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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비리 혐의로 구속되면서 물러났던 울산 홍명고(태화학원) 이아무개 이사장이 10년 만인 지난 2011년 이사장에 복귀한 후 다시 지역 교육계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장이 불법적 학사개입과 비민주적 학교운영을 자행하고 있다"며 "학교법인 태화학원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할 것"을 울산시교육청에 요구했다. 이사장이 교사들에 대한 부당한 징계를 남발하는 등의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것.

울산 홍명고는 지난 1989년 이 이사장이 울주군 청량면 온산에 세운 일반고다. 하지만 이 지역은 석유화학공단이 인근해 있어 그동안 울산에서 가장 기피하는 학교로 손꼽혀왔다. 소음과 공해, 여름이면 들끓는 모기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기피 1호이자 민원의 대상이었다.

공해와 교통불편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자 지난 2011년 7월 중재에 나선 국민권익위원회는 학교부지를 매각한 뒤 홍명고를 이전하고, 해당 부지는 용암일반산업단지에 포함하도록 권고했고, 현재 학교이전과 부지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홍명고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 2000년. 앞서 1999년 11월 완공된 학교 체육관에 대한 울산시교육청 정기감사에서 총 공사비 10억5000만 원 중 4억3000여만 원을 이 이사장이 횡령한 혐의가 드러나자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횡령금을 변상하라는 행정처분을 내린 것. 그 배경에는 전교조 교사의 고발이 있었다.

이 이사장은 3억8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1년 구속 기소됐고, 울산시교육청은 관선이사를 파견했다. 하지만 홍명고의 교사는 물론 1200여 명의 전체 학생들이 임시이사 파견 등을 요구하며 5일 동안 수업을 거부하고 교문 밖으로 진출하는 등 소요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5일째 수업거부를 벌이던 홍명고 학생들은 급기야 '비리 재단에 대해 수수방관 해온 책임을 묻겠다'며 교문 진출을 시도해, 전경 2개 중대와 대치하기도 했다.

이씨는 1, 2심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2003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교육청에 임시이사 파견 철회를 요구하는 등 '학교 되찾기'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교육청이 요구하는 3억8000만 원의 변상금을 납입하지 못하면서 그동안 관선이사 체제로 학교가 운영돼 왔고 2010년 이씨가 감사변상금을 교육청에 변재하면서 관선이사는 폐지되고 2011년 이씨는 이사장으로 복귀했다.

이사장 구속 당시 이 학교는 울산지역 대표적인 부패사학으로 지목되면서 국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었다. 

태화학원에 대한 울산시교육청의 특별감사를 요구하고 나선 권정오 전교조 울산지부장을 11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권정오 전교조 울산지부장
권정오 전교조 울산지부장 ⓒ 권정오
- 태화학원에 대한 교육청의 특별감사를 요구했는데.
"비리로 물러났던 이사장이 복귀하면서 그동안 임시이사 체제에서 정상화되어 가던 홍명고등학교가 이사장 1인의 전횡과 교사들에 대한 일상적인 징계위협, 불법적인 학사개입 등으로 학교이전을 앞두고 과거처럼 분규가 재발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를 막고자 한 것이다."

-  이사장의 정횡이라면 어떤 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사립학교법은 학사행정이 학교장의 고유권한이라 학교법인 이사장의 학사행정 개입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시 임원승인 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장은 학교장이 주관하는 교무회의에 참여해 학사행정 전반에 대해 일일이 개입하고, 부장회의를 자신이 직접 주재하는 등 현행 사립학교법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 그는 또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교실을 순회, 감독하면서 교사들의 교수학습권을 일상적으로 침해하고 있으며, 교장·교감의 권한사항인 장학권을 일상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 10일 기자회견에서 교원노조 활동도 방해하고 있다고 성토했던데.
"그가 2011년 이사장직에 복귀한 후 전교조 홍명고분회에 대해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행정실 직원을 동원해 조합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심지어는 전교조 분회모임을 했다는 이유로 해당학교 교사들을 건조물 침입죄로 고발하는 등 상식을 넘는 전횡을 일삼고 있다.

그 한 예로, 2011년 10월 학교운영위원회 회의 과정에서 퇴장한 교원위원에게 '공무원 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일상적으로 교사들에게 징계의 칼날로 위협하고 있다. 상식의 범위를 벗어난 전횡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외부인의 학교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교육부가 제정한 '학교출입증 및 출입에 관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빌미로, 교직원 신분증을 패용하지 않은 교사의 행정실 출입과 업무를 거부하도록 행정 직원에게 지시하는가 하면, 교직원 신분증을 패용하지 않을 경우 징계까지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나.
"재단 이사장이 공교육의 장인 학교를 오로지 개인의 소유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설립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시 재단으로 복귀시킨 울산시교육청의 감독 소홀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울산시교육청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나.
"이사장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불법적인 학사개입과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학교운영에 대해 시교육청이 전면적인 감사를 실시하고, 감독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불법적인 학사개입으로 학교장 권한을 명백하게 침해한 것에 대해 사립학교법에 명시된 대로 임원승인취소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이러한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교육청이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한편, 이에 대해 태화학원 측은 언론을 통해 "전교조 분회가 설립된 뒤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철야 점거농성 등 실력행사를 일삼는 식으로 학교 질서를 흐트리고 시설물 관리업무를 방해했다"며 "이런 집단행동을 준비한다든가 하는 일들이 우려돼 내린 조치일 뿐, 전교조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사의 징계 회부는 사학법인에서 할 수 있는 일이며, 징계여부는 징계위원회에서 처리하는 일로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며 "교사의 건조물 침입죄 고발은 전임 교장 때 발생한 일로 당시 건조물 침입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명고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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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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