고 전통적인 미디어에 익숙한 사용자들은 글자 수 제한이 없는 서비스를 선호하지만 반대의 성격을 지닌 사람들은 오히려 짧은 텍스트만 작성이 가능한 서비스에 많이 분포한다. 어떤 서비스는 이미지와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리고 이 사용자들의 성격은 앞서 얘기한 연령과 사회적 지위 등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는다. 한마디로 서비스마다 만날 수 있는 인구집단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다. 매년 초에 각 SNS별 사용자 구성의 특성을 알려주는 통계를 꼬박꼬박 확인하는 이유다.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담은 통계가 자주 나오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발표된 것이 있다면 꼭 찾아본다. 거시적으로 보면 대체적으로 나아지고 있긴 한데, 사실 세대와 성별, 지역을 세세하게 나눠서 파고들면 고민에 빠지게 된다. 가령 특정 세대와 성별에서 성소수자 중 특정 정체성에 대한 반감이 작년에 비해 늘어나 있거나 혹은 성소수자 인권 전반에 관하여 인식이 답보 상태를 보일 때가 있다.

그러면 생각한다.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누구를 만나고 있지 못한 건가. 우리가 설득하지 못한 대중은 어디를 가야 만날 수 있는가. 이건 활동가로서 가지는 고민이자 동시에 두려움이기도 하다. 먼 훗날 '우리가 그 때 그 일을 했어야만 했어'라고 후회할까 하는 두려움.

이것이 스레드 앞에서 개인이 아니라 활동가로서 고민하게 되는 이유다. 앞서 언급했듯 소셜 미디어를 전담할 인원도 두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작정 채널을 늘리는 건 업무 과부하를 자처하는 것과 같다. 채널마다 글자 수부터 영상과 이미지 크기, 링크 삽입 방식 등이 다르다 보니 일에 품이 많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 '저곳이야말로 블루오션이라면, 캠페인을 성공시킬 새로운 장이라면 아직 만나지 못한 대중이 있는 곳이라면'과 같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나는 십 년 후에 그때 스레드 계정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후회하게 되는 건 아닐까. 아마 답을 알 수도 해결될 수도 없는 고민일 것이다. 그러니 할 수 있는 일이란 한 가지뿐이다. 눈을 질끈 감고 새로운 계정을 만들 수밖에.

태그:#스레드, #트위터, #SNS, #비영리 단체, #인권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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