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크 마니아들 사이에선 꼭 봐야 할 영화로 꼽히는 <토크>(2004)는 한국 기업이 할리우드에서 진행한 성공적인 PPL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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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나면 효자 되고, 외국 가면 애국자가 되는 현상이 있습니다. 낯선 나라 공항에 내려 만나는 우리 기업들의 광고를 보며 괜히 뭉클해지는 그런 감정들이죠. '현다이'나 '샘성'이 중국이나 일본 메이커가 아니라 '메이드 인 코리아'임을 알려주며 느끼는 짜릿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국 기업이나 상품을 만날 때도 비슷한 감정을 갖게 됩니다. <고질라>에 등장했던 '아이큐 참치'처럼 우연인 경우도 있고 <슈퍼맨 리턴즈>의 LG나 <스파이더맨 3>의 삼성처럼 마케팅의 산물인 경우도 있지만 어쨌거나 세계 여러 나라에 영향을 주는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면 기분도 좋거니와 실제 이익도 따르기 마련입니다.

영화 속에 상품을 배치하는 PPL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정교하게 상업화된 분야여서 <고질라>의 '아이큐 참치' 같은 경우는 정말 일어나기 힘든 횡재에 가깝습니다. 현물 제공은 물론 (공개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이 비용이 갈수록 비싸지고 있기 때문에 광고 효과에도 불구하고 수지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 멋진 주인공이 웃어줄 때 그의 어깨에는 HJC, 홍진크라운 상표가 함께 빛납니다. 이게 기사용 이미지라 그렇지 큰 스크린에선 정말 크게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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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를 강타할 블록버스터라 해서 거액을 들였지만 화려한 화면들 사이에 무수한 상표가 스쳐 지나가니 우리 물건이 제대로 기억이 남았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품이나 상표가 보이긴 했는데 관객층과 소비자가 맞지 않으면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못하니 헛돈 쓰기도 쉽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PPL도 자기 제품을 알고 영화를 알면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알차게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대한민국 '강소기업'이 남긴 PPL의 모범사례를 '열혈 바이크 액션영화' <토크>(2004)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토크>는 바이크에 목숨 건 청년들의 영화입니다. 정의의 라이더들이 있으니 악당들도 있고 묵은 원한과 오해와 배신이 바이크 질주와 액션으로 버무려져 있습니다. 마지막 액션 장면이 만화 같다는 불만도 있지만, 바이크 좀 탄다는 친구들이나 액션 좀 본다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열혈남아>와 함께 손꼽히는 영화입니다.

▲ 좋은 친구들이 모여 전의를 다질 때 배경엔 HJC 현수막이 펄럭입니다. 아예 장면 배경이 홍진크라운 행사장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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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등장하는 멋진 녀석들은 모두 'HJC' 상표가 선명한 헬멧을 쓰고 있습니다. 세계 헬멧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HJC, '홍진크라운'은 대한민국에서 만드는 물건입니다. 30년 동안 헬멧 외길 인생을 걸어온 홍진크라운은 세계 시장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온 덕에 경쟁자인 일본 제품을 제치고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잘 나가고 있습니다.

<토크>를 찍으면서 홍진크라운이 어떤 형태로 지원을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영화 자체가 홍진크라운의 광고인 셈입니다. HJC 상표가 스크린에 등장하는 것은 너무 자주 나와서 굳이 세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인 데다가 아예 HJC 행사장이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여기에 좋은 친구들이 HJC를 쓰는데 비해서 악당들이 경쟁사인 일본제 헬멧을 쓰는 것도 확실하게 처리해 줍니다.

▲ 주인공은 발도 아니고 손도 아니고 HJC 헬멧으로 칼 든 악당을 상대합니다. 바이크 영화와 바이크 헬멧 PPL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영리한 연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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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크라운이 <토크>에서 진행한 PPL이 성공한 첫 번째 이유는 제품 자체가 받쳐주기 때문입니다. 별 볼 일 없는 제품은 아무리 띄워줘야 반감만 사게 마련이고 <토크>처럼 특정 분야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는 더 그렇습니다. 이미 시장에서 충분한 인정을 받고 있는 제품이었기에 사정없이 띄워줘도 뭐라 할 사람이 없습니다. 오히려 더 갖고 싶어지죠.

홍진크라운의 <토크> PPL의 두 번째 성공 이유는 영화를 잘 골랐다는 점입니다. 바이크 헬멧 전문 기업이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관객보다는 딱 바이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가 필요합니다. <토크>는 좋은 놈이나 나쁜 놈이나 모두 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영화이고 바이크를 타는 동안은 누구나 헬멧을 쓰고 나오는 영화이기에 홍진크라운에겐 안성맞춤입니다.

홍진크라운의 <토크> PPL의 세 번째 성공 이유는 영화에 제품을 잘 녹여 놓았다는 점입니다. 제품을 띄워주기 위해 영화를 비트는 것은 전지현으로 도배되었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처럼 오히려 관객들의 반감을 사게 됩니다. <토크>에 등장하는 홍진크라운은 확실하게 보여주되 너무 튀지 않도록 잘 조절되어 있습니다. 특히 상표 노출을 영화 앞부분에 배치하고 뒤로 갈수록 비중을 줄여 관객들의 저항감을 줄이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 <토크>에 등장하는 악역들은 HJC의 경쟁사인 일본 제품을 쓰지만 유독 아이스 큐브가 연기한 이 악당만은 HJC를 쓰고 있습니다. 뒤에 가면 오해를 풀고 좋은 편이 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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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크라운의 <토크> PPL에서 또 하나 주의해서 볼 점은 '코리언 커넥션'(?)입니다. <토크>를 연출한 조셉 칸 감독은 안준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한국계입니다. 한국계 감독이 영화에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딱 좋은 PPL로 등장하고 여기에 한국계 배우가 또 멋진 조연으로 등장합니다. 이게 무슨 지역주의냐 할지도 모르겠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소수민족 출신의 현명한 생존전략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평가일 것입니다.

안준희 감독은 MTV에서 감각적인 영상으로 인정받았고 그 경력을 바탕으로 <토크>를 맡았습니다. 한국계 감독이 바이크 액션영화를 만들 때 마침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한국 제품이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억지로라도 띄워 줄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하나도 없어 일본 제품을 큼지막하게 찍었을 것을 생각하면 객지(?)에서 '실력'으로 살아남은 안준희와 홍진크라운의 만남은 뭔가 뭉클한 구석이 있습니다.

▲ <토크>에서 멋진 놈으로 나오는 한국계 배우 윌 윤 리(이상욱)은 <엘렉트라>(2005)에서 비중 있는 역을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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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3 09:09 ⓒ 2007 OhmyNews
PPL 토크 HJC 홍진크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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