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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 오마이뉴스 안호진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 3년째를 맞이하는 아침에 노무현 대통령이 골프를 쳤다고 합니다. 골프가 대중스포츠냐 아니냐를 차치하고서라도 하필이면 그날 왜 새벽부터 골프장에서 그것도 비오는 날에 5시간이나 필드에서 골프채를 휘둘러야 했는지 그 저의를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취임한 지 아직 반년도 되지 않은 이 시점에서 할 일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그토록 열렬히 지지했던 지지자들이 등돌리는 현상에서 유유히 '우중에 골프치러 나가는 대통령'이라. 노무현 대통령을 상징했던 아이콘인 그 푸른 새싹의 노란색이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노무현=노사모=노란색

노무현 지지자들에게 2002년의 노란색은 과연 어떤 의미였습니까? 전근대적인 한국 정치 사회를 역동적이고도 시민참여정신이 빛나는, 세계가 놀란 인터넷 정치혁명을 일구어낸 것. 그것은 바로 노란색의 물결이었습니다. 그것은 곧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우리에게 남겨준 남과북에 뿌리내린 화해와 평화 통일염원의 소중한 싹들의 색깔이기도 합니다.

그 새싹들의 '순수한' 노란색이 건강한 꽃을 피어 내기도 전에 시들시들 "싹수없는" 노란색으로 고사하기 일보직전입니다. 당신은 오늘로써 '싹수없는 대통령임'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비롯되는 그 역사성을 송두리채 부정했으며 나아가 6.15공동선언의 평화통일의 새싹을 싹둑 잘라 버렸습니다.

김민웅 목사의 '돌아오라.노무현! 부디 돌아오라! 6.15 공동선언 그자리로 돌아오라!'는 절절한 충고를 외면하고, 6.15선언 3주년 그날에 행사는 커녕 입뻥긋 안하고 골프치면서 버디를 낚았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공개석상에서 기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칠려면 몰래 치든지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 노무현 대통령과 재일동포와의 간담회
ⓒ 오마이뉴스 안호진
비가 와서 행사 참석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우중에 골프는 쳤습니다. 이 불협화음, 언어도단을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미국에 가서 굴욕외교 했다는 것은 각자 해석하기 나름이고, 나라 제삿날(현충일)에 일본가서 일본국왕 전에 넙죽 배알하고 만찬 즐기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6.15 남북공동선언의 3주년, 통일의 현재진행형인 이 절실한 상황에서 성명 한 줄 발표 안하고 골프친다는 그 마인드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입니까?

일본국민과의 대화에서 재일동포 고등학생한테는 '국적을 초월하는 시대인데 그냥 귀화해서 잘사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온갖 차별과 박대속에서 조국의 국적을 꿋꿋하게 지키고 살아온 일백만 재일 동포에게 일국에 대통령으로서 이것이 할 말입니까?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묻는 일본인의 질문에 미제국 대통령 링컨이라고 대답하면 그만일텐데 '실패한 김구선생보다 성공한 링컨을 더 존경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김구선생이 실패했습니까? 아니 실패했다면 무엇을 실패했습니까? 그것에 대한 고민이 있는 대통령이라면 적어도 그날 6.15에는 골프를 쳐셔는 안됩니다.

대통령 자리에 올라 보니 후보시절에는 그토록 존경해 마지 않으셨다는 김구 선생님이 실패한 인생으로 보이셨습니까? 왜 김구선생을 실패한 인생이라고 매도하시는지요? 그것도 침략국 일본에서 일본인들의 앞에서 말입니다.

항일투사 김구 선생을 폄하하는 발언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이 못되면 다 실패한 인생이란 말씀인가요. 이거 막가자는 거지요. 이건 김구선생에 대한 명백한 인격모독 입니다.

제 마누라보다 친구 마누라가 훨 지적이고 아름답다고 합시다. 제 마누라는 촌닭처럼 못생긴데다 곰처럼 띨띨하다고 합시다. 그러나 그게 설령 사실이라 해도 듣는 당사자 마누라앞에서 말씀하시면 안됩니다. 왜냐면 제 마누라가 기분 안좋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지요.

▲ 독립운동가 김구. 1949년 사진.
ⓒ 야후! 백과사전
일평생을 독립투쟁을 해오신 김구선생은 미제 앞잡이 이승만과 미제국의 사주에 의해 피살당하셨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김구선생을 예전에 존경하셨기 때문에 아마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친미 사대주의자 이승만의 반쪽짜리 대통령보다 남북통일 정부을 수립하고자 노구에 위험한 평양행을 감행하셨던 김구 선생이야 말로 저는 진정한 우리 민족의 큰 별이라 믿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더이상 미제국의 링컨과 비교하지 마십시오. 통일 정부 수립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억울하게 비명에 가신 백범선생에 대한 모독이요, 제얼굴에 침뱉기가 아닌가요.

'남북분단은 미제국과 구소련의 농간이다' 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제주 4.3학살이 미제국의 사주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증거가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당신의 혀와 입으로 쏟아논 '정치범 수용소', '한총련 난동자'등 적잖은 돌출발언에 좌불안석에 당황하곤 했지만 대통령님의 입장을 고려해서 애써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6.15에 벌인 골프행각은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북한이 정녕 남의 나라란 말인가요. 남북은 원래부터 하나였습니다.

부모형제가 사는 우리의 혈족입니다 그것도 반백년만에 화해 하자고 만났습니다. 두 형제간에 잘사는 형이 못사는 아우님께 식구 몰래 한뭉치 거액을 줬습니다. 살림에 보태 쓰라고 못사는 동생에 대한 배려인 것입니다. 5억달러. 옛날 구 소련에 노태우가 50억 달러 차관주고 하나도 못받은 것에 비하면 껌값중의 껌값입니다.

그런데 그게 특검으로 '뽀록'이 났습니다. 놀부와 흥부를 비유하면 그렇습니다. 놀부 식솔들이 애비를 형사 고발해서 감방에 쳐넣는 꼴입니다. 부모.자식,형제 간에 세상천지 이런 법도 있는겁니까. 북한은 엄연히 헌법상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명기되어 있다지요. 남과 북은 원래 하나였고 반드시 원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정신은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담판을 지은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입니다. 그 정신은 지금 급박하게 변화하는 세계 정세속에서 한민족이 동북아 시대의 중심국가가 되느냐 마느냐의 건곤일척이 담긴 승부수 중의 하나이며,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자주적 통일에 대한 진실한 역사의식 바로 그것입니다.

당신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아직 버리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당신이 그토록 외친 '원칙'과 '상식'에 대한 미련 때문입니다. 후보였던 당신에게 미쳐 그야말로 광신도 소리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6.15공동성명 3주년을 맞이하는 오늘을 시점으로 님을 향한 지지(일편단심)를 철회하려고 고민 중입니다.

당신을 지지했던 저와 같은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엿 사먹은 '원칙'과 '소신' 빨리 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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