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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기. 304명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우리는 아직 진실을 꺼내놓지 못했다. 밝히려는 자와 감추려는 자, 그리고 그냥 이대로 덮으려는 자 사이에서 벌어진 지루한 줄타기는 '과연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놓았다.

그러나 억울했던 죽음이, 은폐되었던 죽음이 이 뿐인가? 세월호의 진실조차 드러내기가 이토록 힘든 이유는 그동안 이런 방식의 은폐와 묵살, 조작과 왜곡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졌던 우리의 역사, 그 역사를 바로잡는 일조차 미완으로 끝나버린 우리의 지난 과거 때문이 아닐까?

여기 한편의 연극이 있다. <온오프>. 남자라면 누구나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곳, 때로는 견디기 힘든 유무형적 폭력의 경험을 하기도 하는 곳. 그리고 '남자다움'이라는 마초적 감수성과 자부심, 아련한 추억을 부여받게 되는 곳의 이야기를 다룬 극이다. 그렇다. <온오프>는 바로 군대 이야기다.

공포와 폭력 이긴 후에 오는 자부심, 그러나...

연극 <온오프> 군대 내 의문사 사건을 다룬 연극 온오프. 4월 24일까지 공연한다.
▲ 연극 <온오프> 군대 내 의문사 사건을 다룬 연극 온오프. 4월 24일까지 공연한다.
ⓒ 극단 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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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온오프>는 군대에서 벌어진 죽음과 그 죽음이 은폐되고 조작되는 순간의 찰나를 포착했다. 군 내 방송실에서 근무 중인 '관심병사' 이병의 사고사는 사고발생 당시 근무지를 이탈한 부대장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은폐된다. 죽음을 하루 뒤로 연기하기 위한 조작은 상명하복의 일사불란한 명령체계 하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되며, 때로는 '알아서' 연기(延期)의 연기(演技)에 동참한다.

극중 망인이 된 이병의 선임이었던 말년 병장은 제대를 앞둔 순간, '죽은 놈은 죽었고, 산 놈은 살아야지'라는 숙명론적인 자세로 이 죽음의 연기에 동참한다. 그러나 과거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죽음이 '탈영'으로 조작되어버린 원혼과의 만남을 통해, 또 원혼이 되어 나타난 후임병과의 만남을 통해 이 죽음이 단지 하나의 해프닝 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이야기가 단지 창작력의 산물일까? 아니면 어쩌다 발생한 특이한 사건일 뿐일까? 군내 내에서 벌어진 의문사를 조사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2006년부터 2009년까지 활동)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05년까지 군 사망자 수는 21만9306명에 이르며, 그 중 자살처리자 수는 1만1903명이다.

육군은 전사, 순직, 사망으로 구분하여 예우를 달리했는데, 1969년 9월 1일 이후부터 사망 항목을 다시 병사, 변사, 자살로 세분화했고, 1989년 6월 10일 이후에는 전사, 순직, 일반사망, 변사, 자살로 구분하여 변사와 자살에 대해서는 어떤 예우도 하지 않았다.

<온오프>의 배우들 왼쪽부터 배우 강민규, 오강율,조시현
▲ <온오프>의 배우들 왼쪽부터 배우 강민규, 오강율,조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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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한 자살 사건 중 대부분은 개인적인 사유로 자살에 이른 것이 아니라 부대 내 부조리나 선임병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간혹 그 중에는 사고사나 타살로 밝혀진 경우까지 있었다. 상명하복이 절대적인 원칙으로 강조되는 군대에서 소위 '문제가 될 만한' 사건들은 손쉽게 개인적 자살로 처리 되어 왔던 것이다.

연극 <온오프>가 다루고 있는 것은 한 생명의 죽음이 어떻게 조직의 논리(사실은 명령체계 상층의 논리)로 인해 마음대로 각색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죽음이 정말 세월호의 죽음과 다르다 할 수 있는가?

죽음에 대한 성찰,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몫

이 연극을 준비한 극단 플로우는 주로 한국 군대라는 조직을 빗대어 대한민국 조직사회의 이면을 드러내 사회 고발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젊은 극단이다. <온오프>의 작가 겸 연출을 맡은 황승욱은 이 극을 쓴 이유를 '죄책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자신도 자살한 동료, 다친 젊은 친구들을 군대에 남겨 두고 왔다는 죄책감. 기억하고 싶지 않을 경험들을 억지로 드러낸 것은 그 죄책감 위에 한 송이 꽃이라도 피우기 위해서다. 극의 기본 줄기도 자신의 경험과 군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에서 밝혀진 실제 사례를 모티브로 삼았다.

극의 제목 <온오프>도 그런 의미에서 나왔다. 버튼 하나 켜고 끄는 것처럼 누군가의 죽음은 잊혀지기도 하고, 새로운 문제로 살아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사회 곳곳에 한줄기 빛, 한송이 꽃이 필요한 죽음은 너무도 많다. 연극 <온오프>가 '4월 16일'에 첫 공연을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다.

우리도 함께 스위치를 올려 봄이 어떨까? 연극 <온오프>는 4월 16일부터 오는 4월 24일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공연한다. 평일은 저녁 8시, 토요일은 3시, 7시, 일요일은 오후 3시.

연극 <온오프> 극단 플로우는 한국 군대라는 조직을 빗대어 조직사회의 이면을 드러내 사회 고발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젊은 극단이다. 세월호 참사 2주기에 공연을 시작해 오는 24일까지 매일 공연한다.
▲ 연극 <온오프> 극단 플로우는 한국 군대라는 조직을 빗대어 조직사회의 이면을 드러내 사회 고발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젊은 극단이다. 세월호 참사 2주기에 공연을 시작해 오는 24일까지 매일 공연한다.
ⓒ 극단 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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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연우 소극장. 문의 : fineani@naver.com



#온오프#의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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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보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는 생활속 진보를 꿈꾸는 소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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