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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23일 울산 울주군 청량면 온산로에 있는 홍명고등학교 앞에서 교육청의 특별감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23일 울산 울주군 청량면 온산로에 있는 홍명고등학교 앞에서 교육청의 특별감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전교조 울산지부

지난 2001년 비리 혐의로 구속되면서 물러났던 울산 홍명고(태화학원) 이아무개 이사장이 10년 만인 2011년 이사장에 복귀한 후 다시 지역 교육계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관련기사 : 돌아온 재단 이사장... 전교조는 '특별감사' 요구) 이사장이 자신을 비난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해당 학교 학생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23일 오후 1시 30분 울산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고발, 교사고발, 교사의 상시적 동태 파악과 징계압력, 수업방해, 수업권 침해 등 홍명고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상식을 뛰어넘는 일들"이라며 "울산교육청은 특별감사를 실시해 임원승인 취소등 문제의 재발을 방지할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 이사장이 1,2심의 유죄와 달리 대법원에서 비리혐의 무죄를 선고 받고 2011년 재단 이사장으로 복귀한 후 당시 한 학생이 언론보도와 자신의 의견을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 그러자 이사장은 해당 학생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한편 학부모를 불러서 다그쳤다. 하지만 이 학생은 경찰 조사 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이 있기 10년 전부터 울산지역 교육계의 핫이슈는 '홍명고' 문제였다. 지난 2000년 교육청이 제공한 예산으로 학교 체육관을 짓는 과정에서 이사장이 횡령한 혐의가 드러나 구속되었다. 이 사건으로 언론은 물론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이사장의 비리 문제가 터진 후 교사는 물론 학생들까지 수업을 거부하고 시위를 벌이는 등 갈등을 겪었던 것. 또하나 이 학교는 부근이 석유화학단지라 공해와 소음, 여름이면 들끓는 모기로 수업권을 방해받으면서 '기피대상 1호'의 학교로 부상했다.

이후 이사장의 퇴진 후 우여곡절 끝에 관선이사가 파견되고 학교는 정상화됐고, 국민권익위의 중재로 최근에는 학교 이전도 결정됐다. 하지만 1, 2심에서 유죄를 받았던 이사장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고 2011년 재단 이사장으로 복귀하면서 다시 갈등이 재현되고 있는 것.

전교조 울산지부 "학생에 전교조 교사 감시 지시 등 사제간 이간 시켜"

전교조 울산지부는 "이아무개씨가 학교법인에 복귀한 후 홍명고등학교는 학생, 교사에 대한 고발이 횡행하고 행정실을 통해 교사들의 동태를 감시하며, 이사장이 교장의 고유권한인 학사행정에 일상적으로 개입하는 등 상식과 법령을 벗어난 비교육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전교조는 "2011년 6월 29일 이사장은 자신에 대한 인터넷 비판글을 올린 학생을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비교육적 행태를 보였으며, 특강시간에 학생들에게 전교조 교사 비난과 전교조 교사 동태파악을 지시하는 등 학생과 교사들의 관계마저 이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교조는 또한 "학생을 통한 교사동태파악도 모자라 교사에 대한 일상적 징계위협과 고발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또한 일삼고 있다"며 "이사장이 수업시간에 일상적으로 교내를 순회하며 교사의 동태를 파악하고, 심지어서는 수업상태를 지적하는 등 수업진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전교조는 "2011년 10월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과학실에서 환담을 한 사실을 놓고, 그 자리에 있었던 13명의 교사를 건조물 침입죄로 고발하는 등 정상적인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며 "또한 그 당시 학교운영위원회의 비상식적인 결정에 반대하고 항의해 퇴장했던 교사에게 일방적인 사과를 강요하다 해당교사가 이를 거부하자 2년이나 지난 2013년 7월 19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감봉처분을 하는 등 학교행정을 사적 감정의 표출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울산시교육청은 홍명고에 해마다 수십 억 원씩의 국고를 지원하고, 2015년에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학교이설을 준비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홍명고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학사개입과 비민주적인 학교운영에 대해 울산시교육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현재 홍명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사장의 전횡과 불법행위가 권고해서 개선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며 "교육청의 엄정한 감사를 통해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임원승인취소 등의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부당한 징계를 당한 교사에 대해서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재심청구와 민사소송을 통해 정신적 물질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울산시교육청은 홍명고 교사들의 수업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와 문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이같은 전교조의 항의에 대해 태화학원 측은 "전교조 분회가 설립된 뒤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철야 점거농성 등 실력행사를 일삼는 식으로 학교 질서를 흐트리고 시설물 관리업무를 방해했다"며 "이런 집단행동을 준비한다든가 하는 일들이 우려돼 내린 조치일 뿐, 전교조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교사의 징계 회부는 사학법인에서 할 수 있는 일이며, 교사의 건조물 침입죄 고발은 전임 교장 때 발생한 일로 당시 건조물 침입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었다.

한편 지난 1999년 11월 완공된 학교 체육관에 대한 울산시교육청 정기감사에서 총 공사비 10억5000만 원 중 4억3000여만 원을 이 이사장이 횡령한 혐의가 드러나자 울산교육청은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횡령금을 변상하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은 홍명고 전교조 교사의 고발이 배경이 됐다. 이아무개 이사장이 학교 복귀후 전교조 교사를 탄압하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울산 홍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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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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