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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취약한 실물경제하의 대한민국 경제구조에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금융개방 정책은 유동성 위험을 더욱 증가시켰고, 한국은행 전직 총재 두 명은 모두 퇴임사에서 자본유출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하게 언급하고 떠났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3년간 전 세계 초미의 관심사는 '과도한 유동성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였다. 연방준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상태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함을 역설했고, 로버트 쉴러 교수는 "거품은 반드시 붕괴한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이 드디어 재보궐선거 이틀 후인 오는 10월 28일, 한미FTA 비준을 강행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국에게 FTA는 월가(Wall Street)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유동성 위험과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단기성 출구전략이다. 10% 대에 육박하는 실업률과 사상 최악의 적자를 겪고 있는 미국 경제는 금융정책의 근본적인 기조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한, 이제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이 아니면 나락으로 떨어질 상황이다. 이미 오바마 대통령은 1년 후 대통령 선거를 대비해 '수출 2배 달성'이라는 비현실적인 공약까지 국민들에게 내어놓은 상태이다.

반면 한국은 어떠한가? 복지국가가 화두라고 하고, 무상급식 논쟁이 지난 2년간 대한민국을 휩쓸었는데 정작 서민들의 삶과 대한민국 경제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한미FTA에 관해서는 논하는 이가 드물다. 한나라당은 아직도 안보논리와 대기업 중심의 수출정책 필요성을 역설하며 한미FTA의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우왕좌왕하던 야당은 이제서야 부랴부랴 국회 소위원회 위원장석을 점거하고 잇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 허둥지둥대고만 있다.

야당 지도자들은 한미 FTA는 대한민국 경제에 큰 해악을 끼칠 경제협정임을 인지해야 한다. 과도한 유동성 위험을 더욱 부추기고, 미국경제의 비이성적 과열을 대한민국 코스피/코스닥 시장과 경제구조에 덤핑시키는, 절대로 비준해서는 안 되는 협정이다. 굳이 7가지의 독소조항(▲ 쌀 재논의 ▲ 개성공단 제품 수입금지 ▲ 반덤핑 장벽제거 거부 ▲ 취업비자 실종 ▲ 자동차 관세 즉시 철폐 백지화 ▲ 한국 기업의 제소권 박탈 ▲ 미국법과 다른 FTA 조항 무효)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미FTA는 한국경제를 더욱 세계 경제위기의 심장부로 몰아넣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 EU에 가입했다가 파산에 직면한 그리스와 같은 국면을 우리 대한민국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본은 기본적으로 투기적 속성을 가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국가는 자본의 투기적 성질 (speculation)이 건전한 투하자본(investment)가 될 수 있도록 규제해야 한다. 그래야 초단기적 거래, 대규모 정리해고, 구조조정을 통한 매각차익에만 관심을 쏟는 투기자본 대신 설비투자 등 장기적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자본이 국가경제에 자리잡을 수 있다.

한미FTA는 건전한 투하자본 대신 초단기적 투기자본이 한국 증시와 하부경제를 휩쓸게 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경제협정이다. 독소조항으로 인해 그 투기자본을 규제할 길조차 사라져 버릴 것이다. 한미FTA 체결을 눈앞에 둔 대한민국이라는 주권국가의 처지가 마치 고결한 여인이 발가벗겨진 채로 발정난 남정네들 앞에 서 있는 것을 보는 것 마냥 애처롭다.

누가 이 여인에게 옷을 입혀줄 것이며, 발정난 남정네들로부터 그녀를 보호해줄 것인가? 우리 국민들은 한나라당 남경필 위원장,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 김동철 간사를 눈을 뜨고 지켜보고 있다. 그들이 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직접 할 것이다.

태그:#한미FTA, #독소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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