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돌아가는듯 했던 한반도 평화시계가 일단 멈췄다. 지난해 6월 9일 북쪽의 일방적 조처로 남북 통신연락선이 전면 단절된 지 14개월 만인 7월 27일 오전 10시를 기해 전면 복원되면서부터다.
청와대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양 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 간 관계 회복 문제로 소통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단절되었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양 정상의 친서 교환 시점에 대해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3주년을 계기로 친서를 상호 교환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4개월여 동안 친서를 통해 어떤 내용을 주고받았을까. 이 관계자는 "양 정상은 남북관계가 오랜 기간 단절되어 있는 데 대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조속한 관계 복원과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면서 "코로나와 폭우 상황에 대해 조기 극복과 위로의 내용 등이 있었으며,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대화들이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두 정상은 현재 코로나로 인해 남북 모두가 오래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속히 이를 극복해 나가자고 서로 간에 위로와 걱정을 나누었다"면서 "두 정상은 각기 남과 북의 동포들에게도 위로와 안부 인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북 정상이 만날 계획은 아직 없다. 이 관계자는 "양 정상 간 대면 접촉에 대해 협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또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화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한 바 없다"고 했다. 이와 별도로 친서 교환에서 '북측의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북측의 사과나 입장이 있었지'를 묻는 질문에는 "앞으로 협의해 나갈 문제"라고만 답했다.
이날 복원된 통신연락선은 판문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서해지구 군 통신선이다. 동해지구 군 통신선은 이날 오후 현재 복원작업중이다. 통일부와 군에서 운영하는 남북 통신선이 우선 복원된 것.
남북 정상 간 통신선 복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차차 논의할 사안"이라고만 답했다. 아울러 통신선 복원으로 양 정상 간 통화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협의한 바는 없다"고 했다.
또 남북 어느 쪽에서 먼저 통신연락선 복원을 제안했는지에 대해 "통신연락선 복원은 양측이 협의한 결과"라며 "앞으로 과거 통신선이 정상 운영되는 상황이 기준이 되어 운영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같이 남북간 통신선이 복원됨에 따라 이전에 일상적으로 행해왔던 남북간 정기 통화도 재개된다. 동해와 서해 군 통신선은 물론, 폭파된 상태인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간 정기 통화도 남북 연락대표 간 통화도 재개된다. 이날(27일) 남북을 잇는 통신연락선의 복원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빠른 시일 내에 복원될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충격을 던지면서 대화를 전면 중지했던 상태에서 별다른 조건 없이 정기 연락을 재개한 것은 남북관계 복원에 첫 발을 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남북 정상이 4개월여 친서를 교환하면서 관계개선 의지를 확인한 결과라는 점에서는 더욱 긍정적인 전망도 가능하다. 거꾸로 돌아가던 한반도 평화의 시계가 멈춘 데 이어 정상적으로 돌아가리란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다.
북한도 이날 남북 통신선 복원 소식을 즉각 보도하면서 '큰걸음'을 언급한 점 역시 주목된다. 북한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남북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며 "북남수뇌들께서는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주고받으신 친서를 통하여 단절되어 있는 북남 통신연락통로들을 복원함으로써 호상 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걸음을 내짚을 데 대하여 합의하시었다"라고 보도했다.