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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1일 선고공판 받으러 서울지법에 들어가는 김홍걸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 관련 타이거풀스(송재빈 회장)로부터 주식을 증여받는 등 특가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대중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지법 형사합의 23부(김용헌 부장판사)는 11일 기업체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홍걸씨에 대해 징역 2년(추징금 2억원)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날 서울지방법원 형사법정 417호에서 열린 홍걸씨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홍걸씨에 대해 "대통령 아들로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이권에 개입하거나,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일이 없도록 몸가짐을 조심했어야 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아들의 지위를 이용하려는 최규선에게 금전적 도움을 받는 등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또 "과거 대통령 아들도 이와 유사한 범죄적 범죄를 저질러 국민적 지탄을 받았음에도 같은 범죄를 답습했다"라는 유죄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홍걸씨가 관계기관에 실제로 청탁을 하지는 않았고, 범죄에 소극적으로 개입했으며, 형 홍업씨가 중형을 선고받는 등 어려운 처지임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정상참작의 이유를 동시에 밝히면서 홍걸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 김용헌 재판장은 선고에 앞서 "우리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안다. 그런 까닭에 재판 일정을 미루지 않았고 피고인의 재판 받을 권리도 배려하는 등 여러모로 고심을 많이 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남편이 '학업의 길' 가도록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아내 임미경씨 '선처 호소' 탄원서 제출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39)씨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11일, 김씨의 아내 임미경(36)씨는 '선처'를 호소하는 자필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A4용지 4장 분량의 이 탄원서에서 임씨는 "남편은 원래 조용하게 학구적인 일을 해 왔으나 마이클 잭슨, 사우디 왕자 등을 만나면서부터 좀 더 폭넓은 활동을 원하게 됐다"며 "(아내로서) 남편의 그런 일들을 알았다면 좀 더 내조를 잘 했을 텐데 내조를 잘못해서 가슴 아프다"고 밝혔다.

임씨는 또 "아내로서, 효도하는 며느리로서, 훌륭한 어머니로서 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버님께 죄송하다"며 "남편이 부모와 가족, 국민 모두에게 큰 상처를 줬지만 이제라도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하느님이 정하신 길, 학업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 김영균 기자
이날 함께 재판장에 선 최규선씨는 이번 사건의 주범이기에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의해 징역 2년 6월, 김희완씨는 홍걸씨와 최규선씨에 비해 범죄에 가담한 횟수가 적고 알선행위를 소개한 역할만을 맡았으며 반성하는 태도가 참작돼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아울러 김홍걸, 최규선, 김희완씨 3명에게는 각각 2억원, 4억5600만원, 8천만원의 추징금이 선고됐다.

이날 재판장에 나타난 홍걸씨는 평상심을 되찾은 담담한 표정이었고 건강상태도 비교적 좋아보였다.

홍걸씨는 재판부에 낸 최후변론서에서 "저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훼방거리요, 백성의 조롱거리입니다"는 성경구절(시편 22장 6절)을 인용하면서 "진정한 고통의 잔을 마신 피고인에게 참다운 자유를 주시기 바란다"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홍걸씨의 집행유예 선고와 관련 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아들이 아닌 일반인이었어도 똑같은 결론이 났을지 그 형평성에 관해 의문이 남는다"면서 "김홍걸씨 스스로 깊이 자숙하기를 바라며 다시는 이런 부끄러운 일이 역사에서 없어져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 1일 김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에 대해 각종 이권에 개입해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고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6월에 벌금 5억원과 추징금 5억60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5분 사이에 완전히 달라진 민주당 논평 '눈길'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의 집행유예 선고와 관련, 민주당 선대위가 낸 '천양지차'의 논평 2건이 주목을 끌고 있다.

민주당은 홍걸씨에 대한 서울지법의 선고가 있은 후인 오후 6시경 이미경 대변인 명의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없어야 한다. 대통령 친인척 및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막기 위한 반부패법안의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나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검찰은 이회창 후보 두 아들 병역비리에 면죄부를 주고 사법부는 대통령 아들에게 특혜를 줬다. 모두 국민의 법감정과는 크게 어긋난다'며 사뭇 다른 내용의 논평을 다시 냈다.

첫 번째 논평이 비교적 유화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라면, 두번째 논평은 상대적으로 강경한 것으로 12월 대선을 앞두고 '김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가지겠다'는 최근 민주당 내부의 의중이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논평이 번복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김홍걸씨 관련 논평 역시 재판부와 홍걸씨에 대한 질타의 수위가 예상 밖으로 낮아 의외다. 한나라당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겠다. 면밀히 증거를 검토하고 판결을 내렸을 것으로 믿는다"며 재판부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고, "김홍걸씨 스스로 깊이 자숙하기를 바란다"는 비교적 점잖게 타이르는 듯한 어조의 논평을 냈다.

'일반인과 대통령 아들에 대한 법적용의 공평성'을 묻고, '권력형 부패와 비리의 근절'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비교적 낮았다. 한나라당의 이번 논평은 아들의 병역문제로 적지 않은 고통을 겪은 이회창 후보의 심정을 반영 '아들문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지 말자'는 의도로 읽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듯하다.

김홍걸씨 공판이 열린 11일 서울지법 형사법정에선 북파공작원 '설악동지회' 회원들에 대한 재판도 함께 열렸다. 이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경찰이 사복경찰을 법정과 법원 입구에 배치하는 등 홍걸씨 재판이 있은 서울지법은 오후 내내 긴장감에 휩싸여있었다.

재판이 있은 형사법정 417호에는 홍걸씨에 범죄행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감소한 탓인지 많은 방청객이 몰리지는 않았다. 기자들의 취재열기도 예상외로 낮았다. 홍걸씨의 선고공판은 방청석의 절반 가량이 비어있는 상태로 진행됐고, 정치인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홍걸씨에게 집행유예가 내려지게 된 이유는 재판부가 알선수재 등의 범죄행위의 주범으로 최규선씨를 지목했고, 홍걸씨는 이에 소극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을 정상참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최근 실형이 선고된 형 홍업씨의 딱한 입장도 이번 집행유예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진다. / 홍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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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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