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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배재대 국어국문학과 재학생들이 학과통폐합에 반대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6일 배재대 국어국문학과 재학생들이 학과통폐합에 반대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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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두 달 만에 작가를 꿈꾸는 신입생에서 마지막 졸업생 처지가 됐다."

학교 측의 학과 통폐합 추진으로 폐과 위기에 몰린 배재대 국문과 1학년 학생들의 하소연이다.

배재대학교(총장 김영호, 대전시 서구 도마동) 학생들이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학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대학 총학생학생회와 통폐합 대상학과로 선정된 일부학과 등 1000여명은 6일 오전 대학 본관(21세기 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일방적인 학과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백지화를 촉구했다.

총학생회(회장 이준수)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학교 측이 중요한 학과통폐합에 관한 내용을 학생들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후 통보했다"며 "학과 구조조정과 관련된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학과구조조정을 협의 없이 결정한 이유와 통폐합에 따른 영향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국문·불문·독문 없애고, 항공운항·기업컨설팅·사이버보안학과 신설

배재대 학과통폐합이 인문계열 특정 학과에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해당 학과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배재대 학과통폐합이 인문계열 특정 학과에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해당 학과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 배재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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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폐합 학과로 선정된 국문과와 프랑스어문화학과와 독일어문화학과 학생들도 이날 집회에서 학교 전통을 무시하고 기준마저 모호한 구조 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한 학생은 "학생을 무시하면서 부실대학 탈출은 불가능하다"며 "학교의 경영이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과의 소통"이라고 말했다. 이들 학과 학생들이 주로 반발하는 것은 이번 구조조정 학과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최근 일부 학과 통폐합 등 구조 조정안을 마련했다. 학교 측은 기존 56개 전공을 53개 전공으로 조정하는 안을 제시하면서 다른 학과들은 명칭을 변경하거나 정원을 일부 줄이거나 늘린 반면 국문과와 프랑스어문화학과와 독일어문화학과에 대해서만 사실상 폐과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항공운항과와 중소기업컨설팅학과, 사이버보안학과는 신설하기로 했다.

특히 국문과 학생들의 반발이 크다. 국문과 학생들은 이날 수업 거부에 이어 무기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김혜경(2학년) 학생은 이날 공청회 자리에서 "작가가 되려고 국문과에 진학해 만학의 길을 걷고 있다"며 "문학도들에게 낮은 취업률을 근거로 과를 없앤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인문학을 가르치지 않는 대학은 취업을 위한 학원과 무엇이 다르냐"며 "통폐합 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100명의 학생들이 자퇴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다른 학과 학생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러시아학과의 한 학생은 "매년 학과가 통폐합 되다보니 언제 우리 학과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 '학사공고란' 슬쩍 게시하고 "공개했다"

배재대는 다른 학과들은 명칭을 변경하거나 정원을 일부 줄인 반면 인문계열인 국문과와 프랑스어문화학과와 독일어문화학과에 대해서만 사실상 폐과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항공운항과와 중소기업컨설팅학과, 사이버보안학과는 신설하기로 했다.
 배재대는 다른 학과들은 명칭을 변경하거나 정원을 일부 줄인 반면 인문계열인 국문과와 프랑스어문화학과와 독일어문화학과에 대해서만 사실상 폐과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항공운항과와 중소기업컨설팅학과, 사이버보안학과는 신설하기로 했다.
ⓒ 배재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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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학교를 '불통 대학'으로 지목한 것은 학과 구조조정을 극비리에 추진해온 데 따른 것이다. 학교 측은 지난 달 22일 학교 누리집 '학사공고'란에 '학사, 장학에 관한 규정 제, 개정'을 입법예고했다. 이를 근거로 통폐합 계획을 공개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 누구도 입법예고안에 학과 구조 조정안이 담겨 있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학교 측은 6일 오후 처음으로 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학생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오는 8일까지 교무회의를 통해 구조 조정안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형식적인 요식행위를 갖추고자 할 뿐 학생들의 의견을 귀 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지홍 국문과 학회장(3학년)은 "전체 170명의 국문과 학생 중 97명이 농성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시경, 김소월, 나도향으로 대표되는 국문과를 비롯해 인문학 관련학과를  없애는 것은 배재학당 역사에서 배재를 없애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대학의 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태그:#배재대, #학과통폐합 , #구조조정,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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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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