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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 전갑남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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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날이 너무 뜨겁습니다. 장마를 앞두고 있어 그런가 봅니다. 이제 여름 예행연습을 끝내고 본 게임에 들어가려는 듯 싶습니다.

나무그늘은 시원합니다. 습도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여름이 마니산에서 불어오는 산바람과 함께 뻐꾸기소리에 실려 다가오는 듯 합니다.

고향 후배가 집에 놀러왔습니다. 우리 텃밭을 둘러보다가 보리수나무에 눈이 꽂혔습니다.

"오메, 이거 뭐다냐? 포리똥 아녀요?"
"포리똥? 오랜만에 들어보네!"
"우리 옛날에 보리수를 포리똥이라 했잖아요?"
"보리타작할 때쯤 엄청 따먹었지!"
"그 땐 주전부리로 이거 만한 게 있었당가요."


포리똥? 그렇습니다. 예전 우리 고향에서는 보리수를 포리똥이라 불렀습니다. 파리를 포리라고 하여 파리똥을 포리똥이라고 하였지요.

보리수 열매는 작고 오돌톨한 점박이가 무수히 박혀 있습니다. 파리가 똥 싼 것처럼 점점이 박혀 있다고 해서 파리똥이라 불렀던 것 같습니다.

잊었던 고향사투리를 들으니 정감이 갑니다.

"근데 요 녀석, 뭣 땜시 가지가 찢어지도록 달려 부렀다냐!"

열매가 그야말로 다닥다닥 달렸습니다. 손톱만한 타원형 빨간 열매가 꽃처럼 아름답습니다. 웬만큼 따내서는 표도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워낙 많이 달리다 보니 열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지가 휘어졌습니다. 가지가 땅에 닿을까봐 지주를 여러 개 세워주었습니다.
후배는 오랜만에 만난 보리수에 정신이 팔린 듯합니다.

"세상에 열매가 꽃보다 이쁜 게 포리똥이여 포리똥!"

보리수나무는 4월 말경부터 꽃이 핍니다. 꽃도 무더기로 피어나는데, 꽃 자체는 그렇게 예쁘지는 않습니다. 꽃 색깔도 그렇고, 꽃에까지 점박이가 박혀 예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꽃향기만큼은 딴판입니다. 못생긴 자기 얼굴에 꿀벌이 그냥 지나칠까 진한 향기로 유혹을 합니다.

그러니까 보리수는 엄청나게 달린 열매로 그 위세가 대단합니다. 꽃이 별로라는 것을 꽃 같은 빨간 열매로 만회하려는 듯이 말입니다.

흔히 유월의 과일하면 자두, 살구, 매실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보리수는 과일 축에 끼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보리수 효능만큼은 여느 과일 못지 않습니다. 산후부종을 내리거나 생리불순에 효험이 있습니다. 특히, 천식이 있는 사람이 복용을 하면 좋다고 알려졌습니다. 소화불량과 술독을 푸는데도 좋습니다.

며칠 전, 이웃집에 온 도회지 꼬마들이 우리 집 보리수나무를 보고 매우 신기해했습니다.

"아저씨, 이 나무 무슨 나무에요?"
"보리수라는 나무야."
"이거 따 먹어도 돼요? 맛있어요?"
"그럼, 맛있지! 내가 먼저 먹어볼까?"


내가 맛난 표정을 짓자, 한 꼬마 녀석이 하나를 따 입에 넣습니다. 녀석은 금세 '퉤퉤' 하고 뱉어버립니다. '뭐 이런 것을 먹나' 하는 표정입니다. 다른 녀석은 손을 뒤로 감추고 뒷걸음을 칩니다.

오늘 찾은 후배가 빨간 보리수 몇 개를 입에 털어 넣습니다.

"어때 먹을만 한가? 애들한테 줬더니 금세 뱉어버리던데..."
"애들이 이런 옛 맛을 알기나 한당가요!"


후배는 시큼한 맛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연신 따먹습니다. 입술이 빨갛도록 먹었던 옛 생각을 떠올리기라도 한 듯이요.

세상에 아무리 맛있는 것이 많아도 추억의 옛 맛만큼은 잊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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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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