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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차로 4~5시간 남짓 거리에 위치한 캄폿 주(州) 트랏 지역 호숫가에서 지난해 11월 21일, 주술사로 몰려 마을사람들로 추정되는 괴한들에 의해 살해당한 남성의 목이 떠있는 채 지난 18일(현지시각) 발견되었다고 프놈펜 포스트 등 현지 언론들이 20일 보도했다.

현지 관할경찰은 발견된 남성의 머리가 인근 마을에 살던 용 한(49)의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 남성은 지난해 마을사람들에 의해 악령을 부르는 주술사로 지목되어, 강가로 낚시를 하러 나갔다가 마을 주민들에 의해 목이 잘린 채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술사로 몰려 살해되는 사건은 캄보디아 현지 신문에서도 해마다 두 세 건 이상 사회면을 장식하곤 한다. 캄보디아 인권단체 애드혹(adhoc) 상임조사관 찬 소벳씨는 "2013년 한 해 동안 적어도 3명 이상이 주술사로 몰려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현지 영자신문 캄보디아 데일리는 벌써 금년 1월에도 불과 이틀 간격을 두고, 캄퐁 스프 주(州)에 사는 '키우 포른'이라는 불리는 55세의 남성과 전직 전통 치료사로 일한 경력을 가진 75세 노인이 주술사로 몰려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살해되었다고 보도했다.

현지 NGO 관계자들의 말에 의하면, 마을에 환자가 생기거나 전염병이 도는 등 우환이 생기면 마을에 저주를 내린 용의자를 찾기 시작한다고 한다. 마을에 액운을 부르는 주술사로 지목되는 순간, 1차적으로 마을주민들로부터 동네를 떠날 것을 강요받으며, 살해위협에도 불응할 경우에는 마을 주민들로 추정되는 괴한들로부터 결국 살해를 당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주술사로 지목된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살해 당시 목이 잘려나갔다는 사실이다. 머리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동남아 사람들의 믿음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나, 머리를 잘라 따로 버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다.

미국 인터넷 매체 '글로벌포스트(Global post)'는 지난해 3월 29일자 르포 기사에서 "매년 3명 이상의 사람들이 주술사로 몰려 목숨을 잃고 있으며, 이러한 마녀사냥은 갈수록 성장하는 도시와 반대로 찌들어가는 농촌사회의 간극을 보여주는 사례인 동시에 캄보디아 문화에서 초자연적인 주술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강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현지 인권단체들의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이래 현재까지 주술사로 지목되어 목숨을 잃은 사람은 최소 20여 명 이상으로, 그나마 이 수치는 해마다 줄어드는 수치라고 한다. 지난 2002년에 작성된 유엔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1년에는 한해 동안만 주술사로 지목되어 죽은 사람들의 수가 8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 매체는 주술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사법처리가 이뤄지는 경우가 2/3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지 경찰들도 주술사 살해사건의 용의자를 찾는데 별로 적극성을 보이지 않아 상당수 사건들이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캄보디아 인권단체 리카도(Licahdo)가 발표한 자료에도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발생한 15건의 사건 중 6건만이 기소처리 된 것으로 나와 있다.

이 매체는 또한 "거의 모든 이들이 자신의 몸을 악령으로부터 지켜줄 문신을 허리춤에 달고 있으며, 심지어 경찰들조차 산스크리트어를 문신으로 새겨 적의 총탄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받기를 바랄 만큼 미신에 대한 믿음이 강하며, 결국 이러한 믿음과 행동이 시골사회의 또 다른 마법의 문화가 결합된 지형도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캄보디아 주술문화를 연구해온 스웨덴 웁살라 대학 인류학과 얀 오베센 교수는 동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캄보디아인들은 자신의 불행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며 자신의 불행을 타인이나 특정한 사물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은 누군가 자신들의 악운을 바라고 있다는 주술적 세계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1세기에도 남아있는 캄보디아판 '마녀사냥'은 법이나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믿음이 훨신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주민의 자치적 정의가 여전히 우위를 점하는 캄보디아 사회 문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태그:#캄보디아, #주술문화, #주술사 살해, #글로벌 포스트,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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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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